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재기(四可齋記)四可齋記
昔予先君。嘗置別業於西郭之外。溪谷窅深。境幽地僻。如造別一世界。可樂也。予得而有之。屢相往來。爲讀書閑適之所。有田可以耕而食。有桑可以蠶而衣。有泉可飮。有木可薪。可吾意者有四。故名其齋曰四可。且祿豐官重。乘威挾勢者。凡所欲得無一不可於意者。若予則旣窮且困。顧平生百無一可。而今遽有四可。何僭如之。夫大牢之享。始於藜羹。千里之行。起於門前。蓋其漸也。予居是齋也。若有得田園之樂。則其唾棄世網。拂衣褁足。歸老故園。作大平農叟。擊壤鼓腹。歌詠聖化。以被于管絃。亦何有不可哉。嘗於是齋。著詩三首。詩集中有西郊草堂詩是已。其一句云。快哉農家樂。歸田從此始。是眞予志也。某月日。白雲居士。記。
옛날 내 선친이 일찍이 서쪽 성 밖에 별장을 두셨다. 시내와 골짜기가 깊고 아득하며 지경이 그윽하고 땅이 외져 별다른 한 세계를 만든 듯하니 즐길 만하다. 내가 이를 얻어 가지고 자주 서로 오가며 글 읽고 한가히 지내는 곳으로 삼았다.
밭이 있어 갈아서 먹을 만하고, 뽕나무가 있어 누에를 쳐서 입을 만하고, 샘이 있어 마실 만하고, 나무가 있어 땔감으로 삼을 만하다. 내 뜻에 맞는 것이 넷이 있으므로 그 집을 「사가(四可)」라 이름하였다.
또 녹이 넉넉하고 벼슬이 무거워 위엄을 타고 세력을 낀 이는 무릇 얻고자 하는 것이 하나도 뜻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나 같은 이는 이미 궁하고 또 곤하여 돌아보면 평생에 백 가지 가운데 하나도 맞는 것이 없다가, 이제 갑자기 넷이나 맞는 것이 있으니 무엇이 이보다 참람하겠는가.
무릇 태뢰(大牢)의 잔치도 명아주국에서 시작하고 천 리 길도 문 앞에서 일어나니 대개 그 차츰함이다. 내가 이 집에 살면서 만약 밭과 동산의 즐거움을 얻는다면, 세상의 그물을 침 뱉어 버리고 옷을 떨치고 발을 싸매고 고향으로 돌아가 늙어 태평한 농사꾼이 되어, 땅을 두드리고 배를 두드리며 성인의 교화를 노래하여 관현에 얹은들 또한 무엇이 안 될 것이 있겠는가.
일찍이 이 집에서 시 세 수를 지었으니 시집 가운데 「서교초당시(西郊草堂詩)」가 이것이다. 그 한 구절에 「상쾌하다 농가의 즐거움이여, 밭으로 돌아감이 이로부터 시작되네」 하였으니 이것이 참으로 내 뜻이다. 아무 달 아무 날 백운거사가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