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5

술이 없어無酒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40자 · 낭독 1.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我本嗜酒人。口不離杯巵。雖無與飮客。獨酌亦不辭。顧無樽中綠。燥吻何由滋。憶昨在京輦。月俸有餘貲。釀得如許甕。挹酌無停時。家醞或未繼。沽飮良足怡。嗟嗟桂陽守。祿薄釀難支。蕭條數家村。何處有靑旗。亦無好事者。載酒相追隨。端坐一堂上。竟日獨支頤。業已爲逐臣。飢渴固其宜。胡爲浪自恨。攢我數寸眉。開口强大笑。笑冷反噢咿。此語勿輕洩。聞者當哂之。

나는 본디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 입이 잔에서 떠나지 않았네 함께 마실 손이 없어도 홀로 따르기를 사양하지 않았네 그런데 동이에 푸른 술이 없으니 마른 입술을 무엇으로 적시랴 지난날 서울에 있을 땐 다달이 받는 녹에 남는 것이 있었네 이만한 독을 빚어 떠 마시기를 그칠 때가 없었네 집 술이 혹 이어지지 않으면 사서 마셔도 참으로 즐거웠네 아 슬프다 계양 수령이여 녹이 박하여 빚어 대기도 어렵네 쓸쓸한 두어 집 마을에 어디에 술집 푸른 깃발이 있으랴 또 일 좋아하는 이가 있어 술을 싣고 따라오는 일도 없네 한 대청에 단정히 앉아 온종일 홀로 턱을 괴고 있네 이미 쫓겨난 신하가 되었으니 주리고 목마름이 참으로 마땅하네 어찌 부질없이 스스로 한하여 몇 치 눈썹을 찡그리랴 입을 벌려 억지로 크게 웃으나 웃음이 차가워 도리어 흐느낌이 되네 이 말을 가벼이 흘리지 말게 듣는 이가 비웃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