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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원(懸鐘院)을 다시 지은 것에 대한 기懸鐘院重刱記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585자 · 낭독 5.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甚矣。行路者之難也。觸涉艱梗。足累繭矣。奔喘暑熱。喉生煙矣。方是時。息爽塏嚥淸甘。有以順攝然後釋然夷泰者。人情之常理也。脫不幸奈勞忍渴。又適遐阻。則其所謂淸之常理乖戾反逆。而病之芽孼。由此而生矣。其或雨雪暴作。顧鬜然無所依庇。則無奈草跧林伏。麕鹿之若也。何況如王人大賓者。敢舍於野哉。是亭館院宇之所由作也。懸鐘院者。南路之要會也。頽壞寢久。行人不得宿。則東西往來者病之。金海府吏某甲。慨然有肯構之志。悉罄其家貨。使龜巖寺浮屠某句當之。鳩工庀材。一新其宇。豐梁傑棟。以壯其內。崇門大閎。以固其外。繚之以脩築高墉。備捍衛四阿。然後行旅之入宿者。如入金城。夜不相警焉。前立一亭。置床茵以備休息之所。設甌勺以資挹酌之具。向之繭其足者。煙其喉者。求息求飮。各充其望焉。舍賓客。不宜使夷庳而錮遠目。故樓以崇其居。飛枅走栱。上出鳥道。南望蒼海。桅檣相望。西望墟落。村閻撲地。下有蓮塘柳渚。白鷺翠禽。飛相往來。浮沈遊戲。其若乘時得意者之樂也。向之王人大賓行使往來者。弭節而登此樓。則飄飄若霞擧。莫不逍遙偃仰。非特避雨雪息騶馭。抑移日忘去。去必屢顧眷眷焉。如遇佳人勝友而不忍別也。嗚呼。世之有重官豐祿者。顧自奉何如耳。鮮必以濟物利人爲意者。某甲直一州之吏耳。奔公走私。宜若不給。而獨奮然發志。輕一時之費。重萬世之利。忘一己之勞。規萬人之逸。於咄嗟間。其所樹立如此。此孰督之而孰命之耶。良由天機自動。得於中而應於外也。是可謂惇篤謹愿至誠者歟。其族子進士金某欲爲不朽之圖。草具本末。乞予爲志。勤且誠。故但次而文之耳。其屋宇楹棟之多少。工後日月之始卒。皆不列以請。故未之載也。承安三年月日記。

심하다, 길 가는 이의 어려움이여. 험하고 막힌 데를 부딪쳐 건너느라 발이 부르트고, 더위에 달려 헐떡이느라 목구멍에 연기가 난다. 이때를 당하여 시원한 데서 쉬고 맑고 단 것을 마셔 순하게 다스린 뒤에야 풀려 편안해지는 것이 사람 정의 떳떳한 이치다. 만약 불행히 수고로움을 견디고 목마름을 참는데 또 마침 멀고 막혔다면, 그 이른바 맑은 떳떳한 이치가 어그러지고 뒤집혀 병의 싹이 이로부터 생긴다. 혹 비와 눈이 갑자기 오는데 돌아보아 휑하니 의지하여 가릴 데가 없으면, 풀에 웅크리고 숲에 엎드려 노루와 사슴처럼 되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하물며 임금의 사자나 큰 손님 같은 이가 감히 들에서 잘 수 있겠는가. 이것이 정자와 관사와 원(院)과 집이 지어지는 까닭이다.

현종원은 남쪽 길의 요충이다. 무너진 지 오래되어 길 가는 이가 묵지 못하니 동서로 오가는 이가 이를 병으로 여겼다. 김해부의 아전 아무개가 개연히 지을 뜻을 두어, 그 집안의 재물을 다 기울여 귀암사(龜巖寺)의 중 아무개에게 맡아 하게 하였다.

장인을 모으고 재목을 갖추어 그 집을 온통 새롭게 하였다. 넉넉한 들보와 뛰어난 마룻대로 그 안을 씩씩하게 하고 높은 문과 큰 대문으로 그 밖을 굳게 하였다. 긴 쌓음과 높은 담으로 둘러 사방을 막아 지키기를 갖춘 뒤에야, 나그네로 들어와 자는 이가 쇠성에 든 듯하여 밤에 서로 놀라지 않게 되었다.

앞에 정자 하나를 세워 평상과 자리를 두어 쉬는 곳을 갖추고, 사발과 국자를 베풀어 떠 마시는 도구로 삼았다. 앞서 발이 부르튼 이와 목구멍에 연기가 나던 이가 쉬기를 구하고 마시기를 구하여 각기 그 바람을 채우게 되었다.

손님을 묵게 하는 데 낮고 좁게 하여 먼 눈을 막게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으므로 누각으로 그 거처를 높였다. 나는 두공과 달리는 첨차가 위로 새 길에 나왔다. 남으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돛대가 서로 바라보고, 서로 마을을 바라보면 촌락이 땅에 깔렸다. 아래에 연꽃 못과 버들 물가가 있어 흰 해오라기와 푸른 새가 날아 서로 오가고 떴다 잠겼다 놀며 즐긴다. 그 때를 타 뜻을 얻은 이의 즐거움과 같다.

앞서 말한 임금의 사자와 큰 손님과 사명을 받들어 오가는 이가 수레를 멈추고 이 누각에 오르면, 나부껴 노을처럼 들리는 듯하여 거닐고 눕고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다. 다만 비와 눈을 피하고 말과 마부를 쉬게 할 뿐 아니라, 또한 날을 옮겨 가기를 잊고 가면서도 반드시 여러 번 돌아보며 그리워한다. 아름다운 이와 빼어난 벗을 만나 차마 헤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

아, 세상에 무거운 벼슬과 넉넉한 녹을 가진 이는 돌아보아 스스로 받드는 것이 어떠할 뿐이요, 반드시 사물을 건지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뜻을 삼는 이가 드물다. 아무개는 다만 한 고을의 아전일 뿐이다. 공사에 달리고 사사에 달려 넉넉하지 못할 듯한데, 홀로 떨쳐 뜻을 내어 한때의 비용을 가벼이 여기고 만세의 이로움을 무겁게 여기며, 제 한 몸의 수고를 잊고 만인의 편안함을 꾀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세운 것이 이와 같다. 이는 누가 독려하고 누가 명한 것인가. 참으로 하늘의 기틀이 절로 움직여 속에서 얻어 밖으로 응한 것이다. 이는 도탑고 삼가고 지극히 정성스러운 이라 할 만하다.

그 조카인 진사 김 아무개가 썩지 않을 도모를 하고자 하여 본말을 대충 갖추어 내게 기록을 지어 달라 청하기를 부지런하고 또 정성스럽게 하였다. 그러므로 다만 차례를 매겨 글로 지을 뿐이다. 그 집과 기둥과 마룻대의 많고 적음과 공역의 뒷날 시작하고 마친 것은 다 벌여 놓고 청하지 않았으므로 싣지 못하였다. 승안(承安) 삼년 아무 달 아무 날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