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2

《산해경》에 대한 의문山海經疑詰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414자 · 낭독 4.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予讀山海經。每卷首標之曰大禹製郭氏傳。則此經當謂夏禹所著矣。然予疑非禹製。何者。傳曰。子爲父隱。父爲子隱。論語曰。其父攘羊。而子證之。蓋惡之也。孔子修春秋。雖直筆之書。以魯爲父母邦。凡大惡則皆諱避不書。若山海經果是禹製。當諱父之大恥。觀東北經云。洪水滔天。鯀竊帝之息壤。以堙洪水。帝令祝融殺鯀于羽郊。鯀是禹父。不宜斥書此事。若以爲實事不得不書。則不甚言竊。而云取帝之壤。亦不蔽于義也。按獻經表云。昔洪水洋溢。鯀旣無功。高使禹繼之。伯益與伯翳驅禽獸別水土。紀其珍怪。益等類物善惡。著山海經。皆賢聖之遺事。據此則疑伯益所著。然其序。則云禹別九州。物無遁形。因著山海經云云。此二說亦不同。是皆所惑者。又有一惑焉。尙書曰。高殛鯀于羽山。蓋以鯀理水。績用不成故也。此經云。帝殛鯀于羽郊。所謂帝者。上帝也。鯀雖竊帝壤。苟能堙洪水。則於高爲有功。於帝爲有罪。高不宜誅。而帝獨誅矣。若爲帝所誅。又不當爲高所殛。若爲高所殛。則其不竊帝壤堙洪水明矣。上帝其何名而殺鯀耶。此二說亦不同。安所從耶。在醇儒。當以尙書爲正。而以山海經爲荒怪之說矣。然旣曰禹製。禹之說。可謂怪乎。待後之明智君子有以辨之耳。

내가 《산해경》을 읽으니 매 권 첫머리에 「대우(大禹)가 짓고 곽씨(郭氏)가 전(傳)했다」고 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경은 마땅히 하나라 우임금이 지은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나는 우임금이 지은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어째서인가.

전에 이르기를 「자식은 아비를 위해 숨기고 아비는 자식을 위해 숨긴다」 하였고, 《논어》에 「그 아비가 양을 훔치자 자식이 이를 증언했다」 하였으니 대개 이를 미워한 것이다. 공자가 《춘추》를 닦을 때 비록 곧은 붓으로 쓰는 글이나, 노나라를 부모의 나라로 여겨 무릇 큰 악은 다 꺼려 피하고 적지 않았다.

만약 《산해경》이 과연 우임금이 지은 것이라면 마땅히 아비의 큰 부끄러움을 숨겼어야 한다. 그런데 동북경(東北經)을 보면 「홍수가 하늘까지 넘치자 곤(鯀)이 상제의 식양(息壤)을 훔쳐 홍수를 메웠다. 상제가 축융(祝融)에게 명하여 곤을 우교(羽郊)에서 죽이게 하였다」 하였다. 곤은 우임금의 아비다. 이 일을 드러내어 적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만약 사실이라 적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훔쳤다」고 심하게 말하지 않고 「상제의 흙을 가져왔다」고 했더라면 또한 의리에 가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헌경표(獻經表)」를 살펴보면 「옛날 홍수가 넘쳐흘렀는데 곤이 이미 공이 없으므로 요임금이 우로 하여금 잇게 하였다. 백익(伯益)과 백예(伯翳)가 새와 짐승을 몰아내고 물과 흙을 구별하며 그 진기하고 괴이한 것을 적었다. 백익 등이 사물의 선악을 분류하여 《산해경》을 지었으니 다 어질고 거룩한 이의 남긴 일이다」 하였다. 이에 따르면 백익이 지은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그런데 그 서(序)에는 「우임금이 아홉 주를 나누니 사물이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산해경》을 지었다」 하였다. 이 두 말이 또한 같지 않으니 이것이 다 미혹되는 바다.

또 한 가지 미혹되는 것이 있다. 《상서》에 「요임금이 곤을 우산(羽山)에서 죽였다」 하였으니 대개 곤이 물을 다스리는 데 공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에는 「상제가 곤을 우교에서 죽였다」 하였다. 이른바 「제(帝)」라는 것은 상제다. 곤이 비록 상제의 흙을 훔쳤으나 진실로 홍수를 메울 수 있었다면 요임금에게는 공이 있고 상제에게는 죄가 있는 것이다. 요임금은 죽여서는 안 되고 상제만이 죽여야 한다. 만약 상제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또 요임금에게 죽임을 당해서는 안 되고, 만약 요임금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그가 상제의 흙을 훔쳐 홍수를 메우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상제가 무슨 명목으로 곤을 죽였겠는가. 이 두 말이 또한 같지 않으니 어느 것을 좇아야 하는가.

순수한 선비라면 마땅히 《상서》를 바른 것으로 삼고 《산해경》을 거칠고 괴이한 말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임금이 지었다 하니 우임금의 말을 괴이하다 할 수 있겠는가. 뒷날의 밝고 지혜로운 군자가 이를 가려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