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1

최 선배가 낙방하여 서쪽으로 노닐러 가는 것을 보내며 쓴 서送崔先輩下第西遊序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93자 · 낭독 1.7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夫士之求售於有司也。譬之農業。則若先自疑天澤之必不時。地力之必不利。迺不理鎡錤耒耜之具。而便不耕不種曰。是天地也非我也。則可乎。要必磨礪其器用。旣耕之。又繼以耘耨。汲汲欲及時。然後天時地利之不相答。則是天地之咎也。非耕者之罪也。今吾子自妙齡。棲息於書圃。礪舌耕之具。求試於有司。而有司不取。是有司之恥也。非子之恥也。子退焉。益復利其器銳其用。待明有司而較藝。則朝種暮穫。積至千廂。何不稔是懼。吾子勖之。一雁南飛。木葉半脫。送君此時。能不哀哉。白雲居士序。

무릇 선비가 시험관에게 팔리기를 구하는 것을 농사에 비유해 보자. 만약 먼저 스스로 하늘의 은택이 반드시 때맞지 않을 것이고 땅의 힘이 반드시 이롭지 않을 것이라 의심하여, 곧 호미와 쟁기 같은 연장을 손질하지 않고 갈지도 않고 심지도 않으면서 「이는 하늘과 땅 탓이지 내 탓이 아니다」 한다면 되겠는가. 반드시 그 연장을 갈고 다듬어 이미 갈고 또 이어서 김을 매며 부지런히 때에 미치고자 한 뒤에, 하늘의 때와 땅의 이로움이 서로 응하지 않는다면 이는 하늘과 땅의 허물이지 가는 이의 죄가 아니다.

이제 그대는 어린 나이부터 글밭에 깃들어 혀로 가는 연장을 갈고 시험관에게 시험을 구했는데 시험관이 뽑지 않았으니, 이는 시험관의 부끄러움이지 그대의 부끄러움이 아니다. 그대는 물러가 더욱 그 연장을 이롭게 하고 그 쓰임을 날카롭게 하여 밝은 시험관을 기다려 재주를 겨루라. 그러면 아침에 심어 저녁에 거두어 쌓이는 것이 천 곳간에 이를 것이니, 여물지 않을 것을 무엇 하러 두려워하랴. 그대는 힘쓰라. 기러기 하나가 남으로 날고 나뭇잎이 반쯤 떨어졌다. 이때에 그대를 보내니 슬프지 않을 수 있으랴. 백운거사가 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