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1

우레에 대한 설雷說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54자 · 낭독 1.5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天鼓震時。人心同畏。故曰雷同。予之聞雷。始焉喪膽。及反覆省非。未覓所嫌。然後稍肆體矣。但一事有略嫌者。予嘗讀左傳。見華父目逆事。未嘗不非之。故於行路中。遇美色則意不欲相目。迺低頭背面而走。然其所以低頭背面。是迺不能無心者。此獨自疑者耳。又有一事未免人情者。人有譽己則不得不喜。有毀之則不能無變色。此雖非雷時所懼。亦不可不戒也。古人有暗室不欺者。予何足以及之。

하늘 북이 울릴 때 사람의 마음이 다 같이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뇌동(雷同)이라 한다. 나는 우레 소리를 들으면 처음에는 간담이 서늘하다가, 돌이켜 그른 것을 살펴 꺼릴 만한 바를 찾지 못한 뒤에야 조금 몸을 편다.

다만 한 가지 조금 꺼려지는 것이 있다. 내가 일찍이 《좌전》을 읽다가 화보(華父)가 눈으로 맞이한 일을 보고 그르게 여기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길을 갈 때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면 마음에 서로 눈이 마주치기를 바라지 않아 곧 머리를 숙이고 낯을 돌리고 지나간다. 그러나 머리를 숙이고 낯을 돌리는 그것이 곧 마음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니, 이것만은 스스로 의심스러운 것이다.

또 한 가지 인정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남이 자기를 기리면 기쁘지 않을 수 없고 헐뜯으면 낯빛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비록 우레 칠 때 두려워할 것은 아니나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옛사람 가운데 어두운 방에서도 속이지 않은 이가 있으니 내가 어찌 거기에 미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