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1

정 낭중 홍진(鴻進)의 자(字)에 대한 서丁郞中鴻進字序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02자 · 낭독 1.8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人有以名以字而索於予者衆矣。但不得已占之而已。鮮有序其占之之意也。今足下。正直淳厚君子也。況於文章之餘。以墨竹之戲。傾倒一時。求之於古。雖文與可輩所不能及也。惟名與字。當不朽萬世矣。今幸求字於予。則予敢不敬受而字之耶。請字之曰樂之哉。曰而安也。且鴻者。其進有時。其行有序。故於易漸之六爻。皆以鴻言之也。然不若六二之安且樂也。其爻曰。鴻漸于磐。飮食衎衎。吉。解者曰。漸于磐者。柔順中正。安而不危者也。飮食衎衎。進而樂者也。然則以樂之及而安字之。不亦可乎。於此二者。請擇所從而已。

이름과 자를 나에게 구한 이가 많았다. 다만 마지못해 점쳐 지어 주었을 뿐 그 점쳐 지은 뜻을 서로 쓴 일은 드물다. 이제 족하는 정직하고 순후한 군자다. 하물며 문장의 나머지로 묵죽의 놀이에 한 시대를 기울게 하니, 옛날에서 구해도 문여가(文與可)의 무리조차 미치지 못할 바다. 오직 이름과 자가 마땅히 만세에 썩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다행히 내게 자를 구하니 내가 감히 공경히 받아 자를 짓지 않겠는가.

청컨대 자를 「낙지(樂之)」라 하겠다. 또는 「이안(而安)」이라 하겠다. 또 기러기는 그 나아감에 때가 있고 그 다님에 차례가 있다. 그러므로 《주역》 점괘(漸卦)의 여섯 효에서 다 기러기로 말하였다. 그러나 육이(六二)의 편안하고 즐거움만 못하다. 그 효사에 「기러기가 반석에 나아간다. 마시고 먹는 것이 즐겁다. 길하다」 하였다. 풀이하는 이가 말하기를 「반석에 나아간다는 것은 부드럽고 순하며 가운데 바르니 편안하여 위태롭지 않은 것이다. 마시고 먹는 것이 즐겁다는 것은 나아가되 즐거운 것이다」 하였다. 그렇다면 「낙지」와 「이안」으로 자를 삼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 이 두 가지 가운데 좇을 바를 가리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