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素琴)의 등에 새긴 기록素琴刻背志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風俗通曰。琴者。樂之統也。君子所常御不離於身者也。予非君子人也。尙蓄一素琴。絃㢩不具。猶撫而樂之。客有見而笑者。因具五絃以與之。予授之不辭。於是。彈爲長側短側大遊小遊。凡皆如意也。昔陶潛有無絃琴。寓意而已。予以區區此一蛹絲。要聽其聲。則其不及陶潛遠矣。然予自樂之。何必效古人哉。酌一杯弄一曲。以此爲率。是亦遣一生之一樂也。遂刻其背曰白雲居士琴。欲使後之見者知某之手段所嘗經也。
《풍속통(風俗通)》에 「거문고는 음악의 벼리다. 군자가 늘 지녀 몸에서 떼지 않는 것이다」 하였다. 나는 군자인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소금 하나를 간직하여 줄과 기러기발이 갖추어지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어루만지며 즐긴다. 손 가운데 보고 웃는 이가 있어, 이로 인해 다섯 줄을 갖추어 주었다. 내가 받고 사양하지 않았다. 이에 장측(長側)과 단측(短側)과 대유(大遊)와 소유(小遊)를 타니 무릇 다 뜻대로 되었다.
옛날 도잠에게 줄 없는 거문고가 있었으니 뜻을 붙였을 뿐이다. 나는 자잘한 이 한 오라기 실로 그 소리를 들으려 하니 도잠에 미치지 못함이 멀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즐기니 어찌 반드시 옛사람을 본받으랴. 한 잔 따르고 한 곡 타는 것으로 이를 법으로 삼으니 이 또한 한평생을 보내는 한 가지 즐거움이다. 마침내 그 등에 새겨 「백운거사금(白雲居士琴)」이라 하였다. 뒤에 보는 이로 하여금 아무개의 손길이 일찍이 지난 것임을 알게 하려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