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5

같은 해 급제한 이들 가운데 재상이 된 이들의 이름을 적다同年宰相書名記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461자 · 낭독 3.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予於大定三十年之庚戌。登進士第。同年凡三十人而已。後皆跨騰振拔。官至相府及華資顯列者。無若我同年之盛也。以兩府言之。趙相國冲以相門子。早從仕。至守太尉金紫光祿大夫門下侍郞同中書門下平章事修文殿大學士修國史上將軍判禮部事。卒年五十。兪相國升旦起自寒門。至金紫光祿大夫參知政事集賢殿大學士修國史判禮部事。卒年六十五。韓樞密光衍亦以宰相子。累官至銀靑光祿大夫樞密院使禮部尙書寶文閣大學士致仕。今尙無恙。年八十三。陳樞密湜歷官至銀靑光祿大夫樞密院副使御史大夫翰林學士。卒年五十八。予亦承乏。至守太尉金紫光祿大夫參知政事修文殿大學士監修國史判戶祁事太子太保。雖微分已足。亦未知終至何官也。噫。於一同年中。宰相之至於五人者。雖國朝全盛之時。想未之多也。其餘或登三品四品。或躡制誥臺諫郞官者。凡十一人。雖未至參官。或至七品八九品凡六人。以此數之。其終於散官者。餘有幾人耶。凡以文鳴世者。亦多出於我同年。世言同年者。必以我同年爲稱首。是年。李政堂諱知命主盟。任承宣諱濡副焉。世亦服兩公之取人如此。是實士林盛事。而若不記以示于後。則百世之下。誰復知之耶。聊誌之以爲後之標識也。嗚呼。四十七年之間。皆已爲鬼錄。唯韓公與予存焉耳。可不哀乎。時乙未某月日。記。

내가 대정(大定) 삼십년 경술년에 진사에 급제하였다. 같은 해 급제한 이가 무릇 서른 사람뿐이었다. 뒤에 다 뛰어올라 떨쳐 나서서 벼슬이 재상 자리와 화려한 자급과 드러난 반열에 이른 이가 우리 동년만큼 성한 적이 없었다.

양부로 말하면 이러하다. 조상국 충(趙相國冲)은 재상 집안의 아들로 일찍 벼슬길에 나아가 수태위 금자광록대부 문하시랑 동중서문하평장사 수문전대학사 수국사 상장군 판예부사에 이르렀고 나이 쉰에 죽었다.

유상국 승단(兪相國升旦)은 한미한 집안에서 일어나 금자광록대부 참지정사 집현전대학사 수국사 판예부사에 이르렀고 나이 예순다섯에 죽었다.

한추밀 광연(韓樞密光衍)도 재상의 아들로 벼슬을 거듭하여 은청광록대부 추밀원사 예부상서 보문각대학사에 이르러 벼슬에서 물러났다. 이제도 아직 탈이 없으니 나이 여든셋이다.

진추밀 식(陳樞密湜)은 벼슬을 거쳐 은청광록대부 추밀원부사 어사대부 한림학사에 이르렀고 나이 쉰여덟에 죽었다.

나도 또한 빈자리를 채워 수태위 금자광록대부 참지정사 수문전대학사 감수국사 판호부사 태자태보에 이르렀다. 비록 보잘것없는 분수에는 이미 넉넉하나 또한 마침내 어느 벼슬에 이를지는 알지 못한다.

아, 한 동년 가운데 재상에 이른 이가 다섯 사람이니, 비록 나라가 한창 성하던 때라도 아마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나머지로 삼품과 사품에 오르거나 제고와 대간과 낭관을 밟은 이가 무릇 열한 사람이다. 비록 참관에 이르지 못하였어도 칠품과 팔품 구품에 이른 이가 무릇 여섯 사람이다. 이로써 헤아리면 벼슬 없이 마친 이가 남아 몇 사람이겠는가.

무릇 글로 세상에 이름을 울린 이도 우리 동년에서 많이 나왔다. 세상에서 동년을 말하는 이는 반드시 우리 동년을 으뜸으로 일컫는다. 이해에 이정당 지명(李政堂知命)이 시험을 주관하고 임승선 유(任承宣濡)가 도왔다. 세상이 또한 두 공의 사람 뽑음이 이와 같음에 탄복하였다.

이는 참으로 선비 사회의 성한 일이다. 만일 적어 뒷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면 백 세 뒤에 누가 다시 알겠는가. 그래서 적어 뒷날의 표지로 삼는다.

아, 마흔일곱 해 사이에 다 이미 저승의 명부에 들었고 오직 한공과 나만 남았을 뿐이다. 슬프지 않겠는가. 때는 을미년 아무 달 아무 날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