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한 설夢說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予自四三品時。常夢坐一大樓上。其下皆大海也。水到樓上。霑濕寢席。予臥其中。如是者六七年。每寤輒怪之。或以周公夢書驗之。心以爲瑞夢也。及庚寅歲。以非罪流于猬島。請寄一老司戶之家。則有高樓正臨大海。翼翼翬飛。水亦將拍于軒窓。眞若夢所見者。予然後方驗前夢矣。然則人之行藏榮辱。豈徒然哉。皆預定於冥然者歟。當時擬必死於其地。未幾復京師。至登相位。是亦非天命歟。甲午月日書。
나는 사품과 삼품 때부터 늘 꿈에 어떤 큰 누각 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 아래가 다 큰 바다였다. 물이 누각 위까지 이르러 잠자리를 적셨고 나는 그 가운데 누워 있었다. 이런 일이 예닐곱 해였다. 깰 때마다 문득 괴이하게 여겼고, 혹 주공(周公)의 해몽서로 맞추어 보고는 마음에 상서로운 꿈이라 여겼다.
경인년에 죄 없이 위도로 귀양 가서 어느 늙은 사호(司戶)의 집에 몸을 부치기를 청했더니, 높은 누각이 바로 큰 바다에 임하여 날개를 펴고 나는 듯하고 물이 또한 난간과 창을 칠 듯하였다. 참으로 꿈에 본 것과 같았다. 나는 그런 뒤에야 비로소 앞의 꿈을 겪어 알았다.
그렇다면 사람의 나아감과 물러남과 영화와 욕됨이 어찌 부질없는 것이겠는가. 다 그윽한 가운데 미리 정해진 것인가. 그때에는 반드시 그 땅에서 죽으리라 여겼는데 얼마 안 되어 서울로 돌아와 정승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으니, 이 또한 하늘의 명이 아니겠는가. 갑오년 아무 달 아무 날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