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비서(祕書)의 냉천정기(冷泉亭記)孫祕書冷泉亭記
芸臺亞監孫君。卜新宅于城北之某里。有巨巖高可數丈。形若削鐵者。巉巉然蒼蒼然。自廳事之北。彌于東隅。其下有冷泉。泫然流出。渟成一泓。澄湛可愛。附廳事之東。架以小亭。可坐十許人。蕭洒如山齋。是遊讌閑適之所也。予觀貴人之居多矣。其飾林園。必以怪石之盤窪癭瘤者。累之爲山。效衡霍之奇。信妙矣。然未若造物者之所曾開闢。嶙峋奇秀天然之狀也。彼亦非不識假之不似眞也。然富貴所能致者。如奇花異木珍禽奇獸之類是已。其若巖石之巍峨磊碨者。權力所不能來也。強欲致焉。當用巨鑿利刃。片截段剖。車載馬馱。然後似可矣。苟如是。特碎石與散礫耳。雖積而高之。其與向之累怪石爲山者無別矣。寧復有嶙峋奇秀天然之舊狀耶。今孫君之居。非在幽遐僻遠之地。乃鳳城中萬人所寰之間也。於焉有巨巖之奇勝如此。孫君得而有之。此豈君之高懷逸想。固超軼世外。而一爲功名所羈。心未嘗不在靑山白雲。故天以此餉之。而有以慰之耶。巖瞻之望。亦基于此矣。予謂主人曰。巖之立于北者。誠穩當無可增損。唯在東者甚迫近。使人情頗鬱。宜鑿開小却數四尺。則當極佳。主人亦以吾言爲然。因指其軒。請予名之。予以冷泉名之。客有曰。此亭所倚以爲勝者。凡以玆巖也。反以一勺小泉名之。似未宜也。予曰。巖雖奇。餉人之利小矣。泉雖淺。能以氷漿乳液潤人周矣。予今與若點荈而飮。漉酒而酌。亦莫非泉之施也。可忍負乎。客破顔大笑。孫君又請予爲記。噫。予與筆俱老矣。然重違主人之請。粗書所見耳。某月日。寶文閣待制典誥李某記。記後復題四十字云。
운대(芸臺) 아감(亞監) 손군이 성 북쪽 아무 마을에 새집을 잡았다. 큰 바위가 있어 높이가 두어 길이나 되고 모양이 쇠를 깎은 듯하다. 깎아지르고 푸르러 청사의 북쪽에서 동쪽 모퉁이까지 뻗쳤다. 그 아래에 찬 샘이 있어 졸졸 흘러나와 고여 한 웅덩이를 이루었는데 맑고 깊어 사랑스럽다. 청사의 동쪽에 붙여 작은 정자를 걸쳤는데 열 사람쯤 앉을 만하다. 산속 서재처럼 시원하니 이는 노닐고 잔치하며 한가히 지내는 곳이다.
내가 귀한 이의 집을 본 것이 많다. 그 숲과 동산을 꾸미는 데 반드시 서리고 우묵하고 혹이 진 괴석으로 쌓아 산을 만들어 형산(衡山)과 곽산(霍山)의 기이함을 본받으니 참으로 묘하다. 그러나 조물주가 일찍이 열어 놓은, 우뚝하고 기이하고 빼어난 천연의 모습만 못하다. 그들도 또한 거짓이 참만 못한 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부귀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기이한 꽃과 남다른 나무와 진기한 새와 기이한 짐승 따위일 뿐이다. 저 바위와 돌이 우뚝하고 울퉁불퉁한 것 같은 것은 권력으로 오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억지로 오게 하려면 마땅히 큰 끌과 날카로운 칼날로 조각내어 자르고 토막 내어 쪼개, 수레에 싣고 말에 지운 뒤에야 될 듯하다. 진실로 이와 같다면 다만 부서진 돌과 흩어진 자갈일 뿐이다. 비록 쌓아 높인들 앞서 괴석을 쌓아 산을 만든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어찌 다시 우뚝하고 기이하고 빼어난 천연의 옛 모습이 있겠는가.
이제 손군의 거처는 그윽하고 멀고 외진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곧 봉성(鳳城) 가운데 만 사람이 두르고 있는 사이다. 그런데 여기에 큰 바위의 기이하고 빼어남이 이와 같이 있어 손군이 얻어 가졌다. 이것이 어찌 손군의 높은 회포와 뛰어난 생각이 참으로 세상 밖으로 벗어났으되, 한 번 공명에 매이게 되자 마음이 일찍이 푸른 산 흰 구름에 있지 않은 적이 없으므로 하늘이 이것으로 먹여 위로함이 있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 바위를 우러르는 명망도 또한 여기에 터를 잡았다.
내가 주인에게 말하였다. 「바위가 북쪽에 선 것은 참으로 온당하여 더하고 덜 것이 없습니다. 오직 동쪽에 있는 것이 몹시 바짝 가까워 사람의 정을 자못 답답하게 하니, 마땅히 파서 서너 자 물러나게 하면 매우 아름답겠습니다.」 주인도 또한 내 말을 옳게 여겼다. 이어 그 마루를 가리키며 내게 이름 지어 달라 청하였다. 내가 「냉천(冷泉)」이라 이름하였다.
손 가운데 말하는 이가 있었다. 「이 정자가 기대어 빼어남으로 삼는 것은 무릇 이 바위 때문입니다. 도리어 한 국자 작은 샘으로 이름하니 마땅하지 않은 듯합니다.」 내가 말하였다. 「바위가 비록 기이하나 사람에게 먹이는 이로움이 작다. 샘이 비록 얕으나 얼음 같은 미음과 젖 같은 액체로 사람을 적심이 두루 하다. 내가 이제 그대와 함께 차를 달여 마시고 술을 걸러 따르는 것도 또한 샘의 베풂이 아닌 것이 없으니 차마 저버릴 수 있겠는가.」 손이 낯을 펴고 크게 웃었다.
손군이 또 내게 기를 지어 달라 청하였다. 아, 나와 붓이 함께 늙었다. 그러나 주인의 청을 거듭 어기기 어려워 본 것을 대강 적을 뿐이다. 아무 달 아무 날 보문각 대제 전고 이 아무개가 적는다. 적은 뒤에 다시 마흔 자를 붙인다.
2시
累繭覓奇峯。何處不相遇。力未負而來。及廻空眷顧。羨君得玆巖。擬向香爐住。何必思天台。遠學百世祖。
발이 부르트도록 기이한 봉우리를 찾으니 어느 곳에선들 서로 만나지 못하랴 힘이 모자라 지고 오지 못하여 돌아설 때 부질없이 돌아보았네 부럽구나 그대가 이 바위를 얻어 향로봉을 향해 머물 듯한 것이 어찌 반드시 천태산을 생각하여 멀리 백 대의 조사를 배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