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등불 아래 북사(北寺)의 누각에서暮春燈下北寺樓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漠漠煙巒萬疊靑。望中何許是神京。閑雲項刻成千狀。流水尋常作一聲。已分長沙流賈誼。更堪漳浦臥劉楨。無人乞與忘憂物。逐客逢春益不平。
아득한 안개 낀 멧부리가 만 겹으로 푸른데 바라보는 가운데 어디가 서울인가 한가한 구름은 잠깐 사이에 천 가지 모양을 이루고 흐르는 물은 예사로이 한 가지 소리를 내네 이미 장사(長沙)로 귀양 간 가의(賈誼)의 신세인 줄 알았는데 다시 장포(漳浦)에 누운 유정(劉楨)의 병까지 견디랴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을 빌려 줄 사람이 없으니 쫓겨난 나그네는 봄을 만나 더욱 마음이 편치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