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 장자목(張自牧)이 벼슬을 놓은 뒤 대복경 보문각직학사가 되고 이어 물러난 것을 축하하는 글賀張侍郞自牧解職後拜大僕卿寶文閣直學士仍致仕啓
右伏審。澤霈層霄。春還暮景。聖明所以優老。耆舊莫不爲榮。竊惟有國已來。爲臣之體。年甫滿七旬。則身雖解職。官不登三品。則祿未及家。故進而就列也。不辭夙夜從事之勞。及老而釋位也。未免朝夕奉己之患。孰於得謝居閑之際。致此崇資進秩之榮。嘉若異恩。始于大丈。恭惟學士閣下。襟期倜儻。器度汪涵。書是張芝之後身。文爲燕國之大手。夙登顯要。卓著聲稱。腰鞓帶也。已飾列卿之儀。掌棘圍也。已更座主之任。曁當退逸。反困食貧。昔日榮華。似罷邯鄲之一夢。餘生計活。翻爲顔巷之屢空。有識同嗟。無人不憫。然積其善者慶不艾。種其德者福所滋。果蒙牽復之名。忽擢高華之秩。奉車職緊。學士資淸。實明公胡考之基。亦世嗣熾昌之兆。凡叨夙眷。盡罄欣悰。祿踰百鍾。豈高門之所獨慶耳。歲釀九醞。如吾輩者亦與霑焉。抃擢之誠。述宣莫旣云云。
삼가 살피건대, 은택이 높은 하늘에서 쏟아지고 봄이 저무는 경치에 돌아왔습니다. 거룩하고 밝으신 임금께서 늙은이를 두터이 대하시니, 나이 많은 옛 신하로서 영광으로 여기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나라가 선 이래로 신하 된 이의 도리는 이러하였습니다. 나이가 겨우 일흔에 차면 몸은 비록 벼슬을 놓으나, 벼슬이 삼품에 오르지 못하면 녹이 집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나아가 반열에 설 때에는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수고를 사양하지 않고, 늙어 자리를 놓을 때에는 아침저녁 제 몸을 돌보는 걱정을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누가 벼슬을 그만두고 한가히 지내는 즈음에 이처럼 품계를 높이고 자리를 올리는 영광을 얻었겠습니까. 아름다운 이 남다른 은혜가 어른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학사 합하께서는 품은 뜻이 빼어나고 그릇과 도량이 넓고 깊습니다. 글씨는 장지(張芝)의 후신이요 글은 연국공(燕國公) 같은 큰 솜씨입니다. 일찍이 드러난 요직에 올라 이름과 기림이 우뚝하였습니다.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르시어 이미 열경(列卿)의 차림을 갖추셨고, 과거 시험장을 맡으시어 이미 좌주(座主)의 임무를 거치셨습니다.
물러나 한가히 지내게 되어서는 도리어 가난한 살림에 시달리셨습니다. 지난날의 영화는 한단(邯鄲)의 한 꿈에서 깬 것과 같고, 남은 삶의 살림은 도리어 안회(顔回)의 골목처럼 자주 비게 되었습니다. 아는 이들이 함께 탄식하고 가엾이 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을 쌓은 이는 경사가 끊이지 않고 덕을 심은 이는 복이 불어납니다. 과연 다시 끌어 쓰는 이름을 입어 문득 높고 빛나는 자리에 뽑히셨습니다. 봉거(奉車)의 직임은 긴요하고 학사의 자리는 맑습니다. 실로 밝으신 공께서 오래 사실 터전이요, 또한 대를 이을 자손이 성하게 될 조짐입니다.
일찍이 돌보아 주심을 외람되이 입은 이들은 모두 기쁜 마음을 다합니다. 녹이 백 종(鍾)을 넘으니 어찌 높은 문중만의 경사이겠습니까. 해마다 아홉 번 빚은 술을 담그시면 저희 같은 이들도 함께 젖어 들 것입니다. 손뼉 치며 뛰는 정성을 말로 다 펴지 못합니다.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