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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비서(祕書)의 냉천정기(冷泉亭記)孫祕書冷泉亭記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573자 · 낭독 5.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芸臺亞監孫君。卜新宅于城北之某里。有巨巖高可數丈。形若削鐵者。巉巉然蒼蒼然。自廳事之北。彌于東隅。其下有冷泉。泫然流出。渟成一泓。澄湛可愛。附廳事之東。架以小亭。可坐十許人。蕭洒如山齋。是遊讌閑適之所也。予觀貴人之居多矣。其飾林園。必以怪石之盤窪癭瘤者。累之爲山。效衡霍之奇。信妙矣。然未若造物者之所曾開闢。嶙峋奇秀天然之狀也。彼亦非不識假之不似眞也。然富貴所能致者。如奇花異木珍禽奇獸之類是已。其若巖石之巍峨磊碨者。權力所不能來也。強欲致焉。當用巨鑿利刃。片截段剖。車載馬馱。然後似可矣。苟如是。特碎石與散礫耳。雖積而高之。其與向之累怪石爲山者無別矣。寧復有嶙峋奇秀天然之舊狀耶。今孫君之居。非在幽遐僻遠之地。乃鳳城中萬人所寰之間也。於焉有巨巖之奇勝如此。孫君得而有之。此豈君之高懷逸想。固超軼世外。而一爲功名所羈。心未嘗不在靑山白雲。故天以此餉之。而有以慰之耶。巖瞻之望。亦基于此矣。予謂主人曰。巖之立于北者。誠穩當無可增損。唯在東者甚迫近。使人情頗鬱。宜鑿開小却數四尺。則當極佳。主人亦以吾言爲然。因指其軒。請予名之。予以冷泉名之。客有曰。此亭所倚以爲勝者。凡以玆巖也。反以一勺小泉名之。似未宜也。予曰。巖雖奇。餉人之利小矣。泉雖淺。能以氷漿乳液潤人周矣。予今與若點荈而飮。漉酒而酌。亦莫非泉之施也。可忍負乎。客破顔大笑。孫君又請予爲記。噫。予與筆俱老矣。然重違主人之請。粗書所見耳。某月日。寶文閣待制典誥李某記。記後復題四十字云。

운대(芸臺) 아감(亞監) 손군이 성 북쪽 아무 마을에 새집을 잡았다. 큰 바위가 있어 높이가 두어 길이나 되고 모양이 쇠를 깎은 듯하다. 깎아지르고 푸르러 청사의 북쪽에서 동쪽 모퉁이까지 뻗쳤다. 그 아래에 찬 샘이 있어 졸졸 흘러나와 고여 한 웅덩이를 이루었는데 맑고 깊어 사랑스럽다. 청사의 동쪽에 붙여 작은 정자를 걸쳤는데 열 사람쯤 앉을 만하다. 산속 서재처럼 시원하니 이는 노닐고 잔치하며 한가히 지내는 곳이다.

내가 귀한 이의 집을 본 것이 많다. 그 숲과 동산을 꾸미는 데 반드시 서리고 우묵하고 혹이 진 괴석으로 쌓아 산을 만들어 형산(衡山)과 곽산(霍山)의 기이함을 본받으니 참으로 묘하다. 그러나 조물주가 일찍이 열어 놓은, 우뚝하고 기이하고 빼어난 천연의 모습만 못하다. 그들도 또한 거짓이 참만 못한 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부귀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기이한 꽃과 남다른 나무와 진기한 새와 기이한 짐승 따위일 뿐이다. 저 바위와 돌이 우뚝하고 울퉁불퉁한 것 같은 것은 권력으로 오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억지로 오게 하려면 마땅히 큰 끌과 날카로운 칼날로 조각내어 자르고 토막 내어 쪼개, 수레에 싣고 말에 지운 뒤에야 될 듯하다. 진실로 이와 같다면 다만 부서진 돌과 흩어진 자갈일 뿐이다. 비록 쌓아 높인들 앞서 괴석을 쌓아 산을 만든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어찌 다시 우뚝하고 기이하고 빼어난 천연의 옛 모습이 있겠는가.

이제 손군의 거처는 그윽하고 멀고 외진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곧 봉성(鳳城) 가운데 만 사람이 두르고 있는 사이다. 그런데 여기에 큰 바위의 기이하고 빼어남이 이와 같이 있어 손군이 얻어 가졌다. 이것이 어찌 손군의 높은 회포와 뛰어난 생각이 참으로 세상 밖으로 벗어났으되, 한 번 공명에 매이게 되자 마음이 일찍이 푸른 산 흰 구름에 있지 않은 적이 없으므로 하늘이 이것으로 먹여 위로함이 있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 바위를 우러르는 명망도 또한 여기에 터를 잡았다.

내가 주인에게 말하였다. 「바위가 북쪽에 선 것은 참으로 온당하여 더하고 덜 것이 없습니다. 오직 동쪽에 있는 것이 몹시 바짝 가까워 사람의 정을 자못 답답하게 하니, 마땅히 파서 서너 자 물러나게 하면 매우 아름답겠습니다.」 주인도 또한 내 말을 옳게 여겼다. 이어 그 마루를 가리키며 내게 이름 지어 달라 청하였다. 내가 「냉천(冷泉)」이라 이름하였다.

손 가운데 말하는 이가 있었다. 「이 정자가 기대어 빼어남으로 삼는 것은 무릇 이 바위 때문입니다. 도리어 한 국자 작은 샘으로 이름하니 마땅하지 않은 듯합니다.」 내가 말하였다. 「바위가 비록 기이하나 사람에게 먹이는 이로움이 작다. 샘이 비록 얕으나 얼음 같은 미음과 젖 같은 액체로 사람을 적심이 두루 하다. 내가 이제 그대와 함께 차를 달여 마시고 술을 걸러 따르는 것도 또한 샘의 베풂이 아닌 것이 없으니 차마 저버릴 수 있겠는가.」 손이 낯을 펴고 크게 웃었다.

손군이 또 내게 기를 지어 달라 청하였다. 아, 나와 붓이 함께 늙었다. 그러나 주인의 청을 거듭 어기기 어려워 본 것을 대강 적을 뿐이다. 아무 달 아무 날 보문각 대제 전고 이 아무개가 적는다. 적은 뒤에 다시 마흔 자를 붙인다.

2시

累繭覓奇峯。何處不相遇。力未負而來。及廻空眷顧。羨君得玆巖。擬向香爐住。何必思天台。遠學百世祖。

발이 부르트도록 기이한 봉우리를 찾으니 어느 곳에선들 서로 만나지 못하랴 힘이 모자라 지고 오지 못하여 돌아설 때 부질없이 돌아보았네 부럽구나 그대가 이 바위를 얻어 향로봉을 향해 머물 듯한 것이 어찌 반드시 천태산을 생각하여 멀리 백 대의 조사를 배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