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6

눈을 읊다雪詠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00자 · 낭독 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翦水作浮花。須臾復爲水。此甚似幻戲。想天必不爾。常疑雨墮空。苦逼寒威被。半路凍凝華。偶肖瓊葩耳。若是雨所化。翦刻者誰是。詳看六出巧。定自天工費。天果幻戲耶。終未測其意。見日融成汁。還與雨潦似。雖欲復爲花。其奈已淪地。天機祕難詰。置酒但一醉。

물을 오려 뜬 꽃을 만들고 잠깐 사이에 다시 물이 되네 이것이 몹시 요술과 같으나 생각건대 하늘이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으리 늘 의심하기를 비가 허공에서 떨어지다가 매서운 추위의 위세에 몹시 몰려 반쯤 오다 얼어 꽃으로 엉겨 우연히 옥 꽃을 닮았을 뿐이라 여겼네 만일 비가 변한 것이라면 오려 새긴 이는 누구인가 여섯 모의 공교로움을 자세히 보면 반드시 하늘의 솜씨를 들인 것이네 하늘이 과연 요술을 부리는가 끝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겠네 해를 보면 녹아 즙이 되어 도로 빗물과 같아지네 다시 꽃이 되고 싶은들 이미 땅에 잠긴 것을 어이하랴 하늘의 기틀은 깊어 따지기 어려우니 술을 차려 다만 한 번 취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