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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강후 모정기(茅亭記)晉康侯茅亭記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637자 · 낭독 6.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負鵠嶺腋龍首。扼四方之會。據神京之中。蔥蔥有佳氣可掬者。男山也。麗其麓而家焉者。門千戶萬。若鱗錯櫛比。而特控引形勢。螭起鳳舞者。相國晉康侯之甲第也。其燕息遊觀之所。則有茅亭在焉。銳其顚圓其體。望之若羽蓋而軒翥於半空者是已。夫澄神汰慮。莫若靑山白雲。然所寄遐阻。恒苦其不可跬步到也。豈蟬首龜腰者之所常履也。玆亭也不出城市。超然有雲山之趣。令人心地自然澄汰。俯仰几席。坐撫四方。長橋相望。九逵互湊。乘軒者。跨馬者。行者走者。擔者挈者千態萬狀。無一毫敢逃。凡遐眺遠覽。莫玆亭若也。雖使公輸督墨。般匠揮斤。其制度宏麗。或可髣髴。至於洞朗豁眼。飄飄若登蓬萊望四海。則非稟公之目授頤指。曷若是耶。噫。自始剖判。固有斯境。曠世伏匿。一朝發朗。豈天作地藏。有待於公耶。羅幕高褰。珠翠森列。笙歌蕭笛之聲。隨風嘐亮。或文楸玉子丁丁然響落竹外。想壺天洞府。殆無以過也。有蓮塘鴨沼。每夏六月。荷花盛開。紅衣錦羽之禽。隨波容與。差不減江湖中所見者。或奇葩異卉。佳木珍菓。其經冬不凋。則天不能信其時。後夏乃發則。春不得一其令。或安於盆盎中。雖隔絶地脈。猶得繁秀。或柱立亭上。罅屋而上出者。至若便江南產中夏而忌客於他土者。與夫盤松之輪囷磊砢。廻萬牛而不可移者。一入公之園囿。一被公之顧眄。則猗猗曄曄。莫不暢茂。意者草木之情。猶有知於榮遇耶。將天公地媼有所相耶。且物生於天地。而公能變化移易。與造物者相爲表裏。故物之役於公。而爲公之用者衆矣。非獨物也。其陶冶生人。亦可謂周矣。孰有不願爲公之用者耶。予以凡骨。誤塵淸境。目駭毛豎。不得久留。方局然告退。公遽以記命之。退彌日不得搆思。懼負公命。獲逋慢之罪。敢濡翰而文之。意尙有慊。仍系以頌。其詞曰。

곡령(鵠嶺)을 등지고 용수(龍首)를 옆에 끼고 사방이 모이는 곳을 누르며 신령한 서울 가운데 자리 잡아, 푸릇푸릇 아름다운 기운을 움킬 만한 것이 남산(男山)이다. 그 기슭을 곱게 하여 집을 삼은 것이 문이 천이요 집이 만이라 비늘이 뒤섞이고 빗살이 늘어선 듯한데, 유독 형세를 당겨 끌어 이무기가 일어나고 봉황이 춤추는 듯한 것이 상국 진강후의 집이다. 그 편히 쉬고 노닐며 구경하는 곳으로 모정(茅亭)이 있다. 그 꼭대기를 뾰족하게 하고 그 몸을 둥글게 하여, 바라보면 깃 일산이 반공에 날아오르는 듯한 것이 이것이다.

무릇 정신을 맑히고 생각을 씻는 데는 푸른 산과 흰 구름만 한 것이 없다. 그러나 붙일 곳이 멀고 막혀 늘 반걸음도 이르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한다. 어찌 매미 머리와 거북 허리를 한 이가 늘 밟을 수 있는 곳이겠는가.

이 정자는 성과 저자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뛰어나게 구름과 산의 정취가 있어, 사람의 마음자리로 하여금 저절로 맑고 씻기게 한다. 안석과 자리에 굽어보고 우러르며 앉아서 사방을 어루만진다. 긴 다리가 서로 바라보고 아홉 거리가 서로 모이며, 수레를 탄 이와 말에 걸터앉은 이와 가는 이와 달리는 이와 메는 이와 드는 이의 천 가지 자태 만 가지 모습이 털끝 하나도 감히 달아나지 못한다. 무릇 멀리 바라보고 멀리 보는 데는 이 정자만 한 것이 없다.

비록 공수(公輸)에게 먹줄을 감독하게 하고 반장(般匠)에게 자귀를 휘두르게 하더라도 그 제도의 크고 화려함은 혹 비슷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훤히 밝아 눈이 트여 나부껴 봉래에 올라 사해를 바라보는 듯한 데 이르러서는, 공의 눈이 주고 턱이 가리킨 것을 받은 것이 아니면 어찌 이와 같겠는가.

아, 처음 쪼개어 갈린 뒤로 참으로 이 지경이 있었는데 오랜 세월 엎드려 숨었다가 하루아침에 밝게 드러났다. 어찌 하늘이 만들고 땅이 감추어 공을 기다린 것이 아니겠는가.

비단 장막이 높이 걷히고 구슬과 비취가 삼엄히 벌였으며, 생황과 노래와 퉁소와 피리 소리가 바람을 따라 맑게 울린다. 혹 무늬 있는 바둑판에 옥돌이 딱딱 소리 내며 대숲 밖으로 떨어지니, 생각건대 병 속의 하늘과 신선의 골짜기도 거의 이보다 더할 것이 없겠다.

연꽃 못과 오리 못이 있어 해마다 여름 유월이면 연꽃이 활짝 핀다. 붉은 옷 입고 비단 깃을 한 새가 물결을 따라 한가로우니 강과 호수 가운데서 보는 것에 조금도 못하지 않다.

혹 기이한 꽃과 남다른 풀과 아름다운 나무와 진귀한 과일이 겨울을 지나도 시들지 않으니 하늘이 그 철을 믿게 하지 못하고, 여름이 지난 뒤에야 피니 봄이 그 명령을 한결같이 하지 못한다. 혹 화분 가운데 편안히 두어 비록 땅의 맥이 끊어졌어도 오히려 무성할 수 있고, 혹 정자 위에 기둥처럼 서서 집을 뚫고 위로 나온 것도 있다. 강남에서 나고 중국에서 자라 다른 땅에 나그네 되기를 꺼리는 것과, 서리고 굽어 뭉치고 얽혀 만 마리 소를 돌려도 옮길 수 없는 반송(盤松)에 이르기까지, 한 번 공의 동산에 들어와 한 번 공의 돌아보심을 입으면 무성하고 빛나 창성하고 우거지지 않는 것이 없다.

생각건대 초목의 정도 오히려 영화롭게 대우받는 것을 아는 것인가, 아니면 장차 하늘 아비와 땅 어미가 돕는 바가 있는 것인가. 또 사물은 하늘과 땅에서 나는데 공이 변화시키고 옮겨 바꾸어 조물주와 서로 겉과 안이 되므로, 사물이 공에게 부림을 받아 공의 쓰임이 되는 것이 많다. 유독 사물만이 아니다. 그 살아 있는 사람을 빚어 기르는 것도 또한 두루 하다 할 만하니, 누구인들 공의 쓰임이 되기를 원하지 않겠는가.

나는 범상한 뼈로 잘못 맑은 지경을 더럽혔다. 눈이 놀라고 털이 곤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야흐로 움츠려 물러남을 고하니, 공이 갑자기 기를 지으라 명하였다. 물러나 날이 다하도록 생각을 얽지 못했다. 공의 명을 저버려 게으른 죄를 얻을까 두려워 감히 붓을 적셔 글을 짓는다. 뜻에 오히려 못마땅한 것이 있어 이어 송(頌)을 붙인다. 그 말은 이러하다.

2송

亭翼然。鳳將騫。誰其營。我侯賢。侯式宴。酒如泉。奉觴酢。客指千。何以酢。壽萬年。山可轉。亭不遷。

정자가 날개를 편 듯하니 봉황이 장차 날아오르려 하네 누가 이를 지었는가 우리 어진 후(侯)시네 후께서 잔치를 여시니 술이 샘 같네 잔을 받들어 갚으니 손이 천을 가리키네 무엇으로 갚으랴 만년 수를 비네 산은 굴릴 수 있어도 정자는 옮기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