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열나흗날 선영에 절한 뒤 바위 샘에 써서 이 보궐 백순에게 보이다八月十四日。拜先壙後題巖泉。示李補闕百順。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石間流水本無情。豈恥世人來濯足。我緣世上埃垢重。脚未下泉先愧恧。待渠洗了足底塵。下手無慙弄澄綠。
돌 사이 흐르는 물은 본디 정이 없으니 어찌 세상 사람이 와서 발 씻는 것을 부끄러워하랴 나는 세상의 티끌과 때가 무거운 탓에 발을 샘에 담그기도 전에 먼저 부끄럽네 저 물이 발밑 티끌을 다 씻어 주기를 기다려 부끄럼 없이 손을 넣어 맑은 푸른 물을 희롱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