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8

진경(晉卿) 승상에게 보내는 글送晉卿承相書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305자 · 낭독 2.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右啓。冬寒。伏想台候淸勝萬福。瞻戀瞻戀。恭惟承相閣下。以磊落奇偉命世之才。際風雲之慶會。孕育周孔。吹噓高舜。擅文章道德之美。潤色帝化。發揮廟謨。使淸風爽韻橫被四海者久矣。予以邈寄海外窅遠之邦。故猶不得早聞紫鳳紅鸞之出瑞於上朝。昧昧焉眞可笑也。近憑小國使介。略聞緖餘。大恨知之之晚。然在此幽僻之中。尙能逖聽風聲者。豈以其白玉騰精而靈暉之所燭者遠矣。靑蘭挺質而餘芳之所播者多焉者歟。猶愈於聾者之便不聞金玉之音也。瞻望瓊樹。傾渴不已。兼聞閣下迺眷小邦。遇我賤介也。溫然如春。扶護甚力。遂使之遄還。不至淹久。銘感之心。言所不盡也。今者又遣使介詣皇帝闕下。伏望閣下益復護短。特於旒冕之下。乘間伺隙。善爲之辭。使小國可矜之狀。得入聰聽。求求保安弊邑。則予雖不敏。敢不報效萬一耶。此言如飾。天日照臨。無任惶悚之至。云云。

아룁니다. 겨울 추위에 존체가 맑고 좋으시며 만복하시리라 삼가 생각하며 우러러 그립니다.

삼가 생각건대 승상 합하께서는 우뚝하고 기이하며 세상에 이름날 재주로 바람과 구름의 경사스러운 만남을 만나셨습니다. 주공과 공자를 품어 기르고 요임금과 순임금을 높이 들어 올리셨습니다. 문장과 도덕의 아름다움을 오로지하시어 황제의 교화를 윤색하고 조정의 계책을 펴셨습니다. 맑은 바람과 시원한 울림이 사해에 가로 덮이게 하신 지 오랩니다.

저는 바다 밖 아득히 먼 나라에 부쳐 사는 까닭에, 붉은 봉황과 난새 같은 상서가 황제의 조정에 나오심을 일찍 듣지 못하였으니 어둡고 어두워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요사이 작은 나라 사신에게 기대어 그 나머지나마 대강 들었으니 늦게 안 것이 몹시 한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그윽하고 외진 가운데 있으면서도 멀리서나마 바람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어찌 흰 옥이 정기를 뿜어 신령한 빛이 멀리 비치고 푸른 난초가 바탕을 빼어나게 하여 남은 향기가 널리 퍼진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귀먹은 이가 금과 옥의 소리를 아주 듣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구슬 같은 나무를 바라보며 사모하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겸하여 들으니 합하께서 작은 나라를 돌보시어 저희 천한 사신을 대하심이 봄처럼 따뜻하고 붙들어 주심이 매우 힘써, 마침내 빨리 돌아오게 하여 오래 머물지 않게 하셨다 합니다. 새겨 감격하는 마음은 말로 다하지 못합니다.

이제 또 사신을 보내어 황제 대궐 아래로 나아가게 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합하께서 더욱 짧은 데를 감싸 주시고, 특별히 면류관 아래에서 틈을 타 좋게 말씀해 주소서. 작은 나라의 가엾은 형편이 밝으신 귀에 들게 하시어 저희 고을을 지켜 편안하게 해 주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비록 민첩하지 못하나 어찌 만에 하나라도 갚지 않겠습니까. 이 말에 꾸밈이 있다면 하늘의 해가 비추어 보실 것입니다. 두렵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