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선사(鍾義禪師)께 답하는 글答鍾義禪師手書
云云。承問。備認法履淸勝。欣慰罔極。前月二十七日被召。緣世幹所纏繞。便未造謁。方俟訶譴。今復蒙手敎見喚。果責以疏誕。然復有與人約束。未可稽違者。又不得承稟。僕之逋慢一至此。死罪死罪。古人思情親。或千里命駕矣。天壽距都城。能幾步而憚其往歟。但以業已爲世俗。未遽割斷世故耳。前詣方丈登松亭。飮酒甚樂。又於明燈下。煎臘前早芽。談道不覺夜分。此皆懸懸在念。往則當復作此事。何憚之有哉。迨明日方造。幸勿深訝。謹白。
운운. 물어 주심을 받고서 법체가 맑고 좋으심을 다 알았습니다. 기쁘고 위로되는 마음이 끝이 없습니다.
지난달 스무이렛날 부르심을 받았으나 세상일에 얽매여 곧 나아가 뵙지 못하였습니다. 바야흐로 꾸짖으심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손수 쓰신 글월로 부르시며 과연 데면데면하고 허황되다고 꾸짖으셨습니다. 그런데 또 남과 약속한 것이 있어 어기고 미룰 수 없으니, 이번에도 받들어 여쭙지 못합니다. 저의 게으르고 거만함이 이에 이르렀으니 죽을죄입니다, 죽을죄입니다.
옛사람은 정든 이를 그리워하면 더러 천 리 길에도 수레를 내라 하였습니다. 천수사(天壽寺)가 서울에서 몇 걸음이나 된다고 가기를 꺼리겠습니까. 다만 이미 세속의 사람이 되어 세상일을 대뜸 끊어 내지 못할 뿐입니다.
앞서 방장(方丈)에 나아가 소나무 정자에 올라 술을 마시며 매우 즐거웠습니다. 또 밝은 등불 아래에서 섣달 전에 딴 이른 차싹을 달이며 도를 이야기하다가 밤이 깊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런 일들이 다 마음에 걸려 있습니다. 가면 마땅히 다시 이런 일을 할 터인데 무엇을 꺼리겠습니까.
내일이 되면 곧 나아가겠으니 부디 너무 의아해하지 마십시오.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