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7

유공이 화답하기에 다시 차운하여 받들어 답하다 — 또庾公見和。復次韻奉答。 又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97자 · 낭독 2.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我昔佯狂放意時。八荒爲庭四海以爲池。又欲升天捉圓月。持下人間作酒巵。雪毛老免怯縮難露體。倚樹隈藏深窟底。遺予玉臼欲贖月。其中空洞何止百石貯。世人下杵恐裂拆。拱手空對寒氷色。截爲片段欲作適手用。下界無人工翦刻。是應玉兔誑且戲。濩落無用安置矣。浮之江中任所如。波濤洗出奇文理。君不見昔年江海浪淘沙。今爲平地生綠莎。是時此臼朘削自成杯。流移閱歲今幾何。我緣薄命棄之不祕惜。庾君得有眞相適。琢氷淸質肯暫昏。久沒猶無土花碧。寶重宜爲君得蓄。物靈幸免吾所瀆。君能有之似在我。要令不出於吾屬。自我昏襟飮此觴。似向瑤臺吸得寒露漿。得而飮者三四君。拾遺晚聞恨未嘗。作詩賦詠皆仙翁。靑竹汗盡南山童。庾公得詩可無謝。已約置酒更與諸君同。金玉滿堂何足保。但願水精杯與玉山倒。然不然請問省中同舍老。

나는 옛날 거짓 미친 체하며 뜻대로 놀던 때 팔방을 뜰로 삼고 사해를 못으로 삼았네 또 하늘에 올라 둥근 달을 붙잡아 인간 세상에 가지고 내려와 술잔을 만들려 했네 눈처럼 흰 털의 늙은 토끼가 겁내어 움츠려 몸을 드러내지 못하고 나무에 기대 굽이에 숨어 깊은 굴 밑에 들었네 내게 옥 절구를 주어 달을 대신 갚으려 하니 그 안이 텅 비어 어찌 백 섬만 담으랴 세상 사람들은 공이를 내리면 갈라질까 두려워 팔짱 끼고 부질없이 찬 얼음 빛을 마주할 뿐이네 조각으로 잘라 손에 맞게 쓰려 해도 아래 세상엔 잘라 새길 만한 솜씨 있는 이가 없네 이는 옥토끼가 속이며 장난한 것이리 쓸모없이 덩그러니 놓아두었네 강물에 띄워 가는 대로 맡겼더니 물결이 씻어 기이한 무늬와 결이 드러났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지난해 강과 바다가 물결로 모래를 일구더니 이제 평지가 되어 푸른 사초가 났음을 이때 이 절구가 깎이고 깎여 절로 잔이 되었으니 떠돌며 해를 지낸 것이 이제 얼마인가 나는 박한 운명이라 버려두고 아껴 감추지 않았는데 유군이 얻어 두니 참으로 서로 맞았네 얼음을 쪼아 놓은 듯 맑은 바탕이 어찌 잠시라도 흐리랴 오래 묻혀 있어도 푸른 이끼 자국 하나 없네 보배로 무겁게 여김이 마땅히 그대의 간직함이 되어야 하고 신령한 물건이 다행히 내가 더럽힘을 면했네 그대가 가진 것이 내게 있는 것과 같으니 우리 무리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려네 어두운 내 마음으로 이 잔을 마시니 요대(瑤臺)에서 찬 이슬 미음을 들이켠 듯하네 얻어 마신 이가 서너 분이라 습유(拾遺)는 늦게 듣고 맛보지 못함을 한하네 시를 짓고 읊은 이가 다 신선 같은 늙은이들이니 푸른 대의 진액이 다하고 남산이 민둥이 되겠네 유공은 시를 얻었으니 사례할 것 없네 이미 술자리를 차려 다시 여러분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한들 어찌 보전하랴 다만 원하는 것은 수정 잔과 옥산(玉山)이 함께 넘어지는 것뿐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 관청의 한 방 늙은이들에게 물어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