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1

종(宗) 상인이 남쪽으로 노닐러 가는 것을 보내며 쓴 서送宗上人南遊序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345자 · 낭독 3.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釋子有源宗者將南遊。來告行。乞詩與序甚勤。予謂之曰。道境至空。無有東西。凡浮屠者。必虛舟其心。浮雲其跡。不以東西去住爲想者也。子之告行於予。實空門之罪人也。予唯以目擊送之。猶爲道境之一點痕纇。況此區區者乎。雖然。子欲之。吾不可無辭以贈。請言之曰。夫我以忘懷待之。雖有情之物。泯然無情。我以有想傾之。雖無情之物。反爲有情。子以山水爲可賞。抑以江南爲山水之最者。而今有是遊也。若懸懸傾佇。持地往觀。則山益佳水益美。莫不含情作態。媚嫵於前後。煙岫焉呈翠眉之脩嫮。淸湖焉作淡粧之嬋妍。水樂交奏。松絃雜彈。上人於是應接不暇。忘寢廢食。雖欲豁斷而來。奈彼牽引不放何。然則其與世之嗜色耽聲者。何以別乎。情之所著。一也。子去觀之。若果有山水之牽於目著於心。將挽引而不放者。當以吾言酌損之。視山水如糞溷。悠悠然亟復人間。還與吾輩雜遊。視紅塵如靑山綠水。然後可謂得道者也。贈詩曰。一片白雲閑。隨風落底山。東西本無繫。好去好來還。

석자(釋子) 가운데 원종(源宗)이라는 이가 장차 남쪽으로 노닐러 간다 하여 떠남을 고하고, 시와 서를 몹시 간곡히 청하였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도의 경계는 지극히 비어 동쪽도 서쪽도 없다. 무릇 중이라는 이는 반드시 그 마음을 빈 배로 삼고 그 자취를 뜬구름으로 삼아, 동으로 가고 서로 가고 머무는 것을 생각으로 삼지 않는 이다. 그대가 내게 떠남을 고하는 것은 실로 공문(空門)의 죄인이다. 내가 오직 눈으로 보아 보내는 것도 오히려 도의 경계에 한 점 흠이 되거늘 하물며 이 자잘한 것이랴.

그렇기는 하나 그대가 바라니 내가 말 없이 줄 수 없다. 청컨대 말하겠다. 무릇 내가 마음을 잊고 대하면 비록 정 있는 물건이라도 아득히 정이 없어지고, 내가 생각을 두어 기울이면 비록 정 없는 물건이라도 도리어 정이 있게 된다. 그대는 산수를 즐길 만하다 여기고 또 강남을 산수의 으뜸이라 여겨 이제 이 걸음이 있다. 만약 애타게 마음을 기울여 땅을 짚어 가서 본다면, 산은 더욱 아름답고 물은 더욱 고와 정을 머금고 자태를 지어 앞뒤에서 아양 떨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안개 낀 봉우리는 푸른 눈썹의 길고 고움을 드러내고 맑은 호수는 옅게 단장한 아리따움을 지으며, 물의 음악이 서로 아뢰고 솔의 줄이 뒤섞여 울릴 것이다. 상인이 이에 응접에 겨를이 없어 잠자기를 잊고 먹기를 그만두어, 비록 훌쩍 끊고 돌아오려 해도 저것이 끌어당겨 놓아주지 않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그렇다면 세상에서 여색을 즐기고 소리에 빠지는 이와 무엇으로 구별하겠는가. 정이 붙는 것은 한가지다.

그대는 가서 보되, 만약 과연 산수가 눈에 끌리고 마음에 붙어 장차 끌어당겨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이 있거든 마땅히 내 말로 헤아려 덜어 내라. 산수 보기를 똥과 뒷간같이 하고 유유히 어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 다시 우리들과 섞여 놀며 붉은 티끌 보기를 푸른 산 푸른 물같이 하라. 그런 뒤에야 도를 얻은 이라 할 수 있다.」

시를 지어 준다.

한 조각 흰 구름이 한가한데 바람 따라 어느 산에 내리는가 동쪽 서쪽에 본디 매인 데 없으니 잘 갔다가 잘 돌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