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8

십일월 어느 날 밤 내성에 숙직하며 누워 읊다가 저도 모르게 여러 수에 이르다十一月日。夜直內省。臥吟不覺至累首。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4 · 한자 112자 · 낭독 1.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첫째 수

一抗囊封乞老骸。反煩中使下天來。人臣進退雖君命。慙愧身無可惜才。

한 번 봉한 글을 올려 늙은 몸을 놓아 주기를 청했더니 도리어 내시를 번거롭게 하여 하늘에서 내려오게 했네 신하의 나아감과 물러남이 임금의 명에 달렸다 하나 아까워할 만한 재주가 이 몸에 없는 것이 부끄럽네

2둘째 수

不唯君意勉留勤。勢有難回豈具言。世上人人難戶曉。焉知不作夜行論。

임금의 뜻이 힘써 만류하실 뿐 아니라 형세에 돌이키기 어려운 것이 있으니 어찌 다 말하랴 세상 사람마다 집집이 깨우치기 어려우니 밤길 간다는 말을 짓지 않을 줄 어찌 알랴

협주 1

晉陽侯亦不許。故不得再上表。

진양후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표를 올리지 못했다.

3셋째 수

我昔嘗高勇退賢。二疏圖上淚潛然。一朝孤負平生志。舊涕方收愧汗連。

나는 옛날 용감히 물러난 어진 이를 높이 여겨 두 소씨(疏氏)의 그림 위에 남몰래 눈물을 흘렸네 하루아침에 평생의 뜻을 저버리니 옛 눈물이 겨우 그치자 부끄러운 땀이 잇따르네

4넷째 수

正合投簪退野廬。俯慙腰下尙懸魚。此身一旦先朝露。地下胡顏見二疏。

비녀를 던지고 들집으로 물러남이 마땅한데 굽어보면 부끄럽게도 허리 아래 아직 고기 부신을 찼네 이 몸이 하루아침에 아침 이슬보다 먼저 스러지면 저승에서 무슨 낯으로 두 소씨를 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