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 사신이 가지고 돌아가는 편에 황태제께 올리는 글蒙古國使齎廻。上皇太弟書。
某月日。使臣某至。奉傳鈞旨。備認皇太弟大王殿下起居萬福。欣慰良多。但來敎。以小國不曾發遣女孩兒及會漢兒文字言語人。亦不進奉諸般要底物等事。督責甚嚴。聞令惶悸。不知所圖。上件人物。皆下國所乏。前已再陳所不能應副之由。輸寫肝膽。無所隱蔽。庶蒙炤悉。儻或矜恕。尙復徵詰不已。意者區區微誠。不足動大王之鑑耶。豈或慮矯飾之詞而不之信耶。言若有飾。惟皇天后土知之。且小國勤事大邦。猶恐不盡其誠。況於贄獻之禮。雖不承嚴令。豈不欲務爲繁夥浩侈。以猒大國之心乎。然物之有無豐瘠。係于風土。我國本介居山谷間。地甚磽确。雖有所產。例皆麤品。殊不合上國之用。從以獻芹之意。歲備不腆般品。以修情禮而已。每枉鈞旨。徵索無旣。小國其何以堪之哉。以有涯之用。供無旣之求。決知不能。如以不能。獲罪於上國。亦乖依仰大邦佇蒙撫恤之意也。其若靑絲綾走絲等物。本非我國所產。此亦前所具陳。想大國已詳之矣。雖風土所生。隨時之有無。有進與未。況地所不產哉。其諸般名手匠人。亦如前書所陳國無能者。故未能發遣。事輒違意。深恐深恐。伏惟大王殿下挾太弟之貴。導天子之化。以綏靖四方爲己任。其於遠人。時有以寬容。以示字小之義。實小邦之望也。所徵物件。雖不能依數准備。粗竭帑儲。具如別錄。謹附廻使。俾所過州郡交領檢獻。以此爲籍手之資。惟大王諒之。請勿以些小爲罪也。惶恐惶恐。
아무 달 아무 날, 사신 아무개가 이르러 존귀하신 뜻을 받들어 전하였습니다. 황태제 대왕 전하께서 만복하심을 갖추어 알았으니 기쁘고 위로됨이 참으로 많습니다.
다만 보내신 가르침에, 작은 나라가 여자아이와 한어(漢語) 글과 말을 아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고 또 여러 가지 구하시는 물건을 바치지 않았다 하여 몹시 엄하게 꾸짖으셨습니다. 명을 듣고 두려워 떨려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합니다.
위에 적은 사람과 물건은 다 아랫나라에 모자라는 것들입니다. 앞서 이미 두 번이나 응할 수 없는 까닭을 아뢰어 간과 쓸개를 쏟아 숨긴 바가 없었으니 살펴 아시기를 바랐습니다. 혹 가엾이 여겨 용서해 주시려니 하였는데 아직도 다시 묻고 재촉하기를 그치지 않으십니다. 생각건대 자잘한 저희의 작은 정성이 대왕의 거울을 움직이기에 모자란 것입니까. 혹 꾸며 낸 말이 아닌가 여기시어 믿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말에 꾸밈이 있다면 오직 하늘과 땅이 아실 것입니다.
또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부지런히 섬기면서도 오히려 정성을 다하지 못할까 두려워합니다. 하물며 예물을 바치는 예에 있어, 엄한 명을 받지 않았더라도 어찌 많고 넉넉하게 하여 큰 나라의 마음을 채워 드리고자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물건이 있고 없고 넉넉하고 메마름은 땅과 기후에 매여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본디 산골 사이에 끼어 있어 땅이 몹시 메마르고 자갈밭입니다. 나는 것이 있어도 다 거친 물건이라 위 나라의 쓰임에 자못 맞지 않습니다. 그저 미나리를 바치는 뜻으로 해마다 변변찮은 물품을 갖추어 정과 예를 닦을 따름입니다. 매번 존귀하신 뜻이 내려 구하심이 끝이 없으니 작은 나라가 무엇으로 견디겠습니까. 끝이 있는 쓰임으로 끝없는 구함을 대는 일은 결코 할 수 없음을 압니다. 만일 할 수 없다 하여 위 나라에 죄를 얻는다면, 이 또한 큰 나라에 기대어 돌보심을 기다리는 뜻에 어긋납니다.
푸른 실과 능라와 주사(走絲) 같은 물건은 본디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습니다. 이 또한 앞서 갖추어 아뢰었으니 큰 나라가 이미 자세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땅에서 나는 것이라도 때에 따라 있고 없음이 있어 바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땅에서 나지 않는 것이겠습니까. 여러 가지 이름난 장인들도 앞서 글에 아뢴 대로 나라에 할 만한 이가 없어 보내지 못하였습니다. 일마다 뜻을 어기게 되니 몹시 두렵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대왕 전하께서는 황태제의 귀하심을 지니시고 천자의 교화를 이끄시어 사방을 편안히 하심을 제 일로 삼으십니다. 먼 데 사람에게 때로 너그러움을 베푸시어 작은 나라를 사랑하는 의리를 보이심이 참으로 작은 나라의 바람입니다.
구하신 물건은 비록 수대로 갖추지 못하였으나 곳간을 대강 다 털었으니 따로 적은 목록과 같습니다. 삼가 돌아가는 사신 편에 부치고 지나는 고을마다 넘겨받아 검사하여 바치게 하였으니, 이것으로 변변찮은 밑천을 삼아 주소서. 오직 대왕께서 헤아려 주시고 적다 하여 죄주지 마시기를 청합니다. 두렵고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