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7

진강공(晉康公)께 올리는 글上晉康公書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986자 · 낭독 9.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月日。右司諫知制誥李某。謹擇日齋戒。奉書于令公邸下。方面詰之際。局縮然不能辨列是非。退且有言。則眞若追而飾之者。決未蒙採納矣。然性之孤直。與夫口之不給者之不得自申於大人尊貴之前。固其理也。顧可代脣舌而得以明其義者。惟是不腆之文耳。以是略宣鄙蘊。伏惟察之。乃者事有邸下所曾論斷。而省中殊不知若此。有橫出異議而大與邸下之意相戾者。邸下不得不怒召椽吏。詰其議之所自出。當此時。吏於雷威之下。股戰汗出。不知所言。及厲聲呵叱。強之使言。則雖怳然自失之中。亦思平日有憾於其心者。乃以僕對之。蓋僕嘗以事切訶此掾故也。由是歸罪於僕。至令寢職停官。其亦有日于玆矣。僕誠震駭憂悸。幾死而方蘇矣。且議若出於僕者。此特公事耳。且復居得言之地。則其可與否。在邸下斷之而已。凡立議創端。乃省郞之職也。省中多置員寮者。欲令甲所未創於心者。乙乃創之而唱之。乙所未爾者。甲亦發而唱之。迭相創始。商酌衆議。然後國論行矣。若皆環顧相持。怯於首發。則國家之議論。何自而生焉。百官之違慝。孰先焉而彈理之耶。此實地職之當然。而非甚以爲罪者也。況議有所自出。而未始出於僕者。則僕非不能斥言其人。蓋不欲傷同寮之友。故不甚明白。吶吶而退。且罪有大於此者。寧我代受而已。義不欲移之人矣。此直公事之麽細者。而非關國之利害。又非果敢自斷者。雖得罪。想不至大。僕豈敢要自逃逭。而指斥其人之名姓耶。僕嘗聞得喪升沈。莫不關乎天命。以僕觀之。今之遭此誣枉。其不能以自明者。徒以性之孤直。口之不給。與夫固執不傷寮友之意故耳。若一斥言則免矣。何必關天哉。昔有二人同行。一人善走。一人跛行。前有貴人來者。善走者罵之。未及其擡眼而疾走避之。貴人擬其跛者之所罵。乃收捕繫縛。大加捧捶而後已。僕無奈類是。而以性直口吶。坐人之所當坐耶。但念此議若大有益於時。爲邸下所奬。當蒙顯賞。則彼豈默而令僕代受耶。是僕之所以雖不斥言其人。亦不甘於代受其罪者也。然事當久而自明。以邸下之鑑。更復詳味。收威怒爲陽春。則僕之暫廢。譬若木之未盡枯者。何詎不得復活耶。何以知其然也。始閣下欲觀掾吏之有以操心者。使之言之。然後尋斥其吏。因謂之曰。諫署之吏。當以愼密不洩爲職。吾雖怒。非必置死罪者。而此吏斥言議之所出。理所不當。故斥之也。朝廷搢紳聞之。皆高邸下之義。莫不頌詠。由是度之。僕之罪。亦不終至於大廢審矣。姑且待之亦可也。然月俸不繼。若擧家飢死。則一國之人。不可戶曉。烏知僕之不有大過而致此然耶。是僕之所以不得已而哀號者也。伏望邸下察掾吏之緣私憾。欲中傷省郞之意。諒僕之代人受譴。不甚明白之義。亦憐性直口吶。不得自申明之情。以鏡察之明。辨其曲直。洗雪誣枉。而無使僕如跛者之枉受棒捶也。身櫬糞士。俯伏俟命。繄僕之行裝是卜。正在今日矣。無任惶悚喘息之至。干觸嚴威。不宣。某再拜。

어느 달 어느 날, 우사간 지제고 이 아무는 삼가 날을 가려 재계하고 영공 저하(邸下)께 글을 올립니다.

마주 대하여 따져 물으실 때에는 몸이 움츠러들어 옳고 그름을 가려 늘어놓지 못하였습니다. 물러난 뒤에 말씀드리면 참으로 뒤쫓아 꾸며 대는 것 같아 결코 받아 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품이 외곬으로 곧고 말이 넉넉하지 못한 자가 높고 귀한 어른 앞에서 스스로 펴지 못하는 것은 본디 그럴 만한 이치입니다. 돌아보건대 입과 혀를 대신하여 그 뜻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변변찮은 글뿐입니다. 이로써 어리석은 속마음을 대강 펴 보이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살펴 주십시오.

지난번에 저하께서 일찍이 의논하여 결단하신 일이 있었는데 성(省) 안에서는 그런 줄을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엉뚱하게 다른 의논이 나와 저하의 뜻과 크게 어긋난 일이 있었습니다. 저하께서는 노하지 않으실 수 없어 아전을 불러 그 의논이 어디서 나왔는지 따져 물으셨습니다.

이때 아전은 우레 같은 위엄 아래에서 다리가 떨리고 땀이 나 무슨 말을 할지 몰랐습니다. 소리를 높여 꾸짖으며 억지로 말하게 하시니, 비록 얼떨결에 넋을 잃은 가운데에서도 평소 마음에 서운함을 품은 자를 생각해 내어 저를 들어 대답하였습니다. 대개 제가 일찍이 일로 이 아전을 매섭게 꾸짖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죄를 저에게 돌려 직임을 거두고 벼슬을 멈추게 하시니, 그리된 지도 이미 며칠이 되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놀라고 두려워 가슴이 뛰어 거의 죽었다가 이제야 깨어났습니다.

또 그 의논이 만일 저에게서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다만 공사(公事)일 뿐입니다. 게다가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니 그 옳고 그름은 저하께서 결단하실 따름입니다. 무릇 의논을 세우고 실마리를 여는 것은 성랑(省郞)의 직분입니다. 성 안에 관원을 많이 두는 것은, 갑이 마음에 내지 못한 것을 을이 내어 부르고 을이 그리하지 못한 것을 갑이 또 내어 부르게 하려는 것입니다. 번갈아 실마리를 열고 뭇 의논을 헤아려 맞춘 뒤에야 나라의 의논이 행해집니다. 만일 다들 둘레를 돌아보며 서로 버티고 먼저 내기를 겁내면 나라의 의논이 어디서 생기겠습니까. 온갖 벼슬아치의 어긋나고 사특한 일을 누가 먼저 나서서 따져 다스리겠습니까. 이는 실로 그 자리의 직분에 마땅한 일이요 심하게 죄로 삼을 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의논이 나온 데가 따로 있어 애초에 저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데도, 제가 그 사람을 지목하여 말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대개 같은 동료의 벗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 밝히지 않고 우물우물 물러났을 뿐입니다. 또 이보다 큰 죄가 있다 해도 차라리 제가 대신 받을 뿐이요, 의리상 남에게 옮기고 싶지 않습니다.

이는 다만 공사 가운데 자잘한 일이요 나라의 이해에 걸린 것도 아니며, 또 과감하게 제멋대로 결단한 것도 아닙니다. 비록 죄를 얻는다 해도 크게 이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어찌 감히 스스로 벗어나려고 그 사람의 성명을 지목하겠습니까.

저는 일찍이 얻고 잃음과 오르고 잠기는 것이 하늘의 명에 걸리지 않은 것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제 이 무함을 당하고도 스스로 밝히지 못하는 것은, 다만 성품이 외곬으로 곧고 말이 넉넉하지 못하며 동료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뜻을 굳게 잡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만일 한번 지목하여 말하면 벗어날 터인데 어찌 반드시 하늘에 걸린 일이겠습니까.

옛날에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갔는데 한 사람은 잘 달리고 한 사람은 절뚝거렸습니다. 앞에서 귀한 사람이 오는데 잘 달리는 자가 그를 욕하고, 그가 눈을 들기도 전에 재빨리 달아나 피하였습니다. 귀한 사람은 절뚝거리는 자가 욕한 줄로 여겨 잡아다 묶고 몽둥이질을 잔뜩 한 뒤에야 그쳤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이와 같아서, 성품이 곧고 말이 더듬거린다는 까닭으로 남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생각건대 이 의논이 만일 때에 크게 이로워 저하께 기림을 받고 드러난 상을 받게 되었다면, 저 사람이 어찌 잠자코 저로 하여금 대신 받게 하였겠습니까. 이것이 제가 비록 그 사람을 지목하여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 죄를 대신 받는 것을 달게 여기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일은 오래되면 저절로 밝아질 것입니다. 저하의 밝은 살피심으로 다시 자세히 헤아리시어 위엄과 노여움을 거두고 봄볕처럼 하신다면, 저의 잠시 버려짐이란 나무가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것과 같으니 어찌 다시 살아나지 못하겠습니까.

어떻게 그런 줄을 아느냐 하면 이렇습니다. 처음에 저하께서 아전이 마음을 잡은 바가 있는지 보시려고 말하게 하시고, 그런 뒤에 이내 그 아전을 물리치시며 이렇게 이르셨습니다. 「간쟁하는 관청의 아전은 마땅히 삼가고 은밀히 하여 새지 않게 함을 직분으로 삼아야 한다. 내가 비록 노하였으나 반드시 죽을죄에 두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아전이 의논이 나온 데를 지목하여 말하였으니 이치에 마땅하지 않다. 그래서 물리친 것이다.」 조정의 벼슬아치들이 이를 듣고 다 저하의 의로움을 높이 여겨 기려 읊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로 미루어 헤아리면 저의 죄도 끝내 크게 버려지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잠시 기다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다달이 받는 녹이 이어지지 않아 만일 온 집안이 굶어 죽는다면, 온 나라 사람에게 집집이 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저에게 큰 허물이 없는데도 이리된 줄을 어찌 알겠습니까. 이것이 제가 어쩔 수 없이 슬피 부르짖는 까닭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저하께서는 아전이 사사로운 서운함으로 성랑을 해치려 한 뜻을 살피시고, 제가 남을 대신하여 꾸지람을 받으면서도 그리 밝히지 않은 뜻을 헤아려 주십시오. 또 성품이 곧고 말이 더듬거려 스스로 펴 밝히지 못하는 정을 가엾이 여기시어, 거울처럼 밝게 살피시는 밝음으로 굽고 곧음을 가리시고 무함을 씻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저로 하여금 절뚝거리는 자처럼 억울하게 몽둥이질을 받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몸에 널을 지고 거름흙에 엎드려 명을 기다립니다. 저의 행장을 꾸릴지 말지가 바로 오늘에 달렸습니다. 두렵고 숨 가쁜 마음을 이기지 못합니다. 엄한 위엄을 범하였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아무는 두 번 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