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6

밤 시 — 서를 아우르다栗詩幷序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154자 · 낭독 1.7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서

栗實利人多矣。非若楂梨橘柚之特一時解煩而已。然古人詩集中。賦者蓋寡。予爲賦之。

밤은 사람을 이롭게 함이 많다. 아가위·배·귤·유자처럼 한때 답답함을 풀어 줄 뿐인 것과 다르다. 그런데도 옛사람의 시집 가운데 이를 읊은 이가 적다. 그래서 내가 읊는다.

葉生朱夏候。實熟素秋時。罅發呀鈴口。苞重祕玉肌。饋籩兼棗設。女贄與榛隨。不但供來客。偏工止哭兒。堪將千戶等。足濟萬人飢。握重緣貪味。牙銛易褫皮。煨憑爐底火。烹代竈中炊。始拾遭猿奪。收藏杜鼠窺。莫嫌攢刺棘。聊愛蘊甘飴。品入三秦錄。名標五苑奇。尙宜方穀粒。詎可譬楂梨。遺殼蝟毛積。薪樵尙可期。

잎은 붉은 여름철에 나고 열매는 흰 가을 때에 익네 터진 틈은 방울 입처럼 벌어지고 겹싼 껍질은 옥 같은 살을 감췄네 제기에 담을 땐 대추와 함께 놓고 여자의 폐백엔 개암과 함께 따르네 오는 손에게 이바지할 뿐 아니라 우는 아이 그치게 하는 데 유난히 능하네 천 호의 봉지와 견줄 만하고 만 사람의 주림을 건지기에 넉넉하네 쥔 것이 무거운 것은 맛을 탐한 탓이요 이가 날카로우면 껍질 벗기기가 쉽네 화롯불 밑에 묻어 굽고 부엌의 밥 짓는 것을 대신해 삶네 처음 주울 땐 잔나비에게 빼앗기고 거두어 둘 땐 쥐가 엿보는 것을 막네 모인 가시를 싫어하지 말고 그저 엿 같은 단맛을 품은 것을 사랑하게 품등은 삼진(三秦)의 기록에 들었고 이름은 오원(五苑)의 기이한 것으로 표시되었네 오히려 곡식 낟알에 견주는 것이 마땅하니 어찌 아가위와 배에 비기랴 남은 껍질은 고슴도치 털처럼 쌓이니 땔감으로도 기약할 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