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십일월 스무하룻날 위도(猬島)로 귀양 가는 길에 부령군(扶寧郡)에 들러, 옛 벗인 자복사(資福寺) 주지 종의(宗誼) 상인의 방장에 묵고 이튿날 시 두 수를 지어 보이다 — 그때 상서좌승(尙書左丞) 송순(宋恂)과 지어사대사(知御史臺事) 왕유(王猷) 등이 다 함께 여러 섬으로 귀양 갔다庚寅十一月二十一日。將流猬島。路次扶寧郡。寓宿故人資福寺堂頭宗誼上人方丈。明日作詩二首示之。時尙書左丞宋恂,知御史臺事王猷等。皆同流于各島。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첫째 수
十年親對赭袍光。忽落蠻天萬里長。已信升沈都是夢。從今不復算行藏。
열 해를 임금의 붉은 곤룡포 빛을 가까이 대했더니 문득 만 리 먼 남쪽 하늘로 떨어졌네 오르고 잠기는 것이 다 꿈인 줄 이미 믿었으니 이제부터는 나아가고 물러남을 다시 헤아리지 않으리
2둘째 수
驛人驅逼不容留。身是吾身未自由。管記昔年遊歷地。如今反作白頭囚。
역졸이 몰아쳐 머물지 못하게 하니 몸은 내 몸이건만 자유롭지 못하네 옛날 서기로 다니던 땅에 이제는 도리어 흰머리의 죄수가 되었네
협주 1
扶寧乃全州屬邑。予曾爲全州書記。
부령은 전주(全州)에 딸린 고을이다. 나는 일찍이 전주의 서기(書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