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닷샛날 은혜를 입어 고향인 황려현(黃驪縣)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열이튿날 죽주(竹州)에 이르러 만선사(萬善寺)에 묵으며 판에 걸린 여러분의 시에 차운하다十五日。蒙恩量移桑梓黃驪縣。一十二日。行次竹州。寓宿萬善寺。次板上諸公韻。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첫째 수
野望際天斷。村耕入壤深。地卑微潤泫。山近薄寒侵。古壁塵霾面。枯枏蠹剝心。我詩先有讖。落職果重尋。
들을 바라보니 하늘 끝에서 끊어지고 마을의 밭갈이는 흙 깊이 들어가네 땅이 낮아 축축한 기운이 배고 산이 가까워 엷은 추위가 스미네 옛 벽은 티끌과 흙비가 낯을 덮었고 마른 녹나무는 좀이 속을 파먹었네 내 시에 먼저 예언이 있었으니 벼슬에서 떨어져 과연 다시 찾아왔네
협주 2
二首○予辛酉年遊此寺所和詩也。在第十卷。
두 수이다. 신유년에 이 절에 놀며 화답한 시로 제10권에 있다.
前和詩。有休官欲重尋之句。
앞서 화답한 시에 「벼슬을 그만두고 다시 찾고 싶다」는 구절이 있었다.
2둘째 수
古院昔曾到。殘年今復廻。巖分雷電裂。殿屹鬼神開。幽穴鼯頻出。生臺鳥自來。孤臣逢勝境。欲去重徘徊。
옛 절에 지난날 온 적이 있는데 늘그막에 이제 다시 돌아왔네 바위는 우레와 번개가 쪼개어 갈라졌고 전각은 귀신이 열어 놓은 듯 우뚝하네 그윽한 구멍에서 날다람쥐가 자주 나오고 생대(生臺)에는 새가 절로 오네 외로운 신하가 좋은 경치를 만나 떠나려다 거듭 서성이네
협주 1
有嵒中分。人言天雷下裂。
가운데가 갈라진 바위가 있는데, 사람들은 하늘의 우레가 내려와 쪼갠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