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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詩魔)를 쫓는 글驅詩魔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932자 · 낭독 9.5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夫累土而崇曰丘陵。瀦水而濬曰溝井。其或木也石也屋宇也墻壁也。是皆天地間無情之物。鬼或憑焉。騁怪見妖。則人莫不疾而忌之。且呪且驅。甚者夷丘陵塞溝井。斬木椎石。壞屋滅墻而後已。人猶是焉。厥初質樸無文。渟厚正直。及溺之於詩。妖其說怪其辭。舞物眩人。可駭也。此非他故。職魔之由。吾以是敢數其罪而驅之曰。人始之生。鴻荒樸略。不賁不華。猶花未萼。錮聰塗明。猶竅未鑿。孰閽其門。以挺厥鑰。魔爾來闖。酋然此託。耀世眩人。或髹或𦣒。舞幻騁奇。勃屑翕霍。或媚而㜨。筋柔骨弱。或震而聲。風豗浪𢶉。世不爾壯。胡踊且躍。人不汝功。胡務刻削。是汝之罪一也。地尙乎靜。天難可名。昒乎造化。䁳若神明。沌沌而漠。渾渾而冥。機開閟邃。且鐍且扃。汝不是思。偵深諜靈。發洩幾微。搪突不停。出脅兮月病。穿心兮天驚。神爲之不悆。天爲之不平。以汝之故。薄人之生。是汝之罪二也。雲霞之英。月露之粹。蟲魚之奇。鳥獸之異。與夫芽抽萼敷。草木花卉。千態萬貌。繁天麗地。汝取之無愧。十不一棄。一矚一吟。雜然坌至。攢羅戢孨。無有窮已。汝之不廉。天地所忌。是汝之罪三也。遇敵卽攻。胡礮胡壘。有喜於人。不衮而賁。有慍於人。不刃而刺。爾柄何鉞。惟戰伐是恣。爾握何權。惟賞罰是肆。爾非肉食。謀及國事。爾非侏儒。嘲弄萬類。施施而夸。挺挺自異。孰不猜爾。孰不憎爾。是汝之罪四也。汝著於人。如病如疫。體垢頭蓬。鬚童形腊。苦人之聲。矉人之額。耗人之精神。剝人之胸膈。惟患之媒。惟和之賊。是汝之罪五也。負此五罪。胡憑人爲。憑於陳思。凌兄以馳。豆泣釜中。果困于箕。憑於李白。簸作顚狂。捉月而去。江水茫茫。憑於杜甫。狼狽行藏。羈離幽抑。客死耒陽。憑於李賀。誕幻怪奇。才不偶世。夭死其宜。憑於夢得。譏詆權近。偃蹇落拓。卒躓不振。憑於子厚。鼓動禍機。謫柳不返。誰其爲悲。嗟乎爾魔。爾形何乎。歷誤幾人。又鍾於吾。自汝之來。萬狀崎嶇。悗然如忘。戇然如愚。如瘖如聵。形熱跡拘。不知飽渴之逼體。不覺寒暑之侵膚。婢怠莫詰。奴頑罔圖。園翳不薙。屋痡不扶。窮鬼之來。亦汝之呼。傲貴凌富。放與慢俱。言高不遜。面強不婾。着色易惑。當酒益麤。是實汝使。豈予心歟。狺狺吠怪。寔繁有徒。我故疾汝。且呪且驅。汝不速遁。搜汝以誅。是夕疲臥而枕上騷。窣然有聲。若色袖文裳而煌煌者卽而告余曰。甚矣。子之訧我也斥我也。何疾我之如斯。我雖魔之微。亦上帝所知。始汝之生。帝遣我以隨。汝孩而赤。亦潛宅而不離。汝童而丱。竊竊以窺。汝壯而幘。騫騫以追。雄子以氣。飾子以辭。場屋較藝。連年中之。欻天動地。名聲四飛。列侯貴戚。聳望風姿。是則我之輔汝不薄。天之豐汝不貲。惟口之出。惟身之持。惟色之適。惟酒之歸。是各有使。非吾所尸。子胡不愼。以狂以癡。實子之咎。非予之疵。居士於是。是今非昨。局縮忸怩。磬折以拜。迎之爲師。

무릇 흙을 쌓아 높인 것을 언덕이라 하고 물을 모아 판 것을 도랑과 우물이라 한다. 그 혹 나무나 돌이나 집이나 담장은 다 하늘과 땅 사이의 정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귀신이 혹 거기에 붙어 괴이한 짓을 부리고 요사한 것을 보이면, 사람들이 미워하고 꺼려 저주하고 쫓지 않는 이가 없다. 심하면 언덕을 헐고 도랑과 우물을 메우며 나무를 베고 돌을 부수고 집을 무너뜨리고 담을 없앤 뒤에야 그만둔다. 사람도 이와 같다. 처음에는 질박하여 꾸밈이 없고 도탑고 정직하다가, 시에 빠지면 그 말이 요사해지고 그 글이 괴이해져 사물을 놀리고 사람을 홀리니 놀랄 만하다. 이는 다른 까닭이 아니라 마귀 탓이다. 나는 이 때문에 감히 그 죄를 세어 쫓아내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처음 날 때는 아득하고 질박하여 꾸미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아 꽃이 아직 꽃받침을 내지 않은 것 같고, 귀가 막히고 눈이 가려져 구멍이 아직 뚫리지 않은 것 같다. 누가 그 문을 지키다가 그 자물쇠를 뽑았는가. 마귀 네가 와서 엿보다가 우두머리처럼 여기에 붙었다. 세상에 빛내고 사람을 홀리며, 붉게도 하고 검게도 하며, 환술을 추고 기이함을 부려 갑자기 일어났다 홀연히 사라진다. 혹 아리땁고 요염하여 힘줄이 부드럽고 뼈가 약하며, 혹 우레처럼 소리 내어 바람이 부딪치고 물결이 치는 듯하다. 세상이 너를 장하게 여기지 않는데 어찌 뛰고 또 뛰며, 사람들이 네 공을 알아주지 않는데 어찌 깎고 다듬기에 힘쓰는가. 이것이 네 첫째 죄다.

땅은 고요함을 숭상하고 하늘은 이름 붙이기 어렵다. 아득하게 만물을 지어 내고 신명처럼 흐릿하다. 뒤섞여 아득하고 흐릿하여 어둡다. 기틀이 그윽하게 닫혀 자물쇠도 채우고 빗장도 걸었다. 너는 이를 생각하지 않고 깊은 것을 엿보고 신령한 것을 염탐하여 기미를 새어 내고 부딪치기를 그치지 않는다. 내놓으면 달이 병들고 뚫으면 하늘이 놀란다. 신은 이 때문에 즐겁지 않고 하늘은 이 때문에 편치 않다. 네 탓으로 사람의 삶이 각박해진다. 이것이 네 둘째 죄다.

구름과 노을의 꽃부리, 달과 이슬의 정수, 벌레와 물고기의 기이함, 새와 짐승의 남다름, 그리고 싹이 트고 꽃받침이 벌어지는 초목과 화훼의 천 가지 자태와 만 가지 모습이 하늘에 번성하고 땅에 곱다. 너는 이를 부끄러움 없이 가져다 열에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한 번 보면 한 번 읊어 어지러이 몰려들어 모이고 쌓여 다함이 없다. 네가 청렴하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이 꺼리는 바다. 이것이 네 셋째 죄다.

적을 만나면 곧 치니 어찌 그리 돌 쇠뇌 같고 보루 같은가. 사람을 기쁘게 할 때는 곤룡포가 아니라도 빛나게 하고, 사람에게 성날 때는 칼날이 아니라도 찌른다. 네가 잡은 것이 무슨 도끼이기에 오직 싸우고 치기를 마음대로 하며, 네가 쥔 것이 무슨 권세이기에 오직 상 주고 벌하기를 함부로 하는가. 너는 고기 먹는 벼슬아치가 아닌데 나랏일을 꾀하고, 너는 난쟁이 광대가 아닌데 온갖 무리를 놀린다. 뽐내며 자랑하고 꼿꼿이 스스로 남다르다 하니, 누가 너를 시기하지 않으며 누가 너를 미워하지 않으랴. 이것이 네 넷째 죄다.

네가 사람에게 붙으면 병 같고 돌림병 같다. 몸에 때가 끼고 머리가 헝클어지며 수염이 빠지고 몸이 마른다. 사람의 소리를 괴롭게 하고 사람의 이마를 찡그리게 하며, 사람의 정신을 소모시키고 사람의 가슴을 벗긴다. 오직 근심의 매개요 오직 화평의 도적이다. 이것이 네 다섯째 죄다.

이 다섯 가지 죄를 지고서 어찌 사람에게 붙는가. 진사왕(陳思王)에게 붙어 형을 능멸하며 달리게 하니, 콩이 솥에서 울고 마침내 콩깍지에 곤욕을 당했다. 이백에게 붙어 까불어 미치게 만드니, 달을 잡으러 가고 강물이 아득했다. 두보에게 붙어 낭패하여 나아가고 물러남에 떠돌고 막혀 뇌양(耒陽)에서 객사했다. 이하(李賀)에게 붙어 허황하고 기괴하게 하니, 재주가 세상과 맞지 않아 일찍 죽은 것이 마땅했다. 몽득(夢得)에게 붙어 권세 있는 이를 나무라고 헐뜯게 하니, 뻣뻣하고 영락하여 마침내 넘어져 떨치지 못했다. 자후(子厚)에게 붙어 화의 기틀을 흔들어 놓으니, 유주(柳州)로 귀양 가 돌아오지 못했다. 누가 그를 슬퍼하랴.

아 너 마귀여, 네 모습이 어떠하기에 몇 사람을 그르치고 또 내게 모였는가. 네가 온 뒤로 만 가지 모양이 험하고 가팔라, 멍하니 잊은 듯하고 어리석은 듯하며, 벙어리 같고 귀머거리 같으며, 몸은 달아오르고 자취는 매였다. 배고픔과 목마름이 몸에 닥치는 줄 모르고 추위와 더위가 살갗에 스미는 줄 깨닫지 못한다. 계집종이 게을러도 나무라지 못하고 사내종이 완악해도 어찌하지 못하며, 동산이 우거져도 베지 못하고 집이 허물어져도 붙들지 못한다. 궁한 귀신이 오는 것도 또한 네가 부른 것이다. 귀한 이에게 오만하고 넉넉한 이를 능멸하며 방자함과 게으름이 함께한다. 말은 높아 겸손하지 않고 낯은 굳세어 아첨하지 않으며, 여색을 만나면 쉬 홀리고 술을 만나면 더욱 거칠어진다. 이는 실로 네가 시킨 것이지 어찌 내 마음이랴. 으르렁대며 괴이하다 짖는 무리가 참으로 많다. 나는 그러므로 너를 미워하여 저주하고 또 쫓으니, 네가 어서 달아나지 않으면 너를 뒤져 베리라.

이날 저녁 지쳐 누웠는데 베개맡이 시끄럽더니 바스락 소리가 났다. 빛깔 있는 소매와 무늬 있는 치마로 번쩍이는 것이 다가와 내게 고하였다. 「심하다, 그대가 나를 허물하고 나를 물리침이여. 어찌 나를 이토록 미워하는가. 나는 비록 하찮은 마귀이나 또한 상제께서 아시는 바다. 그대가 처음 날 때 상제께서 나를 보내어 따르게 하셨다. 그대가 갓난아이로 붉을 때에도 남몰래 깃들어 떠나지 않았고, 그대가 더벅머리 아이일 때에도 가만가만 엿보았으며, 그대가 장성하여 두건을 쓸 때에는 훨훨 따랐다. 그대를 기운으로 씩씩하게 하고 그대를 말로 꾸며, 과장에서 재주를 겨루어 해마다 뽑히게 하였다. 갑자기 하늘을 움직이고 땅을 흔들어 명성이 사방에 날리니, 제후와 귀척들이 그대의 풍채를 우러러 바라보았다. 이는 곧 내가 그대를 도운 것이 적지 않고 하늘이 그대를 넉넉하게 한 것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입에서 나오는 것과 몸에 지니는 것과 여색에 나아가는 것과 술로 돌아가는 것은 각기 시키는 것이 있으니 내가 맡은 바가 아니다. 그대는 어찌 삼가지 않고 미치고 어리석은가. 실로 그대의 허물이지 내 흠이 아니다.」

거사가 이에 오늘이 옳고 어제가 그른 줄 알아 움츠러들고 부끄러워하며, 경쇠처럼 몸을 굽혀 절하고 마귀를 맞아 스승으로 삼았다.

협주 1

效退之送窮文

한퇴지(韓退之)의 「송궁문(送窮文)」을 본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