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무를 접붙인 것에 대한 기(記)接菓記
事有初若妄誕幻怪。而其終乃眞者。其接菓之謂乎。予先君時。有號長身田氏者善接菓。先君使試之。園有惡梨凡二樹。田氏皆鋸斷之。求世所謂名梨者。斫若干梢。安於斷株。以膏泥封之。當其時見之。似妄誕矣。雖至茸抽葉茁。亦似幻怪矣。及鬱然夏陰茂。蕡然秋實成。然後乃信其終眞者。而妄誕幻怪之疑。始去於心矣。先君沒凡九稔。覩樹食實。未嘗不思嚴顔。或攀樹嗚咽。不忍捨去。且古之人以召伯韓宣子之故。有勿翦甘棠。封植嘉樹者。況父之所嘗有而遺之於子者。其恭止之心。何翅勿翦封植而已哉。其實亦可跪而食矣。抑慮先君以此及予者。豈使予革非遷善。當效玆樹耶。聊志而警之耳。
일에는 처음에는 허황하고 괴이한 듯하나 그 끝에는 참인 것이 있으니, 과일나무 접붙이는 것을 이르는 것인가.
내 선친 때에 「키다리 전씨(田氏)」라 부르는 이가 있어 접붙이기를 잘하였다. 선친이 시험하게 하셨다. 동산에 나쁜 배나무 두 그루가 있었는데 전씨가 다 톱으로 잘랐다. 세상에서 이름난 배라 하는 것을 구하여 가지 몇을 베어 자른 그루에 얹고 기름진 진흙으로 봉하였다. 그때에 보니 허황한 듯하였다. 비록 싹이 트고 잎이 돋아나는 데 이르러서도 또한 괴이한 듯하였다. 그런데 여름 그늘이 울창하게 우거지고 가을 열매가 주렁주렁 맺힌 뒤에야 그 끝이 참임을 믿었고, 허황하고 괴이하다는 의심이 비로소 마음에서 사라졌다.
선친이 돌아가신 지 무릇 아홉 해다. 나무를 보고 열매를 먹을 때마다 엄한 얼굴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혹 나무를 붙들고 흐느끼며 차마 버리고 떠나지 못한다. 또 옛사람은 소백(召伯)과 한선자(韓宣子) 때문에 감당나무를 베지 말고 아름다운 나무를 북돋아 심은 일이 있었다. 하물며 아비가 일찍이 두었다가 자식에게 남긴 것이랴. 그 공경하는 마음이 어찌 베지 않고 북돋아 심는 데 그치겠는가. 그 열매도 또한 무릎 꿇고 먹을 만하다.
또 생각건대 선친이 이것으로 나에게 미치게 하신 것은, 어찌 나로 하여금 그른 것을 고치고 착한 데로 옮기기를 마땅히 이 나무를 본받게 하려 하심이 아니겠는가. 애오라지 적어서 경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