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원(懸鐘院)을 다시 지은 것에 대한 기懸鐘院重刱記
甚矣。行路者之難也。觸涉艱梗。足累繭矣。奔喘暑熱。喉生煙矣。方是時。息爽塏嚥淸甘。有以順攝然後釋然夷泰者。人情之常理也。脫不幸奈勞忍渴。又適遐阻。則其所謂淸之常理乖戾反逆。而病之芽孼。由此而生矣。其或雨雪暴作。顧鬜然無所依庇。則無奈草跧林伏。麕鹿之若也。何況如王人大賓者。敢舍於野哉。是亭館院宇之所由作也。懸鐘院者。南路之要會也。頽壞寢久。行人不得宿。則東西往來者病之。金海府吏某甲。慨然有肯構之志。悉罄其家貨。使龜巖寺浮屠某句當之。鳩工庀材。一新其宇。豐梁傑棟。以壯其內。崇門大閎。以固其外。繚之以脩築高墉。備捍衛四阿。然後行旅之入宿者。如入金城。夜不相警焉。前立一亭。置床茵以備休息之所。設甌勺以資挹酌之具。向之繭其足者。煙其喉者。求息求飮。各充其望焉。舍賓客。不宜使夷庳而錮遠目。故樓以崇其居。飛枅走栱。上出鳥道。南望蒼海。桅檣相望。西望墟落。村閻撲地。下有蓮塘柳渚。白鷺翠禽。飛相往來。浮沈遊戲。其若乘時得意者之樂也。向之王人大賓行使往來者。弭節而登此樓。則飄飄若霞擧。莫不逍遙偃仰。非特避雨雪息騶馭。抑移日忘去。去必屢顧眷眷焉。如遇佳人勝友而不忍別也。嗚呼。世之有重官豐祿者。顧自奉何如耳。鮮必以濟物利人爲意者。某甲直一州之吏耳。奔公走私。宜若不給。而獨奮然發志。輕一時之費。重萬世之利。忘一己之勞。規萬人之逸。於咄嗟間。其所樹立如此。此孰督之而孰命之耶。良由天機自動。得於中而應於外也。是可謂惇篤謹愿至誠者歟。其族子進士金某欲爲不朽之圖。草具本末。乞予爲志。勤且誠。故但次而文之耳。其屋宇楹棟之多少。工後日月之始卒。皆不列以請。故未之載也。承安三年月日記。
심하다, 길 가는 이의 어려움이여. 험하고 막힌 데를 부딪쳐 건너느라 발이 부르트고, 더위에 달려 헐떡이느라 목구멍에 연기가 난다. 이때를 당하여 시원한 데서 쉬고 맑고 단 것을 마셔 순하게 다스린 뒤에야 풀려 편안해지는 것이 사람 정의 떳떳한 이치다. 만약 불행히 수고로움을 견디고 목마름을 참는데 또 마침 멀고 막혔다면, 그 이른바 맑은 떳떳한 이치가 어그러지고 뒤집혀 병의 싹이 이로부터 생긴다. 혹 비와 눈이 갑자기 오는데 돌아보아 휑하니 의지하여 가릴 데가 없으면, 풀에 웅크리고 숲에 엎드려 노루와 사슴처럼 되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하물며 임금의 사자나 큰 손님 같은 이가 감히 들에서 잘 수 있겠는가. 이것이 정자와 관사와 원(院)과 집이 지어지는 까닭이다.
현종원은 남쪽 길의 요충이다. 무너진 지 오래되어 길 가는 이가 묵지 못하니 동서로 오가는 이가 이를 병으로 여겼다. 김해부의 아전 아무개가 개연히 지을 뜻을 두어, 그 집안의 재물을 다 기울여 귀암사(龜巖寺)의 중 아무개에게 맡아 하게 하였다.
장인을 모으고 재목을 갖추어 그 집을 온통 새롭게 하였다. 넉넉한 들보와 뛰어난 마룻대로 그 안을 씩씩하게 하고 높은 문과 큰 대문으로 그 밖을 굳게 하였다. 긴 쌓음과 높은 담으로 둘러 사방을 막아 지키기를 갖춘 뒤에야, 나그네로 들어와 자는 이가 쇠성에 든 듯하여 밤에 서로 놀라지 않게 되었다.
앞에 정자 하나를 세워 평상과 자리를 두어 쉬는 곳을 갖추고, 사발과 국자를 베풀어 떠 마시는 도구로 삼았다. 앞서 발이 부르튼 이와 목구멍에 연기가 나던 이가 쉬기를 구하고 마시기를 구하여 각기 그 바람을 채우게 되었다.
손님을 묵게 하는 데 낮고 좁게 하여 먼 눈을 막게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으므로 누각으로 그 거처를 높였다. 나는 두공과 달리는 첨차가 위로 새 길에 나왔다. 남으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돛대가 서로 바라보고, 서로 마을을 바라보면 촌락이 땅에 깔렸다. 아래에 연꽃 못과 버들 물가가 있어 흰 해오라기와 푸른 새가 날아 서로 오가고 떴다 잠겼다 놀며 즐긴다. 그 때를 타 뜻을 얻은 이의 즐거움과 같다.
앞서 말한 임금의 사자와 큰 손님과 사명을 받들어 오가는 이가 수레를 멈추고 이 누각에 오르면, 나부껴 노을처럼 들리는 듯하여 거닐고 눕고 우러르지 않는 이가 없다. 다만 비와 눈을 피하고 말과 마부를 쉬게 할 뿐 아니라, 또한 날을 옮겨 가기를 잊고 가면서도 반드시 여러 번 돌아보며 그리워한다. 아름다운 이와 빼어난 벗을 만나 차마 헤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
아, 세상에 무거운 벼슬과 넉넉한 녹을 가진 이는 돌아보아 스스로 받드는 것이 어떠할 뿐이요, 반드시 사물을 건지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뜻을 삼는 이가 드물다. 아무개는 다만 한 고을의 아전일 뿐이다. 공사에 달리고 사사에 달려 넉넉하지 못할 듯한데, 홀로 떨쳐 뜻을 내어 한때의 비용을 가벼이 여기고 만세의 이로움을 무겁게 여기며, 제 한 몸의 수고를 잊고 만인의 편안함을 꾀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세운 것이 이와 같다. 이는 누가 독려하고 누가 명한 것인가. 참으로 하늘의 기틀이 절로 움직여 속에서 얻어 밖으로 응한 것이다. 이는 도탑고 삼가고 지극히 정성스러운 이라 할 만하다.
그 조카인 진사 김 아무개가 썩지 않을 도모를 하고자 하여 본말을 대충 갖추어 내게 기록을 지어 달라 청하기를 부지런하고 또 정성스럽게 하였다. 그러므로 다만 차례를 매겨 글로 지을 뿐이다. 그 집과 기둥과 마룻대의 많고 적음과 공역의 뒷날 시작하고 마친 것은 다 벌여 놓고 청하지 않았으므로 싣지 못하였다. 승안(承安) 삼년 아무 달 아무 날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