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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정기(四輪亭記)四輪亭記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956자 · 낭독 8.6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承安四年。予始畫謀。欲立四輪亭於園上。俄有全州之命。未得果就。越辛酉。自全州入洛閑居。方有命搆之意。又以母病未就。恐因此不能便就。且失其謀畫。遂記之云。夫四輪亭者。隴西子畫其謀而未就者也。夏之日。與客席園中。或臥而睡。或坐而酌。圍棋彈琴。惟意所適。窮日而罷。是閑者之樂也。然避景就陰。屢易其座。故琴書枕簟。酒壺棋局。隨人轉徙。或有失其手而誤墮者。於是始設其計。欲立四輪亭。使童僕曳之。趨陰而就。則人與棋局酒壺枕席。摠逐一亭。而東西何憚於轉徙哉。今雖未就。後必爲之。故先悉其狀。四其輪。作亭於其上。亭方六尺。二梁四柱。以竹爲椽。以簟蓋其上。取其輕也。東西各一欄。南北亦如之。亭方六尺。則摠計其間凡三十有六尺也。請圖以試之。則縱而計之。橫而計之。皆六尺。其方如棋之局者亭也。於局之內。又周回而量各尺。尺而方如棋之方罫。罫各方一尺。則三十六罫。乃三十有六尺也。以此而處六人。則二人坐於東。人坐四罫。各方焉縱二尺橫二尺。摠計二人凡八尺也。餘四罫之方者。判而爲二。各縱二尺。以二尺置琴一事。病其促短。則跨南欄而半豎。彈則加於膝者半焉。以二尺置樽壺盤皿之具。東摠十有二尺。二人坐於西亦如之。餘四罫之方者虛焉。欲使往來小選者。必由此路。西摠十有二尺。一人坐於北四罫之方者。主人坐於南。亦如之。中四罫之方者。置棋一局。南北中摠十二尺。西之一人小進。而與東之一人對棋。主人執酌。酌以一杯。輪相飮也。凡肴菓之案。各於坐隙。隨宜置焉。所謂六人者誰。琴者一人。歌者一人。僧之能詩者一人。棋者二人。幷主人而六也。限人而坐。示同志也。其曳之也。童僕有倦色。則主人自下袒肩而曳之。主人疲則客遽下而助之。及其酒酣也。隨所欲之而曳之。不必以陰。如是而侵暮。暮則罷。明日亦知之。或曰已言亭方六尺。則其所以計之之意。非有難曉者。何至詳計曲算。以棋罫爲喻而期人之淺耶。曰。天圓地方。人所皆知。然說陰陽者。以蓋輿爲喻。至於縱橫步尺。無不摠擧者。欲論萬物之入於方圓。皆應形器也。今以是亭計人而坐。至於陬隙中邊。無使遺漏。皆入於用。則非詳計曲算而何耶。其以棋罫爲喻者。方圖畫之初。私自爲標。以備不惑耳。非款款指人也。曰。作亭而輪其下。有古乎。曰。取適而已。何必古哉。古者巢居。不可以處。故始立棟宇以庇風雨。至於後世。轉相增制。崇板築謂之臺。複欄檻謂之榭。構屋於屋謂之樓。作豁然虛敞者謂之亭。皆臨機商酌。取適而已。然則因亭而輪其下。以備轉徙。庸有不可乎。雖曰取適。亦豈無謂下輪而上亭者。輪以行之。亭以停之。時行則行。時止則止之義也。輪以四者。象四時也。亭六尺者。像六氣也。二梁四柱者。貳王贊政。柱四方之意也。嗚呼。亭成之後。當邀同志者落之。使各賦詩以記其詳。今取大槪。先夸於朋友。欲令翹首而待成耳。辛酉五月日。記。

승안(承安) 사년에 내가 처음 꾀를 그려 동산 위에 사륜정(四輪亭)을 세우려 했으나, 이윽고 전주로 가라는 명이 있어 이루지 못했다. 신유년에 이르러 전주에서 서울에 들어와 한가히 지내며 바야흐로 지을 뜻이 있었는데 또 어머니의 병으로 이루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곧 이루지 못하고 또 그 꾀와 그림을 잃을까 두려워 마침내 이를 적는다.

무릇 사륜정이라는 것은 농서자(隴西子)가 그 꾀를 그리고 이루지 못한 것이다. 여름날에 손과 더불어 동산 가운데 자리를 하고, 혹 누워 자고 혹 앉아 술을 따르며 바둑을 두고 거문고를 타 오직 뜻이 맞는 대로 하다가 날이 다해서야 파하니, 이는 한가한 이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볕을 피하고 그늘로 나아가느라 자주 그 자리를 바꾸므로, 거문고와 책과 베개와 대자리와 술병과 바둑판이 사람을 따라 옮겨 다니다가 혹 손에서 놓쳐 잘못 떨어뜨리는 일이 있다. 이에 비로소 그 계책을 세워 사륜정을 세우고 아이종에게 끌게 하여 그늘을 좇아 나아가게 하려 하였다. 그러면 사람과 바둑판과 술병과 베개와 자리가 모두 한 정자를 좇으니, 동으로 서로 옮겨 다니는 것을 어찌 꺼리겠는가.

이제 비록 이루지 못했으나 뒤에 반드시 만들 것이므로 먼저 그 모습을 다 적는다.

바퀴를 넷으로 하고 그 위에 정자를 짓는다. 정자는 사방 여섯 자요 들보 둘에 기둥 넷이며, 대나무로 서까래를 삼고 대자리로 그 위를 덮으니 그 가벼움을 취한 것이다. 동과 서에 각기 난간 하나씩이요 남과 북도 또한 그러하다.

정자가 사방 여섯 자이면 통틀어 그 사이를 헤아리면 무릇 서른여섯 자다. 청컨대 그림으로 시험해 보자. 세로로 헤아리고 가로로 헤아려도 다 여섯 자다. 그 네모가 바둑판 같은 것이 정자다. 판 안에 또 둘러가며 각기 한 자씩 재면 자마다 네모진 것이 바둑판의 네모난 칸 같다. 칸이 각기 사방 한 자이면 서른여섯 칸이니 곧 서른여섯 자다.

이로써 여섯 사람이 있는다. 두 사람이 동쪽에 앉으니 사람이 네 칸에 앉아 각기 네모지게 세로 두 자 가로 두 자이므로, 통틀어 두 사람이 무릇 여덟 자다. 남은 네 칸의 네모난 것을 갈라 둘로 하여 각기 세로 두 자로 한다. 두 자로 거문고 하나를 두는데 좁고 짧은 것이 병통이면 남쪽 난간에 걸쳐 반을 세운다. 타면 무릎에 얹히는 것이 반이다. 두 자로 술동이와 병과 소반과 그릇의 도구를 둔다. 동쪽은 통틀어 열두 자다. 두 사람이 서쪽에 앉는 것도 또한 그러하다. 남은 네 칸의 네모난 것은 비워 둔다. 오가며 잠시 자리를 뜨는 이로 하여금 반드시 이 길로 다니게 하려는 것이다. 서쪽은 통틀어 열두 자다. 한 사람이 북쪽 네 칸의 네모난 곳에 앉고 주인이 남쪽에 앉는 것도 또한 그러하다. 가운데 네 칸의 네모난 곳에 바둑판 하나를 둔다. 남과 북과 가운데가 통틀어 열두 자다.

서쪽의 한 사람이 조금 나아가 동쪽의 한 사람과 바둑을 마주 두고, 주인이 잔을 잡아 한 잔씩 따라 돌려 가며 서로 마신다. 무릇 안주와 과일의 상은 각기 앉은 틈에 마땅함을 따라 둔다.

이른바 여섯 사람이란 누구인가. 거문고 타는 이 하나, 노래하는 이 하나, 시를 잘하는 중 하나, 바둑 두는 이 둘, 주인을 아울러 여섯이다. 사람을 한정하여 앉히는 것은 뜻이 같음을 보이는 것이다.

그것을 끌 때에 아이종이 게으른 낯빛이 있으면 주인이 스스로 내려와 어깨를 벗고 끈다. 주인이 지치면 손이 얼른 내려와 돕는다. 술이 무르익으면 가고 싶은 대로 끌고 가되 반드시 그늘로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하여 저녁이 되면 파한다. 이튿날도 또한 그렇게 할 줄 안다.

어떤 이가 말하였다. 「이미 정자가 사방 여섯 자라 말했으니 그것을 헤아리는 뜻은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찌하여 자세히 헤아리고 굽이굽이 셈하며 바둑 칸으로 비유하여 사람을 얕게 여기는가.」

말하였다. 「하늘이 둥글고 땅이 모난 것은 사람이 다 아는 바다. 그러나 음양을 말하는 이는 덮개와 수레로 비유하고 세로와 가로와 걸음과 자에 이르기까지 다 들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만물이 모나고 둥근 데 들어가는 것이 다 형체와 그릇에 응함을 논하려는 것이다. 이제 이 정자로 사람을 헤아려 앉히되 구석과 틈과 가운데와 가에 이르기까지 빠뜨림이 없게 하여 다 쓰임에 들게 하니, 자세히 헤아리고 굽이굽이 셈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바둑 칸으로 비유한 것은 바야흐로 그림을 그리던 처음에 가만히 스스로 표를 삼아 헷갈리지 않게 갖춘 것일 뿐이지, 곡진하게 남을 가리킨 것이 아니다.」

「정자를 짓고 그 아래에 바퀴를 다는 것이 옛날에도 있었는가.」 말하였다. 「알맞음을 취할 뿐이니 어찌 반드시 옛날이랴. 옛날에는 나무 위에 살아 거처할 수 없었으므로 비로소 마룻대와 처마를 세워 바람과 비를 가렸다. 후세에 이르러 굴러 서로 제도를 더하여, 판자를 쌓아 높인 것을 대(臺)라 하고 난간을 겹친 것을 사(榭)라 하며, 집 위에 집을 얽은 것을 누(樓)라 하고 훤히 트여 시원하게 만든 것을 정(亭)이라 하였다. 다 때에 임하여 헤아려 알맞음을 취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자에 따라 그 아래에 바퀴를 달아 옮겨 다니기를 갖춘들 어찌 안 될 것이 있겠는가.

비록 알맞음을 취한다 하나 또한 어찌 아래에 바퀴를 달고 위에 정자를 둔 뜻이 없겠는가. 바퀴로써 가고 정자로써 머무니, 갈 때에 가고 머물 때에 머무는 뜻이다. 바퀴를 넷으로 한 것은 네 철을 본뜬 것이요, 정자가 여섯 자인 것은 여섯 기운을 본뜬 것이며, 들보 둘에 기둥 넷은 두 임금이 정사를 돕고 사방을 기둥으로 삼는 뜻이다.」

아, 정자가 이루어진 뒤에는 마땅히 뜻이 같은 이를 맞아 낙성하고 각기 시를 짓게 하여 그 자세함을 적게 하리라. 이제 대강만 취하여 먼저 벗들에게 자랑하여, 머리를 들고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게 하려 할 뿐이다. 신유년 오월 아무 날에 적는다.

협주 1

罫綀道間方非也。

괘(罫)는 바둑판 줄 사이의 네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