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1

찬(璨) 수좌가 본사로 돌아가는 것을 보내며 쓴 서(序)送璨首座還本寺序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67자 · 낭독 2.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夫浮屠有一入靑山。草喫泉吸。竟一生不迹紅塵者。是誠髠首被緇者之所職然也。然以大道觀之。此亦孤立獨行。守一世之細節耳。又安足導哉。達人則不爾。能與物推移。而不染於物。能與世舒卷。而不滯於世。故不傷高行。而其慈液之及人也亦周矣。吾師之行乎世。遵此道也。赴經筵於王宮帝殿不辭也。受檀施於相門俟邸不拒也。亦與吾輩入詩社參酒場。遊戲自在。無可無不可。眞可謂達者也。然久於京輦。不能無桑下之戀。則世之人不可戶曉。焉知不以師爲不能無眷眷於人間世耶。今也得名藍於山水淸幽之地。手一筇頂一笠。飄飄若閑雲之返岫。則汩汩如我輩。得無羨乎心耶。雖然。僕亦老矣。亦豈不能豁然長往。陪杖屨於白雲靑嶂之側耶。餞席有賦詩以寵者。老居士以序也。

무릇 중 가운데 한 번 푸른 산에 들어가 풀을 씹고 샘물을 마시며 한평생 붉은 티끌에 발을 딛지 않는 이가 있으니, 이는 참으로 머리를 깎고 검은 옷을 입은 이의 직분이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큰 도로 보면 이 또한 홀로 서서 홀로 행하며 한 세상의 잔 절개를 지키는 것일 뿐이니, 또 어찌 이끌 만하겠는가.

통달한 이는 그렇지 않다. 사물과 더불어 옮겨 가되 사물에 물들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펴고 거두되 세상에 막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높은 행실을 상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비의 물이 사람에게 미치는 것이 또한 두루 하다.

우리 스님이 세상에 행하는 것이 이 도를 따른다. 임금의 궁궐과 대궐 전각의 경연(經筵)에 나아가는 것을 사양하지 않고, 재상의 문과 제후의 집에서 시주 받는 것을 물리치지 않으며, 또한 우리들과 더불어 시 짓는 모임에 들고 술자리에 참여하여 놀이가 자재하니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참으로 통달한 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서울에 오래 있으면 뽕나무 아래의 그리움이 없을 수 없으니, 세상 사람들을 집집이 깨우칠 수 없어 어찌 스님을 두고 인간 세상에 미련이 없지 못하다고 여기지 않을 줄 알겠는가. 이제 산수가 맑고 그윽한 땅에 이름난 절을 얻어, 손에 지팡이 하나 머리에 삿갓 하나로 나부껴 한가한 구름이 산굴로 돌아가듯 하니, 골몰하는 우리 같은 이가 마음에 부러움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는 하나 나도 늙었다. 또 어찌 활짝 트여 길이 떠나 흰 구름 푸른 봉우리 곁에서 지팡이와 신을 모시지 못하겠는가. 전별 자리에 시를 지어 빛내는 이들이 있어 늙은 거사가 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