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5

현 상인이 화답하기에 다시 앞의 운을 쓰다玄上人見和復用前韻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4 · 한자 192자 · 낭독 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첫째 수

夢酣仙境勝。身着畫屛微。露重猶疑雨。江昏未信暉。他山脚底歷。此地眼中稀。僧榻移時話。方歸覺皺衣。

꿈이 무르익어 선경이 뛰어나고 몸은 그림 병풍 속에 희미하게 붙었네 이슬이 무거워 비인가 의심하고 강이 어두워 햇빛을 믿지 못하네 다른 산은 발밑으로 지나갔고 이 땅은 눈 가운데 드무네 중의 평상에서 한참을 이야기하고 막 돌아오니 옷이 구겨진 것을 깨닫네

2둘째 수

斜日溟濛水獨明。亂山蟠屈路難平。雲迷極浦千帆色。風落長江一笛聲。度了幾人舟自泛。噪殘孤虎鳥猶鳴。朅來深得江湖興。忽起蓴鱸萬里情。

기운 해에 어둑한데 물만 홀로 밝고 어지러운 산이 서리어 굽어 길이 평탄하기 어렵네 구름이 흐린 먼 포구엔 천 돛의 빛이요 바람이 떨어지는 긴 강엔 한 가락 피리 소리네 몇 사람을 건네고 배는 절로 떠 있고 외로운 범을 다 짖고도 새는 아직 우네 오가며 강호의 흥을 깊이 얻으니 문득 순채와 농어의 만 리 그리움이 이네

3셋째 수

白沙鋪地遠。碧水際天微。雨惡增秋浪。霞明助夕暉。路幽逢虎熟。海瘠得魚稀。五馬人誰識。蕭然似布衣。

흰 모래는 땅에 깔려 멀고 푸른 물은 하늘에 닿아 희미하네 비가 사나워 가을 물결을 더하고 놀이 밝아 저녁 햇빛을 돕네 길이 그윽해 범 만나기가 예사롭고 바다가 메말라 고기 얻기가 드무네 다섯 말 수레의 원인 줄 누가 알랴 쓸쓸하기가 베옷 입은 이 같네

4넷째 수

海山千里月分明。何處漁歌唱大平。詩榻愛吟帆去樣。畫家難寫鳥啼聲。林巒有霧晴猶暗。松檜無風晚自鳴。瞠目彷徨君莫怪。詞人自古苦鍾情。

바다와 산 천 리에 달이 밝은데 어디선가 어부 노래가 태평을 부르네 시 짓는 평상에선 돛 떠나는 모양을 즐겨 읊으나 화가는 새 우는 소리를 그리기 어렵네 숲과 멧부리에 안개가 있어 개어도 오히려 어둡고 소나무 노송에 바람이 없어도 저물면 절로 우네 눈을 부릅뜨고 서성이는 것을 그대는 괴이하게 여기지 말게 시인은 예로부터 정에 쏠려 괴로운 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