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밀 유공권(柳公權)이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비는 표柳樞密公權乞辭職表
臣某言。臣久罹疾病。不得趨事奉公。乞解官職者。功未大而賞厚。難以久居。天雖高而聽卑。必從所欲。敢敷危衽。仰觸嚴威。伏念臣門地平微。才資拳曲。早從仕宦。幸得沐芳而彈冠。自守質愚。未嘗附熱而炙手。猥蒙聖眷過記微臣。擢升喉舌之司。常置冕旒之側。蓬山承乏。曾叨儒者之榮。銓部備員。亦越平生之望。徒糜芻粟。無補涓埃。俄轉秩於紫樞。又兼權於華省。帝王顧問之緖。軍國稠密之機。在捷手利刃而猶懼不支。豈綿力薄才之所能堪副。常恐挈甁之易溢。每觀止水以自懲。有叔夜之七不堪。勉強從事。負孔戣之二宜去。因循在公。福過災生。憂深疾作。手足惰窳而未便於指使。支體委隨而幾至於蹶顚。此豈因寒暑之乖。亦非有霧露之犯。蓋由才微而任重。德薄而官崇。竊位已多。妨賢亦久。以積年之過幸。致今日之煩痾。悟雖已遲。退亦何晚。與其曠官而速誚。厚忝主知。孰若揣分而退身。偸生聖代。私情自迫。褊意難移。伏望聖上陛下。推父母愛憐之心。廓天地包含之量。念臣未安於高位。諒臣實發於至誠。特降兪音。俾全餘喘。則小延日月。復觀大化之殷流。雖阻雲霄。烏有忠誠之暫已。臣無任云云。
신 아무개는 아룁니다. 신이 오래 병에 걸려 일에 달려 나아가 공무를 받들지 못하므로 벼슬을 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공은 크지 않은데 상이 두터우니 오래 머무르기 어렵습니다. 하늘은 높으나 낮은 데를 들으시니 반드시 바라는 바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감히 두려운 옷깃을 펴서 우러러 엄한 위엄을 범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은 문벌이 평범하고 미미하며 재주와 자질이 굽었습니다. 일찍 벼슬길에 나아가 다행히 향기에 목욕하고 갓을 털게 되었으나, 스스로 질박하고 어리석음을 지켜 뜨거운 데 붙어 손을 쬔 적이 없습니다. 외람되이 임금의 돌보심을 입어 보잘것없는 신을 지나치게 기억하시어, 목구멍과 혀 같은 자리에 뽑아 올리시고 늘 면류관 곁에 두셨습니다. 비서성에서 빈자리를 채워 일찍이 선비의 영화를 외람되이 누렸고, 전선을 맡은 부서에서 인원을 채운 것도 평생의 바람을 넘는 일이었습니다. 한갓 녹만 축내고 티끌만 한 보탬도 없었습니다.
이윽고 추밀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또 화려한 성(省)의 권한을 겸하였습니다. 임금께서 돌아보아 물으시는 실마리와 군사와 나라의 촘촘한 기틀은 날랜 손과 날카로운 칼로도 오히려 버티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니, 어찌 가는 힘과 얕은 재주로 능히 감당하여 부응하겠습니까. 늘 작은 물병이 쉬이 넘치듯 될까 두려워하여 멈춘 물을 보며 스스로 경계하였습니다. 숙야(叔夜)의 견디지 못할 일곱 가지가 있으면서도 억지로 힘써 일하였고, 공규(孔戣)의 마땅히 떠나야 할 두 가지를 지고서도 그럭저럭 공무에 있었습니다.
복이 지나쳐 재앙이 생기고 근심이 깊어 병이 났습니다. 손발이 게으르고 굳어 부리기에 편치 못하고 몸이 늘어져 거의 넘어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어찌 춥고 더움이 어긋난 탓이겠으며 또한 안개와 이슬을 맞은 탓도 아닙니다. 대개 재주는 작은데 소임이 무겁고 덕은 얇은데 벼슬이 높은 데서 말미암았습니다. 자리를 훔친 지 이미 오래고 어진 이를 막은 지도 오랩니다. 여러 해의 지나친 다행이 오늘의 성가신 병을 부른 것입니다.
깨달음은 이미 늦었으나 물러남이야 어찌 늦겠습니까. 벼슬을 비워 두어 꾸지람을 부르고 임금께서 알아주심을 두터이 욕되게 하기보다는, 분수를 헤아려 몸을 물려 거룩한 시대에 구차히 사는 편이 낫겠습니다. 사사로운 정이 절로 다급하고 좁은 뜻은 옮기기 어렵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 폐하께서는 부모가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미루시고 하늘과 땅이 감싸 안는 도량을 넓히시어, 신이 높은 자리에 편치 못함을 생각하시고 신의 말이 참으로 지극한 정성에서 나왔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특별히 윤허하시는 말씀을 내리시어 남은 숨을 온전케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시면 세월을 조금 늘려 큰 교화가 성하게 흐르는 것을 다시 볼 것이요, 비록 임금 계신 곳에서 멀리 막혀 있더라도 충성이 어찌 잠시인들 그치겠습니까. 신은 이기지 못하여 운운.
협주 2
中謝。
여기에 중사(中謝), 곧 사례하는 말이 들어간다.
蓬山承乏 — 蓬山은 비서성(秘書省)의 아호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