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사 안치민께 다시 손수 쓴 글又寄安處士手書
月日。某啓。昨以所厚求墨君事。輕浼左右。惶灼俟罪。蒙掃與風竹數四叢。其人持以來示。敍謝甚誠。觀其枝葉活動。想聽騷騷爽韻。眞得風中態。吾向以處士比文洋州。其不能中的也耶。復承過損。要僕近所著詩文。僕素習雖嗜詩。但常爲軍事所迫。又念若於貔虎叢間。喜常操筆哦詠。則必遭衆罵。故鮮有所作。雖未除餘習。或時有著。輒爲人取去。箱篋無見在一紙。其餘四六。皆禱佛祈神之文。不足煩採覽。故不敢錄呈。幸勿誚之。向寒。伏祝珍重自愛。不宣頓首。
어느 달 어느 날, 아무가 아룁니다.
어제 제가 두터이 여기는 이가 먹으로 그린 대를 청한 일로 좌우를 가볍게 번거롭게 하였으니, 두렵고 타는 듯하여 죄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바람 맞은 대 서너 떨기를 쳐서 주셨습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와 보이며 사례하는 말이 매우 참되었습니다. 그 가지와 잎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니 서늘한 울림이 소소히 들리는 듯하여 참으로 바람 속의 모습을 얻었습니다. 제가 앞서 처사를 문양주(文洋州)에 견준 것이 어찌 맞지 않았겠습니까.
다시 지나치게 낮추신 말씀을 받아, 제가 요사이 지은 시와 글을 청하셨습니다. 저는 본디 익힌 것이 시를 즐기는 것이나, 늘 군사 일에 몰리고 또 범 같은 군사들 사이에서 늘 붓을 잡고 읊기를 즐기면 반드시 뭇 사람의 꾸짖음을 만날 것이라 생각하여 지은 것이 드뭅니다. 남은 버릇을 버리지 못하여 더러 때때로 지은 것이 있으나 그때마다 남이 가져가 버려, 상자에 남아 있는 종이 한 장이 없습니다. 그 나머지 사륙 글은 다 부처께 빌고 신에게 비는 글이라 번거롭게 보실 만하지 못하므로 감히 적어 올리지 못합니다. 부디 꾸짖지 마소서.
날이 추워집니다. 몸을 보배처럼 아끼시기를 빕니다. 이만 그치며 머리를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