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1

흙집을 헐어 버린 것에 대한 설壞土室說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23자 · 낭독 2.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十月初吉。李子自外還。兒子輩鑿土作廬。其形如墳。李子佯愚曰。何故作墳於家。兒子輩曰。此不是墳。乃土室也。曰。奚爲是耶。曰。冬月。宜藏花草瓜蓏。又宜婦女紡績者。雖盛寒之月。溫然若春氣。手不凍裂。是可快也。李子益怒曰。夏熱冬寒。四時之常數也。苟反是則爲怪異。古聖人所制。寒而裘。暑而褐。其備亦足矣。又更營土室。反寒爲燠。是謂逆天令也。人非蛇蟾。冬伏窟穴。不祥莫大焉。紡績自有時。何必於冬歟。又春榮冬悴。草木之常性。苟反是。亦乖物也。養乖物爲不時之翫。是奪天權也。此皆非予之志。汝不速壞。吾笞汝不赦也。兒子等𢥠懼亟撤之。以其材備炊薪。然後心方安也。

시월 초하루에 이자가 밖에서 돌아오니, 아이들이 흙을 파서 집을 지었는데 그 모양이 무덤 같았다. 이자가 짐짓 어리석은 체하며 말했다. 「무슨 까닭으로 집에 무덤을 만들었느냐.」 아이들이 말했다. 「이것은 무덤이 아니라 흙집입니다.」 「무엇에 쓰려느냐.」 「겨울철에 꽃과 풀과 오이와 참외를 갈무리하기에 마땅하고 또 아녀자가 길쌈하기에 마땅합니다. 아무리 추운 달이라도 따뜻하기가 봄기운 같아 손이 얼어 터지지 않으니 이것이 상쾌합니다.」

이자가 더욱 노하여 말했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것은 사철의 떳떳한 이치다. 만약 이를 뒤집으면 괴이한 일이 된다. 옛 성인이 만든 것으로 추우면 갖옷을 입고 더우면 갈옷을 입으니 그 갖춤이 또한 넉넉하다. 그런데 다시 흙집을 지어 추위를 따뜻함으로 바꾸니 이는 하늘의 명령을 거스르는 것이다. 사람은 뱀이나 두꺼비가 아닌데 겨울에 굴에 엎드리니 상서롭지 못함이 이보다 큰 것이 없다. 길쌈은 절로 때가 있는데 어찌 반드시 겨울에 하겠느냐. 또 봄에 피고 겨울에 시드는 것은 초목의 떳떳한 성품이다. 만약 이를 뒤집으면 또한 사물을 어그러뜨리는 것이다. 어그러진 물건을 길러 철 아닌 완상거리로 삼는 것은 하늘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다. 이는 다 내 뜻이 아니다. 네가 어서 헐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매질하고 용서하지 않겠다.」

아이들이 두려워하여 급히 걷어 냈고 그 재목으로 땔나무를 삼았다. 그런 뒤에야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