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1

이와 개에 대한 설蝨犬說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50자 · 낭독 2.5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客有謂予曰。昨晚見一不逞男子。以大棒子。椎遊犬而殺者。勢甚可哀。不能無痛心。自是誓不食犬豕之肉矣。予應之曰。昨見有人擁熾爐捫蝨而烘者。予不能無痛心。自誓不復捫蝨矣。客憮然曰。蝨微物也。吾見庬然大物之死。有可哀者。故言之。子以此爲對。豈欺我耶。予曰。凡有血氣者。自黔首至于牛馬猪羊昆蟲螻蟻。其貪生惡死之心。未始不同。豈大者獨惡死。而小則不爾耶。然則犬與蝨之死一也。故擧以爲的對。豈故相欺耶。子不信之。盍齕爾之十指乎。獨拇指痛。而餘則否乎。在一體之中。無大小支節。均有血肉。故其痛則同。況各受氣息者。安有彼之惡死而此之樂乎。子退焉。冥心靜慮。視蝸角如牛角。齊斥鷃爲大鵬。然後吾方與之語道矣。

손이 내게 말했다. 「어제 저녁에 어떤 못된 사내가 큰 몽둥이로 떠도는 개를 때려죽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형세가 몹시 애처로워 마음 아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로부터 개와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어제 어떤 사람이 이글거리는 화로를 끼고 이를 잡아 굽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마음 아프지 않을 수 없어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스스로 맹세했습니다.」

손이 멍하니 말했다. 「이는 하찮은 물건입니다. 나는 커다란 물건이 죽는 것을 보고 애처로울 만한 것이 있어 말한 것입니다. 그대가 이것으로 대답하니 어찌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무릇 피와 기운이 있는 것은 백성으로부터 소·말·돼지·양·곤충·땅강아지·개미에 이르기까지, 삶을 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이 애초에 다르지 않습니다. 어찌 큰 것만 홀로 죽음을 싫어하고 작은 것은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개와 이의 죽음은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들어서 딱 맞는 대답으로 삼은 것이지 어찌 짐짓 서로 속이는 것이겠습니까. 그대가 이를 믿지 못하겠거든 어찌 그대의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지 않습니까. 유독 엄지만 아프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겠습니까. 한 몸 가운데 있어 크고 작은 가지와 마디의 구별 없이 고르게 피와 살이 있으므로 그 아픔은 같습니다. 하물며 각기 기운과 숨을 받은 것이 어찌 저것은 죽음을 싫어하고 이것은 죽음을 즐거워하겠습니까. 그대는 물러가 마음을 고요히 하고 생각을 가라앉혀, 달팽이 뿔을 소 뿔같이 보고 작은 메추라기를 큰 붕새와 가지런히 여기십시오. 그런 뒤에야 내가 바야흐로 그대와 도를 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