유월 스무날 오랜 비가 문득 개어 손과 함께 동산을 거닐며 본 것을 적다六月二十日。久雨忽晴。與客行園中記所見。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經旬鎖暗雨。似猒惡客寓。今日朗新晴。如與故人遇。遶園行獨吟。淸陰引幽步。深深綠葉閒。滴滴啼餘露。地鏡耿可鑒。墻衣綠漸布。杏子爛黃金。入口甘於乳。朱李倒紅腮。最憐同姓樹。林檎綴珠琲。頗覺味釅苦。瓜蔓走長籬。蘭華被幽圃。悠哉觀物化。亦足養眞趣。
열흘이 지나도록 어두운 비에 갇혀 미운 손이 묵는 것처럼 싫더니 오늘 환하게 새로 개니 옛 벗을 만난 듯하네 동산을 돌며 홀로 읊고 맑은 그늘이 그윽한 걸음을 이끄네 깊고 깊은 푸른 잎 사이 방울방울 남은 이슬이 우네 땅은 거울처럼 환히 비칠 만하고 담 이끼는 푸르게 점점 퍼지네 살구는 무르익어 황금 같아 입에 넣으니 젖보다 다네 붉은 오얏은 붉은 뺨을 드리우니 성이 같은 나무라 가장 어여쁘네 능금은 구슬 꿰미를 매달았는데 자못 맛이 진하고 쓰다 느껴지네 외 덩굴은 긴 울타리로 달리고 난초 꽃은 그윽한 밭을 덮었네 유유히 물건의 변화를 보니 또한 참된 정취를 기르기에 넉넉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