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7

또 따로 한 수를 지어 초를 보내 준 것을 사례하다 — 유공(裕公)이 이 시 세 수를 판에 새기고 서(序)를 지어 부쳐 왔기에 아울러 붙인다又別成一首。謝惠燭。 裕公以此詩三首上板。因有序寄之。幷附。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372자 · 낭독 3.5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右詩三首。今寶文閣待制李公某所著也。髡於公辱知最厚。往者伏承朝旨。寓闕內山呼亭。祝嵩之際。公亦以翰林在禁中。草詔餘隙。屢訪予居。一日。偶有客五六人。謂公曰。吾儕飽聞公之唱韻走筆。未親覩也。請從衆懇許之如何。公曰諾。坐客迭相唱韻。公卽走筆。書于壁云。暫出銀臺署。來尋竹閣僧。飢飧宜煮蕨。禪話更添燈。蓮社難連訪。金閨業已登。閑忙皆有伴。喧靜豈無朋。師似雲無繫。予如木不繩。快哉今夜飮。遮莫火輪昇。後數日。爲今淸河相國所薦。乃入晉康公邸。公先密使相國修文殿大學士琴公。抄韻五十餘字。召公於座前。仍命寮屬諸卿分奉筆硯。公自占庭中所養孔雀爲題。使學士連聲唱韻。屢督促之。公旁若無人。傲然嘯詠。卽下筆如迅雷奔電。不容一瞥。晉康公嘆息至垂涕。因奏于上。超資授六品。未幾。遷右正言,知制誥。噫。公之如此神妙盛作之膾炙人口者。不可勝紀。而此詩三首。如公所言使者在門督促。故走筆和成遠寄。則予恐湮沒無聞。後莫有知之者。今上板釘于壁上。以壽其傳云耳。時重光大荒落皐月旣望。西伯寺典香火老髠跋。

위의 시 세 수는 지금 보문각 대제(寶文閣待制)인 이공(李公) 아무개가 지은 것이다. 중인 나는 공에게 가장 두터운 알아줌을 입었다. 지난날 조정의 뜻을 받들어 대궐 안 산호정(山呼亭)에 머물며 임금의 장수를 빌 때에 공도 한림(翰林)으로 궁궐 안에 있었는데, 조서를 짓는 틈틈이 여러 번 내 거처를 찾아왔다. 하루는 마침 손 대여섯 사람이 있어 공에게 말하기를 「우리는 공이 부르는 운을 따라 붓을 달린다는 말을 실컷 들었으나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여럿의 청을 좇아 허락해 주심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공이 「좋다」 하였다. 앉은 손들이 번갈아 운을 부르자 공이 곧 붓을 달려 벽에 썼다.

잠시 은대(銀臺)의 관청에서 나와 대나무 집의 중을 찾아왔네 주리면 고사리를 삶아 먹으면 되고 선(禪) 이야기에 등불을 다시 돋우네 연사(蓮社)는 잇달아 찾기 어렵고 금규(金閨)에 몸은 이미 올랐네 한가함도 바쁨도 다 짝이 있으니 시끄러움과 고요함인들 어찌 벗이 없으랴 스님은 매인 데 없는 구름 같고 나는 먹줄 받지 않은 나무 같네 상쾌하다 오늘 밤의 술이여 불수레가 떠오르든 말든

며칠 뒤 지금의 청하 상국(淸河相國)이 천거하여 진강공(晉康公)의 집에 들어갔다. 진강공이 먼저 상국과 수문전 대학사(修文殿大學士) 금공(琴公)을 몰래 시켜 운자 오십여 자를 뽑게 하고 공을 자리 앞으로 불렀다. 이어 아래 관원과 여러 경(卿)에게 나누어 붓과 벼루를 받들게 했다. 공은 스스로 뜰에 기르는 공작을 제목으로 삼고 학사에게 잇달아 운을 부르게 하며 자주 재촉하게 하였다. 공은 곁에 사람이 없는 듯 거리낌 없이 읊조리더니 곧 붓을 내리는 것이 빠른 우레와 달리는 번개 같아 한 번 눈 깜박일 틈도 없었다. 진강공이 탄식하다가 눈물까지 흘렸고, 이로 인해 임금께 아뢰어 자급을 뛰어넘어 육품을 주었다. 얼마 뒤 우정언 지제고(右正言知制誥)로 옮겼다. 아, 공의 이처럼 신묘하고 성한 작품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다 적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시 세 수는 공의 말대로 심부름꾼이 문에 서서 재촉하기에 붓을 달려 화답해 멀리 부친 것이니, 나는 이것이 묻혀 없어져 뒤에 아는 이가 없을까 두렵다. 이제 판에 새겨 벽에 못 박아 그 전함을 오래게 할 뿐이다. 때는 중광 대황락(重光大荒落) 고월(皐月) 기망(旣望)이다. 서백사에서 향불을 맡은 늙은 중이 발문을 쓴다.

협주 1

今晉陽侯也。

지금의 진양후(晉陽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