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5

동료 여러분과 명월사에 놀다與寮友諸君。遊明月寺。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79자 · 낭독 1.8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荒榛撥難開。石徑少平曠。下馬行且顚。折我三尺杖。幽鼯不慣人。拱立形惘惘。飢虎爾莫嘷。忠信吾是仗。木末得招提。架屋依巖嶂。何人命其名。明月以標榜。欲將月澄心。豈爲月可望。丈室高於樓。逈壓蒼海廣。舊聞天難昇。忽已在天上。水色遠逾白。霜練鋪一樣。陰雲與霽霞。頃刻千萬狀。大舶點波心。麽若輕𩿨漾。寄語漁舟子。着意好搖槳。將爾閑遊形。入我詩比况。嗟予醉簿書。久矣負淸賞。到郡侵二年。尙未此閑訪。今朝駕言來。大副夙心想。請君更留連。此是天所餉。

거친 덤불을 헤쳐도 열기 어렵고 돌길엔 평평하고 트인 데가 적네 말에서 내려 걷다가 자빠져 내 석 자 지팡이가 부러졌네 그윽한 날다람쥐가 사람에 익지 않아 팔짱 낀 듯 서서 모습이 멍하네 굶은 범아 너는 울지 마라 나는 충신(忠信)을 의지하노라 나무 끝에 절을 얻었으니 집을 얽어 바위 봉우리에 기댔네 누가 그 이름을 지었는가 명월(明月)로 간판을 삼았네 달로써 마음을 맑히려 함이지 어찌 달을 바라볼 수 있어서랴 방장이 누각보다 높아 멀리 푸른 바다의 넓음을 누르네 예로부터 하늘은 오르기 어렵다 들었는데 문득 이미 하늘 위에 있네 물빛은 멀수록 더욱 희어 서리 같은 흰 비단을 편 한 모양일세 그늘진 구름과 갠 놀이 잠깐 사이에 천만 가지 모양이네 큰 배가 물결 한가운데 점을 찍으니 작기가 가벼운 갈매기가 일렁이는 듯하네 고깃배 사공에게 이르노니 마음 두어 노를 잘 저으라 네 한가히 노니는 모습을 내 시의 견줌에 넣으리라 아 나는 문서에 취하여 오래도록 맑은 감상을 저버렸네 고을에 온 지 두 해가 되어 가도록 아직 이렇게 한가히 찾지 못했네 오늘 아침 수레를 몰아 오니 오랜 마음의 생각에 크게 맞네 그대에게 청하노니 다시 머무르세 이것은 하늘이 보내 준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