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7

유 대간(大諫) 경현(敬玄)이 동료를 불러 술을 마시며 간직한 수정 잔을 내어 놓고 내게 읊기를 청하다庾大諫敬玄邀飮同寮。出所蓄水精杯。請予賦之。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81자 · 낭독 2.8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庾公好客傾一時。邀致郞官自鳳池。初將小爵淺淺斟。半酣呼出水精巵。中有鵝黃全透體。見之不似在杯底。炯如仙掌零露盈。淨若方諸明水貯。又如溪上氷微拆。漾漾波紋搖翠色。自疑在手易消融。提挈不敢留頃刻。我恐海若馮夷日千戲。水中幻怪眞駭矣。忽掬霜濤蹙作團。須臾凝成玉肌理。狂風吹出落江沙。一堆片雪委靑莎。海客一見袖而歸。日謀備用宜如何。碎作數珠眞可惜。琢爲睡枕猶未適。千磨百鍊作爲杯。瑩滑尤堪酌香碧。靈物那宜俗所蓄。苟非其人秪自瀆。六丁奪向君家餉。除却君賢安所屬。又恐洞天王府琉璃觴。貯以千年不死之瓊漿。天欲令君壽與天地畢。勑遣仙娥來勸嘗。餘膏又及同舍翁。欲共我輩顔還童。王烈胡爲獨啜石中髓不與嵇康同。公乎公乎善自保。有酒常將此杯倒。日月安能使我老。

유공은 손님을 좋아해 한 시대에 이름을 기울였으니 낭관들을 봉지(鳳池)에서 불러 이르게 했네 처음엔 작은 잔에 얕게 따르더니 반쯤 취하자 수정 잔을 불러 내왔네 그 안에 거위 빛 누런 술이 몸을 온통 비추니 보고 있어도 잔 밑에 있는 것 같지 않네 밝기는 신선의 손바닥에 이슬이 가득 찬 듯 맑기는 방저(方諸)에 명수(明水)를 담은 듯 또 시내 위의 얼음이 살짝 갈라진 듯 일렁이는 물결무늬가 푸른 빛을 흔드네 손에 있으면 쉬 녹을까 절로 의심되어 들고서 잠시도 감히 지니지 못하겠네 나는 두렵네 해약(海若)과 풍이(馮夷)가 날마다 천 가지 장난을 하여 물속의 요술과 괴이함이 참으로 놀랍구나 문득 서리 물결을 움켜 오므려 덩이를 만들고 잠깐 사이에 엉겨 옥 같은 살결을 이루었네 미친 바람이 불어 내어 강 모래에 떨어뜨리니 한 무더기 조각 눈이 푸른 사초 위에 놓였네 바닷가 나그네가 한 번 보고 소매에 넣어 돌아와 날마다 어디에 쓸까 꾀했네 부수어 염주로 만들자니 참으로 아깝고 쪼아 잠자는 베개로 만들자니 또한 마땅치 않네 천 번 갈고 백 번 다듬어 잔을 만드니 반들반들 매끄러워 향기로운 술을 따르기에 더욱 알맞네 신령한 물건을 어찌 속인이 간직하랴 마땅한 사람이 아니면 다만 스스로 더럽힐 뿐이네 육정(六丁)이 빼앗아 그대의 집에 보냈으니 그대의 어짊을 빼고 어디에 붙이랴 또 두렵네 동천(洞天) 왕부(王府)의 유리 잔에 천 년 죽지 않는 옥 같은 미음을 담아 하늘이 그대의 수명을 천지와 함께 마치게 하려고 선녀에게 명해 보내 권해 맛보게 하는 것인가 남은 기름이 또 한 관청의 늙은이에게까지 미치어 우리 무리와 함께 얼굴이 아이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인가 왕렬(王烈)은 어찌하여 홀로 돌 속의 골수를 마시고 혜강(嵇康)과 함께하지 않았던가 공이여 공이여 스스로 잘 보전하시라 술이 있거든 늘 이 잔을 기울이시라 해와 달인들 어찌 나를 늙게 하랴

협주 1

時予爲左諫議。庾爲右。

그때 나는 좌간의(左諫議)였고 유공은 우간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