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아에서 물러나면 아무 일이 없어退公無一事
1첫째 수
退公無一事。寂寞似孤村。頭岸鹿胎幘。身遮犢鼻褌。虎來猶白日。蚊噆未黃昏。笑矣殘城守。徒勞夢掖垣。
관아에서 물러나면 아무 일 없어 쓸쓸하기가 외딴 마을 같네 머리엔 사슴 가죽 두건을 젖혀 쓰고 몸엔 잠방이 하나를 걸쳤네 범은 대낮에도 내려오고 모기는 해 지기도 전에 무네 우습다 다 낡은 고을의 원이여 부질없이 액원(掖垣)을 꿈꾸는구나
협주 1
七首
일곱 수이다.
2둘째 수
退公無一事。高臥北軒風。壞壁蛇遺蛻。荒階蟻曳蟲。睡餘浮眼纈。病後落頭蓬。笑矣殘城守。形容劇野翁。
관아에서 물러나면 아무 일 없어 북쪽 마루 바람에 높이 누웠네 무너진 벽엔 뱀이 허물을 남기고 거친 섬돌엔 개미가 벌레를 끄네 잠 깬 뒤엔 눈에 아른아른 무늬가 뜨고 앓고 난 뒤엔 쑥대머리가 빠지네 우습다 다 낡은 고을의 원이여 모습이 시골 늙은이보다 심하구나
3셋째 수
退公無一事。暑氣謾蒸人。吟久巾欹領。眠多簟印身。碁閑遊毒手。酒盡錮饞脣。笑矣殘城守。生涯老更貧。
관아에서 물러나면 아무 일 없어 더운 기운이 부질없이 사람을 찌네 오래 읊으니 두건이 옷깃에 기울고 많이 자니 대자리 무늬가 몸에 찍히네 바둑이 한가하니 독한 수를 놀리고 술이 다하니 게걸스러운 입술을 봉하네 우습다 다 낡은 고을의 원이여 살림이 늙을수록 더 가난하구나
4넷째 수
退公無一事。默坐念空王。飢鼠登書架。幽禽入印床。不堪消永日。聊喜向斜陽。笑矣殘城守。無由放舊狂。
관아에서 물러나면 아무 일 없어 잠자코 앉아 부처를 생각하네 굶은 쥐는 책시렁에 오르고 그윽한 새는 인장 상에 드네 긴 날을 견뎌 내기 어렵더니 그런대로 해가 기우는 것이 기쁘네 우습다 다 낡은 고을의 원이여 옛 미친 기운을 놓을 길이 없구나
5다섯째 수
退公無一事。白首若孤囚。未識邦侯樂。空思法從遊。朝廷天共遠。日月水同流。笑矣殘城守。貪官莫退休。
관아에서 물러나면 아무 일 없어 흰머리로 외로운 죄수 같네 고을 원의 즐거움은 알지 못하고 부질없이 임금을 모시고 노닐던 일만 생각하네 조정은 하늘과 함께 멀고 해와 달은 물과 함께 흐르네 우습다 다 낡은 고을의 원이여 벼슬을 탐해 물러나지 못하는구나
6여섯째 수
退公無一事。門外吏人稀。耳靜嫌蟬噪。身拘羨鳥飛。屋矮頭可觸。地窄手難揮。笑矣殘城守。何時告滿歸。
관아에서 물러나면 아무 일 없어 문밖엔 아전도 드무네 귀가 고요하니 매미 우는 것도 밉고 몸이 매였으니 새 나는 것이 부럽네 집이 낮아 머리가 닿을 듯하고 땅이 좁아 손을 휘두르기도 어렵네 우습다 다 낡은 고을의 원이여 어느 때에 임기 찼다 아뢰고 돌아가랴
7일곱째 수
退公無一事。散髮自逍遙。對客蒸蔬菜。呼兒灌藥苗。顔因猒世變。首爲望京翹。笑矣殘城守。剛膓老赤銷。
관아에서 물러나면 아무 일 없어 머리를 풀고 절로 노니네 손을 마주하여 나물을 찌고 아이를 불러 약초 싹에 물을 주네 얼굴은 세상에 물려 변하고 머리는 서울을 바라보느라 쳐드네 우습다 다 낡은 고을의 원이여 굳센 창자도 늙어 다 녹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