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후가 그날 번을 든 문객들의 성(姓)을 모아 운자로 삼고 문하의 시인들에게 겨울날의 모란을 읊게 하였다. 나도 화답해 올리면서 곁의 운자는 스스로 달았다晉陽侯集其日上番門客之姓爲韻。命門下詩人輩賦冬日牡丹。予亦和進。傍韻自押。
聞有名花誰所種。白則豐山紫大宋。玉顏倩瘦微含笑。正似畏風皇后趙。天然姿色不脂粉。畫眉肯待張京尹。深藏勿遣寒氣奪。忍使西施冬衣葛。若到東風求爾敵。豈欠千花競紅白。反將松竹成三友。羞向芳時殿楊柳。獵梅秋菊揂難比。安數紛紛桃與李。公今手提造化妙。萬戶封侯食於邵。天令珍翫日見借。載以香車或寶馬。冬月得花亦天付。人皆駭異無柰魯。公若有命誰不聽。美白曼姬來自鄭。花之自至眞可愛。嫣然尙可迷下蔡。一枝若向玉皇奉。從此始有牡丹貢。我猶未信出於天。妄擬巧幻廻春權。此花無種恐不繁。要且培養長其孫。人間何處得致哉。獨有朱邸賢侯崔。淸晨甘露滴鮮鮮。嚥之可以滋丹田。細看翦刻費功夫。盍侔楚國娃侔吳。前身莫是多情娘。名疑好好姓認張。欲敎蛺蝶來相尋。化自玉錢與黃金。此蝶環繞舞蹁躚。四筵羅綺熏傍邊。咄嗟辦作韶光和。金鐘行酒如傾河。絳葩齊綻醉暈醺。交映紅裙雲錦文。憶昔沈香愛此花。遊賞多乘炤夜車。立進淸平白也豪。續而和者無餘曹。我公門下富麗儒。詞鋒凜凜森湛盧。作詩譬況巧相當。筆端立致生姬姜。千篇萬首尙欲吟。箇中誰訴才難任。況公所命避之難。一揮便就卽壽安。請見徐公賦一篇。景星卿雲下圓玄。散而鍾此瑞花新。此意何不詩中申。格卑迺是潛溪緋。高者亦或有京奇。如於雪裏得一遭。宜若不必論卑高。矧玆絶品未易評。何幸適與斯時丁。朔風卷地色自如。可憐態度愈狳徐。不論時節得相看。頃刻能開勿要韓。酷寒揂不凍瓊肌。何必更浴温湯池。
들으니 이름난 꽃이 있다는데 누가 심은 것인가 흰 것은 풍산백(豐山白)이요 자줏빛은 대송자(大宋紫)라네 옥 같은 얼굴이 어여쁘고 여위어 살포시 웃음을 머금었으니 바로 바람을 두려워하던 조(趙) 황후 같네 타고난 자태와 빛깔이라 연지와 분을 쓰지 않으니 눈썹 그리기를 어찌 장 경윤(張京尹)에게 맡기랴 깊이 감추어 찬 기운에 빼앗기지 말라 차마 서시에게 겨울에 갈옷을 입히랴 만약 봄바람이 이르러 네 적수를 찾는다면 어찌 붉고 흰 천 가지 꽃이 다투는 것이 모자라랴 도리어 솔과 대와 더불어 세 벗을 이루고 꽃다운 철에 버들에게 뒤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네 매화를 사냥하고 가을 국화라도 견주기 어려운데 어찌 분분한 복사꽃 오얏꽃을 셈하랴 공은 이제 손으로 조화의 묘함을 잡으셨으니 만호후에 봉해져 소읍(邵邑)에서 먹을 만하네 하늘이 진기한 완상거리를 날마다 빌려 주시니 향기로운 수레나 보배 말에 실어 오네 겨울 달에 꽃을 얻은 것도 하늘이 준 것이니 사람들이 다 놀라 괴이해하나 어찌할 수 없네 공이 만약 명하시면 누가 듣지 않으랴 아름답고 흰 만희(曼姬)가 정나라에서 왔네 꽃이 절로 이른 것이 참으로 사랑스러우니 방긋 웃는 것만으로도 하채(下蔡)를 미혹할 만하네 한 가지를 만약 옥황께 받든다면 이로부터 비로소 모란을 바치는 일이 생기리 나는 아직 하늘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지 않고 공교로운 환술로 봄의 권세를 돌린 것인가 함부로 헤아리네 이 꽃은 씨가 없어 번성하지 못할까 두려우니 모름지기 북돋아 길러 그 자손을 뻗게 해야 하리 인간 세상 어디에서 이를 얻을 수 있으랴 오직 붉은 저택의 어진 최후(崔侯)만이 있네 맑은 새벽 단 이슬이 방울방울 신선하니 그것을 삼키면 단전(丹田)을 기를 만하네 자세히 보면 오리고 새기는 데 공을 들인 듯하니 어찌 초나라 미인이나 오나라 미인에 견주지 않으랴 전생은 정 많은 아가씨가 아니었을까 이름은 호호(好好)인가 싶고 성은 장씨인가 여겨지네 나비로 하여금 와서 찾게 하려면 옥돈과 황금에서 변화하게 해야 하리 이 나비가 둘러싸고 너울너울 춤추니 사방 자리의 비단옷에 향기가 곁에 배네 순식간에 화창한 봄빛을 마련하고 금 종으로 술을 돌리니 강물을 기울이는 듯하네 붉은 꽃송이가 일제히 터져 취한 볼처럼 발그레하니 붉은 치마의 구름 비단 무늬와 서로 비치네 생각하면 옛날 침향정(沈香亭)에서 이 꽃을 사랑하여 놀며 구경할 때 밤을 밝히는 수레를 자주 탔지 선 자리에서 청평조(淸平調)를 올린 이백이 호걸이었으니 이어서 화답한 이는 더 없었네 우리 공의 문하에는 넉넉하고 아름다운 선비가 많아 글의 칼끝이 늠름하여 담로(湛盧)처럼 삼엄하네 시를 지어 비유함이 공교롭게 들어맞으니 붓끝에서 곧바로 미인을 만들어 내네 천 편 만 수를 아직도 읊고자 하니 그 가운데 누가 재주가 감당하기 어렵다 하소연하랴 하물며 공이 명하신 것이라 피하기 어려우니 한 번 휘두르면 곧 이루어져 바로 수안(壽安)이네 서공(徐公)이 지은 한 편을 보시라 경성(景星)과 경운(卿雲)이 둥근 하늘에서 내려와 흩어져 이 상서로운 꽃에 새로 모였다 하니 이 뜻을 어찌 시 속에 펴지 않으랴 품격이 낮은 것은 곧 잠계비(潛溪緋)요 높은 것은 또한 경기(京奇)도 있네 눈 속에서 한 번 만나게 되면 마땅히 낮고 높음을 논할 것이 없으리 하물며 이 빼어난 품종은 쉬 평하기 어려운데 다행히도 마침 이때를 만났음에랴 북풍이 땅을 말아도 빛깔이 그대로이니 사랑스럽게도 자태가 더욱 느긋하네 철을 논하지 않고 서로 볼 수 있으니 잠깐 사이에 피게 하는 데 한씨(韓氏)를 쓸 것 없네 모진 추위에도 오히려 옥 같은 살결이 얼지 않으니 어찌 다시 따뜻한 온천에 목욕할 것 있으랴
협주 5
一首
한 수이다.
牡丹有豐山白大宋紫。
모란에 「풍산백」과 「대송자」가 있다.
錢丞相置馹貢花進姚黃。
전 승상이 역참을 두어 꽃을 바치게 하여 「요황(姚黃)」을 올렸다.
太平廣記云。韓志和。穆宗朝。喜雕木作鸞鶴之狀。上於殿前種千葉牡丹。及花始開。一朶千葉。每觀黃白蛺蝶萬數。飛集花間。上令張網得數百縱嬪。御追從爲樂。平明視之。皆金玉也。後開寶廚。覩金屑玉錢之內。有將化爲蝶者。宮中始覺焉。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이런 말이 있다. 한지화(韓志和)는 목종(穆宗) 때 사람으로 나무를 새겨 난새와 학의 모양 만들기를 좋아했다. 임금이 전각 앞에 천엽 모란을 심었는데 꽃이 처음 피자 한 송이가 천 겹이었다. 볼 때마다 누렇고 흰 나비 만 마리가 꽃 사이에 날아 모였다. 임금이 그물을 치게 하여 수백 마리를 잡아 궁녀들에게 놓아 주고 쫓아다니며 즐겼다. 날이 밝아 보니 모두 금과 옥이었다. 뒤에 보물 곳간을 열어 보니 금 부스러기와 옥돈 속에 장차 나비가 되려는 것이 있었다. 궁중에서 그제야 깨달았다.
韻險且多。皆有難色故云。
운자가 험하고 또 많아 다들 어려워하는 낯빛이 있었기에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