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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을 풍자하다慵諷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569자 · 낭독 5.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居士有慵病。語於客曰。世倏忽而猶慵寓。身微眇而猶慵持。有宅一區。草穢而慵莫理。有書千卷。蠹生而慵莫披。頭蓬慵掃。體疥慵醫。慵與人嬉笑。慵與人趨馳。口慵語。足慵步。目慵顧。踏地觸事。無一不慵。若此之病。胡術而攻。客無以對。退而圖所以解其慵者。歷旬日而復詣曰。間闊不面。不勝眷戀。願承英眄。居士復以慵之病。不喜相見。固請而見之曰。僕久不聞居士之軟笑微言。今者暮春之辰。鳥鳴于園。風日駘蕩。雜花綺繁。僕有美酒。玉蛆浮動。其香也滿室。其氣也撲甕。獨酌不仁。非君誰共。家有侍兒。善爲鄭聲。旣工吹笙。又擊胡箏。不忍獨聽。亦以待先生。然恐先生之憚其枉駕也。其無意於暫行乎。居士欣然拂衣而起曰。子以老夫。不謂耄且衰。欲以甘口之藥。希代之姿。慰其鬱鬱之思。老夫亦何敢固辭。於是束腰以帶。猶恐其晚。納踵於履。猶恐其遲。汲汲然出而將歸矣。客忽然有慵態。口亦慵而似不能對。俄復翻然告曰。子旣頷吾請。似不可改。然先生昔言之慵也。今之言也緊。昔顧之慵也。今之顧也謹。昔步之慵也。今之步也迅。豈先生之慵病從此而欲盡乎。然伐性之斧。色爲甚。腐腸之藥。酒之謂。先生獨於此不覺慵之自弛。其趨之也如歸市。吾恐先生由此而之焉。至損性敗身而後已。僕慵見先生之如此。蹙然與先生慵話。蹙然與先生慵坐。意者先生之慵病。無奈移於我哉。居士赧然泚顙而謝曰。善矣。子之諷吾慵也。吾曩語子以病慵。今聞子之一言。急於影從。不覺慵之去之無蹤也。始知嗜欲之於人。其移心也迅。其入耳也順。繇此而之焉。其禍人身也疾且敏。固不可不愼也。吾將移此之心。入於仁義之廬。去其慵而務其劬。子謂何如。子其姑須。無以嘲吾也。

거사에게 게으름 병이 있어 손에게 말했다. 「세상은 잠깐인데도 오히려 붙어 살기가 게으르고, 몸은 자잘한데도 오히려 지니기가 게으르다. 집 한 채가 있으나 풀이 우거져도 다스리기가 게으르고, 책 천 권이 있으나 좀이 생겨도 펼치기가 게으르다. 머리가 헝클어져도 빗기가 게으르고, 몸에 옴이 올라도 고치기가 게으르다. 남과 웃고 즐기기도 게으르고 남과 달려 다니기도 게으르다. 입은 말하기가 게으르고 발은 걷기가 게으르며 눈은 돌아보기가 게으르다. 땅을 밟고 일을 만나는 데 하나도 게으르지 않은 것이 없다. 이 같은 병을 무슨 방법으로 다스리랴.」

손이 대답하지 못하고 물러나 그 게으름을 풀 방법을 꾀했다. 열흘이 지나 다시 찾아와 말했다. 「오래 뵙지 못하여 그리움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뛰어난 눈길을 받고자 합니다.」 거사가 다시 게으름 병으로 서로 보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굳이 청하여 만나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래 거사의 부드러운 웃음과 은근한 말씀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 늦봄철이라 새가 동산에서 울고 바람과 볕이 화창하며 온갖 꽃이 비단처럼 번성합니다. 저에게 좋은 술이 있어 옥 같은 술구더기가 떠 움직이고, 그 향기가 방에 가득하고 그 기운이 독에서 풍깁니다. 홀로 마시는 것은 어질지 못하니 그대가 아니면 누구와 함께하겠습니까. 집에 시중드는 아이가 있어 정나라 노래를 잘하고, 이미 생황을 잘 불며 또 호쟁(胡箏)을 칩니다. 차마 홀로 듣지 못하여 또한 선생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선생께서 수레를 굽히기를 꺼리실까 두려우니, 잠깐 걸음하실 뜻이 없으신지요.」

거사가 기뻐하며 옷을 떨치고 일어나 말했다. 「그대가 늙은이를 늙고 쇠했다 여기지 않고, 입에 단 약과 세상에 드문 자태로 그 답답한 생각을 위로하려 하니, 늙은이가 또 어찌 감히 굳이 사양하랴.」 이에 허리에 띠를 매면서도 늦을까 두려워하고 발꿈치를 신에 넣으면서도 더딜까 두려워하여, 서둘러 나가 가려 하였다.

손이 문득 게으른 태도를 지어 입도 게을러 대답하지 못할 듯하더니, 이윽고 다시 홱 돌아서 고하였다. 「그대가 이미 제 청을 끄덕이셨으니 고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선생께서 지난번에는 말씀하시는 것도 게으르셨는데 지금 말씀은 다급하고, 지난번에는 돌아보는 것도 게으르셨는데 지금 돌아보심은 조심스러우며, 지난번에는 걸음도 게으르셨는데 지금 걸음은 빠릅니다. 어찌 선생의 게으름 병이 이로부터 다하려는 것입니까. 그러나 성품을 베는 도끼로는 여색이 가장 심하고 창자를 썩히는 약은 술을 이릅니다. 선생께서 유독 여기에는 게으름이 절로 풀리는 줄을 깨닫지 못하시고 나아가시는 것이 저자로 돌아가듯 하십니다. 저는 선생께서 이로 말미암아 나아가시다가 성품을 해치고 몸을 망친 뒤에야 그치실까 두렵습니다. 저는 선생께서 이러하신 것을 뵙기가 게으르고, 찡그리며 선생과 말하기가 게으르고, 찡그리며 선생과 앉아 있기가 게으릅니다. 생각건대 선생의 게으름 병이 저에게 옮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사가 낯을 붉히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사례하였다. 「좋구나, 그대가 내 게으름을 풍자함이여. 내가 지난번에 그대에게 게으름 병을 말했는데, 이제 그대의 한마디를 들으니 그림자가 따르는 것보다 빨라 게으름이 자취 없이 사라진 줄도 깨닫지 못하겠다. 비로소 알겠구나, 즐기고 바라는 것이 사람에게 있어 마음을 옮기는 것이 빠르고 귀에 들어가는 것이 순하니, 이로 말미암아 나아가면 사람의 몸을 해치는 것이 빠르고 날래어 참으로 삼가지 않을 수 없음을. 나는 장차 이 마음을 옮겨 인의(仁義)의 집으로 들어가 그 게으름을 버리고 부지런함에 힘쓰리라. 그대는 어떻게 여기는가. 그대는 잠시 기다리고 나를 비웃지 말라.」

협주 1

叶韻

운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