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아흐레九日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少年遇重陽。汲汲索黃菊。不論酒醇醨。泛此香馥馥。如今祿稍豐。甕有浮蟻綠。緣我老且慵。索莫情味薄。任爾霜葩開。但悲時節促。客來強洗盞。一酌歡已足。免使籬邊花。厚顔終愧恧。
젊어서 중양을 만나면 급급히 누런 국화를 찾았네 술이 진하든 묽든 따지지 않고 이것을 띄우면 향기가 그윽했네 이제 녹이 조금 넉넉해 독에 푸른 개미 뜬 술이 있네 내가 늙고 게으른 탓에 쓸쓸하여 정취가 엷네 네가 서리 속에 피든 말든 내버려 두고 다만 시절이 재촉하는 것만 슬퍼하네 손이 와서 억지로 잔을 씻고 한 잔 따르니 기쁨이 이미 넉넉하네 울타리 가의 꽃으로 하여금 낯 두껍다고 끝내 부끄럽게 하지는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