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타이에게 답하는 글答沙打里書
右啓前月某日。忽奉鈞旨。備認體候動止萬順。欣喜倍萬。所諭皇帝處廻去文字事。一一祇稟。已具表章。尋發遣使介前去。伏惟炤悉。我國如前書所載。雖畏懼大國。入處山海之間。其所以仰奉上朝。尙爾一心。以是今聞大軍之入境。卽遣使優。謹行迎問之禮。繼蒙辱貺鈞旨。申遣使人。齎不腆酒菓禮物。勞問左右。則小國之無他。亦於此可知也。苟以一心事之。不關地之彼此。冀幕府不必以遷徙爲咎。待之如舊。則實小國萬世之福也。所遣詣皇帝處一行使人。先就幕下。聽取處分。其使人之進退行止禍福生死。皆在幕府之掌握。伏望曲加扶護。善爲指揮。兼差幕下使人。導達於皇帝闕下。永護小邦。則予亦敢不感至銘骨耶。其大官人投拜事。小國業已畏懼。入此幽僻之中。則雖大官人。心志耗喪。日益以拙。月益以鈍。未遽趨造左右聽命。慞惶顚倒。罔知所裁。惟大度寬之。無任希恩望惠之至。不宣。再拜謹啓。
아룁니다. 지난달 아무 날에 문득 높으신 분부를 받들었습니다. 몸과 거동이 두루 편안하심을 갖추어 알게 되니 기쁨이 만 배나 됩니다. 분부하신, 황제께 돌려보낼 글의 일은 하나하나 삼가 받들어 이미 표문을 갖추었고, 곧 사신을 보내어 떠나가게 하였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굽어살펴 주소서.
우리나라는 앞서 보낸 글에 적은 바와 같이, 비록 큰 나라를 두려워하여 산과 바다 사이로 들어와 있으나 황제의 조정을 우러러 받드는 마음은 여전히 한결같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대군이 지경에 들었다는 말을 듣고 곧 사신을 보내어 삼가 맞이하여 문안하는 예를 행하였습니다. 이어 욕되이 분부를 내려 주시기에 다시 사람을 보내어 변변치 않은 술과 과일과 예물을 가지고 좌우를 위로하여 문안하게 하였으니, 작은 나라에 딴 뜻이 없음은 이로써도 알 수 있습니다.
진실로 한마음으로 섬긴다면 땅이 이쪽이냐 저쪽이냐는 상관이 없습니다. 바라건대 막부에서는 도읍을 옮긴 일을 허물로 삼지 마시고 예전과 같이 대하여 주신다면 참으로 작은 나라의 만세의 복이겠습니다.
황제께 보내는 한 행차의 사신들은 먼저 막하에 나아가 처분을 듣게 하였습니다. 그 사신들이 나아가고 물러남과 가고 머무름, 화와 복, 살고 죽음이 모두 막부의 손안에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곡진히 돌보아 주시고 잘 지휘하여 주시며, 아울러 막하의 사람을 딸려 보내어 황제의 궐 아래에 이끌어 아뢰게 하시어 작은 나라를 길이 지켜 주소서. 그리하시면 저 또한 어찌 감격이 뼈에 새겨지지 않겠습니까.
대관인께 귀순하는 일은, 작은 나라가 이미 두려워하여 이 외지고 구석진 곳으로 들어왔으니, 비록 나아가려 하여도 마음과 뜻이 스러져 날로 더 졸렬해지고 달로 더 둔해져서 곧바로 좌우에 달려가 명을 듣지 못합니다. 두렵고 허둥대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직 큰 도량으로 너그러이 보아 주소서. 은혜를 바라는 지극한 마음 이기지 못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두 번 절하고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