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5

화엄과 계율의 글을 함께 익히려 모임을 맺는 글華嚴律章疏講習結社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432자 · 낭독 3.8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夫生國君之土。食國土之毛。無芥子許有補於世者。貧道是已。環顧一身。無可效萬一者。但日夜思欲以區區微力。彌縫佛敎之頽綱。以此奉福朝家耳。今國家崇信法門切矣。法門雖衆。華嚴圓敎。最爲極唱。若談其旨。如譽天地之大。故於玆略之。所謂律者。梵言毗舍那。唐言調伏者是也。謂能調伏六根三表故耳。八萬四千法門。由是而生。是以。如來十大弟子中。唯稱離耶能持律。則律之時義。其大矣哉。故自祖聖各於福地。輾此法輪。其所由來者尙矣。然陵夷至于後世。名在而實廢。器存而用弛。是貧道所嘗嘆息也。且佛氏之旨。幽遠微妙。不可直悟。故於是有章疏鈔傳之學興焉。然由文句詰屈。不可易解。則必須師友以相磨。群集講習。然後是可以言道矣。比來學者各立幔幢。自相爲賢。忌群居喜獨學者皆是。有執卷而難詰者。茫然不能往復酬酢。是亦貧道所嘆者也。竊不自揆。痛欲興此二敎。因與某等共結精舍。廣招學子。使各根究佛法之宗源。此志苟遂。雖死之日。猶生之年也。凡欲入社者。咸來棲集。若鬱於久住。有意遊方者。則聽其所之。不必局於一也。檀越之布施。量已之所堪。不必強其所不能也。其朝夕之供。則廉約爲先。不必妄爲糜費也。先約以三年。於其中增損之。不必拘於限也。此其立社之大槪也。

무릇 임금의 땅에 나서 나라 땅의 곡식을 먹으면서 겨자씨만큼도 세상에 보탬이 없는 자, 바로 이 빈도(貧道)입니다. 이 한 몸을 둘러보아도 만분의 하나라도 바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밤낮으로 이 하찮은 힘으로나마 무너진 불교의 벼리를 꿰매어 이로써 나라에 복을 받들려 생각할 뿐입니다.

이제 나라가 법문을 받들어 믿음이 간절합니다. 법문이 비록 많으나 화엄의 원만한 가르침이 으뜸으로 지극합니다. 그 뜻을 말하자면 하늘과 땅의 큼을 기리는 것과 같으니 여기서는 줄입니다. 이른바 율(律)이란 범어로 「비사나」요 중국 말로 「조복(調伏)」이 이것입니다. 여섯 감각(六根)과 세 가지 업을 능히 길들여 엎드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팔만 사천 법문이 이로부터 나옵니다. 그러므로 여래의 열 큰 제자 가운데 오직 우바리(優波離耶)만이 율을 잘 지녔다 일컬어지니, 율이 때에 지니는 뜻이 크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사와 성인들이 저마다 복된 땅에서 이 법의 바퀴를 굴렸으니 그 유래가 오랩니다. 그러나 차츰 낮아져 뒷세상에 이르러서는 이름은 있으나 실상은 없어지고 그릇은 있으나 쓰임은 늘어졌으니, 이는 빈도가 일찍이 한숨지어 온 바입니다.

또 부처의 뜻은 아득히 멀고 미묘하여 곧바로 깨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에 글을 풀고 뽑고 전하는 학문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글귀가 뒤엉키고 굽어 쉬이 풀 수 없으니, 반드시 스승과 벗으로 서로 갈고 떼 지어 모여 익힌 뒤에야 도를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배우는 이들은 저마다 막을 치고 기를 세워 서로 제가 어질다 하니, 떼 지어 사는 것을 싫어하고 홀로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들이 다 이렇습니다. 책을 들고 따져 묻는 이가 있으면 멍하여 주고받지 못합니다. 이 또한 빈도가 한숨짓는 바입니다.

가만히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고 이 두 가르침을 간절히 일으키고자 합니다. 그래서 아무들과 함께 정사(精舍)를 맺고 배우는 이를 널리 불러 저마다 부처 법의 뿌리와 근원을 파고들게 하려 합니다. 이 뜻이 이루어진다면 죽는 날이라도 오히려 살아 있는 해와 같습니다.

무릇 이 모임에 들려는 이는 다 와서 깃들어 모이십시오. 만일 오래 머무는 것이 답답하여 떠돌 뜻이 있으면 그 가는 데를 그대로 따를 것이니, 한곳에 묶지 않습니다. 시주의 베풂은 제 힘으로 감당할 만큼만 헤아릴 것이니, 못 할 일을 억지로 시키지 않습니다. 아침저녁 공양은 검소함을 앞세울 것이니, 함부로 허비하지 않습니다. 먼저 세 해로 약속하고 그 안에서 더하고 덜 것이니, 기한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모임을 세우는 큰 줄기입니다.

협주 1

代人作

남을 대신하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