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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승제(承制)의 십자각기(十字閣記)崔承制十字閣記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802자 · 낭독 7.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承制尙書崔公立閣于甲第之西。奇哉異乎。實人間所未嘗見也。大抵作屋之制。不過橫其梁縱其棟。楶而梲之。椽而桷之。如是而已耳。今此閣也。楞四角如十字。而其中則方如井焉。類世所謂帳廬者。故以十字名之。方井之內。悉以明鏡塡之。光明照耀。洞徹表裏。凡人物之洪纖巨細。一變一態。皆瀉于其中。仰之可駭也。有若飛甍曲枅。層櫨疊梠。皆夭矯橫出。杈枒斜據。或若螭騰。或類鳳翥。殊形詭制。每各異觀。雖隷首算之。茫乎惘乎。棄其籌而莫數也。其髤彤漆綠雕綵之飾。則赫赩璀璨。霞駮雲蔚。或如明月之流光。或若繁星之布彩。雖離婁見之。眩眩晃晃。奪其睛而莫敢仰視也。未知木經尙有如此制度否。且古亦有豪門巨閥富貴之熏天者。非長材異木之獨產於今而不產於古也。良工巧匠之若正爾般倕者。亦無代無之。何曠古未曾聞臺榭觀游之若此其奇。而乃今日始見之耶。此豈公之眼匠心籌。敻出於古人之所未到歟。雖世之公侯卿相欲效而營之也。略不得髣髴矣。假如能營。其保之也愈難矣。何則。功未積於王室。澤未冾於生民。一旦遽有觀游之泰過其分。則適爲身之累耳。安得而保之哉。今崔公生積善之門。擁傾朝之望。定策安邦之烈。炳炳與日月爭明。陰施顯德之浹人之肌膚也滋深。則天地神明亦相之矣。庸有累於身。而又焉往而不保哉。一昨。公召予謂日。子覩夫玆閣而未識玆閣之樂也。若夫和風澹蕩。桃杏齊坼。吾與珥蟬腰龜者揖讓。坐於龍鬚之席。員案綺錯。金鍾羽飛。東吳絶艶。南國佳人。撫絃而淸泉激。唱歌而行雲遏。香風蘭澤。噴散數十里。而與花柳爭芳。此予之有得於春也。南火之月。盛暑方蒸。北戶洞開。淸風颯來。深閣自陰。日光不窺。環以寒氷。交以大箑。申之以靑松翠柏。供美蔭送淸籟。凄涼如八九月天。不知人間有流金爍石之炎也。此予之有得於夏也。若秋冬之候。則有溫閨燠館在焉。閣之餉予樂如此。而予無以報於閣者。但欲以華文麗詞署諸上。用爲閣之榮。子可當乎。予讓不獲已。乃言於公曰。此誠公之樂也。然擧其外而言之耳。其所自得於內者。浩浩乎若江海之無涯。蕩蕩乎如天地之莫極。日月所不老。神鬼所不覷。非若僕輩之所能測度而形乎筆翰者也。然公之命嚴矣。予亦敢不擧其粗而敍之。以應公所得於外者耶。其所自得於內者。必待能文之士發其粹而形容之備者。予何足以當之哉。直翰林院李某記。

승제상서 최공이 집의 서쪽에 누각을 세웠다. 기이하다, 이상하다. 참으로 인간 세상에서 아직 보지 못한 것이다.

대저 집을 짓는 제도는 그 들보를 가로 놓고 그 마룻대를 세로 놓으며, 두공을 놓고 동자기둥을 세우며 서까래를 걸고 부연을 다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을 뿐이다. 그런데 이 누각은 네 모서리가 십자처럼 모나고 그 가운데는 우물 정(井) 자처럼 네모지니, 세상에서 이른바 장막집이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십자」로 이름한 것이다.

네모난 우물 안을 다 밝은 거울로 메워 빛이 밝게 비쳐 겉과 속을 환히 꿰뚫는다. 무릇 사람과 사물의 크고 가늘고 크고 작은 것이 한 번 변하고 한 번 자태를 짓는 것마다 다 그 가운데 쏟아지니 우러러보면 놀랄 만하다. 나는 듯한 용마루와 굽은 두공, 층진 주두와 겹친 처마가 다 굽이치며 가로 나오고 갈래 지어 비스듬히 자리 잡았다. 혹 이무기가 오르는 듯하고 혹 봉황이 날아오르는 듯하여, 남다른 모양과 기이한 제도가 볼 때마다 각기 다르다. 비록 예수(隷首)가 셈하더라도 아득하고 멍하여 그 산가지를 버리고 셀 수 없을 것이다.

붉게 칠하고 푸르게 옻칠하고 채색을 새긴 꾸밈은 빛나고 찬란하여 노을이 얼룩지고 구름이 성한 듯하다. 혹 밝은 달이 빛을 흘리는 것 같고 혹 별이 무늬를 펼친 것 같아, 비록 이루(離婁)가 보더라도 어질어질하고 번쩍번쩍하여 그 눈동자를 빼앗겨 감히 우러러보지 못할 것이다. 목수의 경전에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또 옛날에도 세도 있는 문벌로 부귀가 하늘을 그을리는 이가 있었다. 긴 재목과 남다른 나무가 유독 지금만 나고 옛날에는 나지 않은 것이 아니요, 뛰어난 장인과 공교로운 목수로 왕이(王爾)와 반수(般倕) 같은 이도 또한 어느 시대에나 없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오랜 옛날에 누대와 정자로 이처럼 기이한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가 이제야 비로소 보는가. 이것이 어찌 공의 눈으로 재고 마음으로 셈한 것이 아득히 옛사람이 이르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세상의 공후와 경상이 본받아 지으려 해도 조금도 비슷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가령 지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보전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어째서인가. 공이 왕실에 쌓이지 않고 은택이 백성에게 미치지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노닐고 구경하는 것이 그 분수에 지나치면, 다만 몸의 허물이 될 뿐이니 어찌 보전할 수 있겠는가.

이제 최공은 착함을 쌓은 집안에서 나 온 조정이 기울여 우러르는 명망을 안았다. 계책을 정하고 나라를 편안히 한 공렬이 밝고 밝아 해와 달과 밝음을 다투고, 남몰래 베풀고 드러나게 덕을 행한 것이 사람의 살갗에 젖어 듦이 더욱 깊으니 하늘과 땅과 신명도 또한 그를 돕는다. 어찌 몸에 허물이 있겠으며 또 어디에 간들 보전하지 못하겠는가.

지난번 공이 나를 불러 말하였다. 「그대는 이 누각을 보았으나 이 누각의 즐거움은 알지 못한다. 저 화한 바람이 살랑거리고 복사꽃 살구꽃이 일제히 벌어지면, 내가 매미 관을 쓰고 거북 인끈을 찬 이들과 읍하고 사양하며 용수(龍鬚) 자리에 앉는다. 둥근 상이 비단처럼 섞이고 금 종이 깃처럼 난다. 동오(東吳)의 빼어난 미인과 남국의 아름다운 이가 줄을 어루만지면 맑은 샘이 솟구치고, 노래를 부르면 가는 구름이 멈춘다. 향기로운 바람과 난초 기름이 수십 리에 뿜어 흩어져 꽃과 버들과 향기를 다툰다. 이것이 내가 봄에서 얻는 것이다.

남쪽 불의 달에 무더위가 바야흐로 찌면 북쪽 문을 활짝 열어 맑은 바람이 시원히 오고, 깊은 누각이 절로 그늘져 햇빛이 엿보지 못한다. 찬 얼음을 두르고 큰 부채를 엇갈리며 거기에 푸른 솔과 잣나무를 더하여 아름다운 그늘을 주고 맑은 소리를 보낸다. 서늘하기가 팔구월 하늘 같아 인간 세상에 쇠를 녹이고 돌을 태우는 더위가 있는 줄 알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여름에서 얻는 것이다. 가을과 겨울의 철이면 따뜻한 방과 더운 집이 있다.

누각이 나를 먹여 주는 즐거움이 이와 같은데 나는 누각에 갚을 것이 없다. 다만 화려한 글과 고운 말로 그 위에 써서 누각의 영광으로 삼고자 하니 그대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내가 사양하다 못하여 이에 공에게 말하였다. 「이는 참으로 공의 즐거움입니다. 그러나 그 바깥을 들어 말한 것일 뿐입니다. 그 안에서 스스로 얻은 것은 넓고 넓어 강과 바다에 가가 없는 것 같고, 넓고 넓어 하늘과 땅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해와 달도 늙게 하지 못하고 귀신도 엿보지 못하니 저 같은 무리가 헤아려 붓끝에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의 명이 엄하시니 저도 또한 감히 그 거친 것을 들어 펴서 공이 밖에서 얻은 것에 응하지 않겠습니까. 그 안에서 스스로 얻은 것은 반드시 글 잘하는 선비가 그 정수를 드러내어 형용을 갖추기를 기다려야 하니, 제가 어찌 감당하기에 넉넉하겠습니까.」

직한림원 이 아무개가 적는다.

협주 1

晉康侯元嗣

진강후의 맏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