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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밀 유공권(柳公權)이 벼슬에서 물러나기를 비는 셋째 표柳樞密公權乞辭職表 第三表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508자 · 낭독 5.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9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臣某言。昨以寢疾累表乞退。伏蒙今月日復降手詔不允者。匹夫難奪。敢沓貢於血誠。嚴勅屢加。尙阻聞於頷可。周張失次。啓處不遑。竊以際會之間。進退非易。上不以苛留爲惠而露洩其短。下不以冒處爲榮而蹶踣於終。然後上下相知。情禮曲盡。朝無曠官之誚。人有遂性之宜。伏念臣非以才昇。本緣幸進。文雅不能絢飾吏事。經術又未潤色皇猷。翺翔要津。疣贅賢路。遽迫負薪之疾。益懷覆餗之虞。王言溫密而慰訊滋深。御醫旁午而診視不絶。淚盈襟袖。感入肺腸。雖賴聖人之恩靈。苟延時月。自驚曩日之形狀。坐變朝昏。亮宜退安。敢意復進。臣又聞在位之人。當平居無事。則略無求退之心。及一旦臨病。亟求解職。此則非敢惡榮而止。自惜其身命而已。臣勢雖類此。實則異焉。常懲滿溢以未寧。豈昧斂收而早退。徒以上之優渥厚矣。臣之報效缺然。所致於君。唯此身耳。苟徇諸欲。其若恩何。故未勇於乞閑。但自努於竭節。今則體已㾨而無拜跪之力。步已澁而闕趨蹌之儀。旣不得起守官班。又何宜臥腐公廩。右者。廣德移病而漢帝罷令就第。裴度稱疾而唐皇許以在家。此皆國家之所庇依。帝王之所倚注。雖惜其才賢而不欲許遣。亦憫其老病而不使逼來。況臣本無補於經綸。復久罹於疾疹。有何冀望。而又遷延。病翼遲廻。久費浴池之惠。困魚跳伏。驟思游海之心。伏望聖上陛下。示聖德之兼容。委天光之旁燭。俯從哀請。許遂退藏。用玆俸祿之豐。畀以英豪之優。必有異士。堪守劇權。區區之誠。天日炤臨。云云。

신 아무개는 아룁니다. 지난번 병으로 누워 여러 차례 표를 올려 물러나기를 빌었더니, 이달 아무 날에 다시 손수 쓰신 조서를 내리시어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필부의 뜻은 빼앗기 어려우니 감히 피 같은 정성을 거듭 바칩니다. 엄한 조칙이 여러 번 내렸으나 아직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심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허둥대어 차례를 잃고 앉고 설 겨를이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임금과 신하가 만나는 사이에 나아가고 물러남은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는 억지로 붙드는 것을 은혜로 여겨 그 단점을 드러내지 않고, 아래에서는 무릅쓰고 머무는 것을 영화로 여겨 끝내 넘어지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 뒤에야 위아래가 서로 알아 정과 예가 곡진하고, 조정에는 벼슬을 비웠다는 꾸지람이 없으며 사람은 제 성품을 이루는 마땅함을 얻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은 재주로 오른 것이 아니라 본래 요행으로 나아갔습니다. 글의 우아함으로는 관아 일을 빛낼 수 없고 경학으로는 임금의 계책을 다듬지 못합니다. 요긴한 나루를 날아다니며 어진 이의 길에 혹처럼 붙어 있습니다. 갑자기 섶을 진 듯한 병에 몰리고 솥을 엎을 근심을 더욱 품습니다.

임금의 말씀은 따뜻하고 은밀하여 위로하고 물으심이 더욱 깊고, 어의가 분주히 오가 진찰이 끊이지 않습니다. 눈물이 옷깃과 소매에 가득하고 감격이 폐와 창자에 스밉니다. 비록 성인의 은혜에 힘입어 구차히 세월을 늘리고 있으나, 지난날의 모습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데 스스로 놀랍니다. 참으로 물러나 편히 있어야 마땅하니 어찌 다시 나아갈 것을 생각하겠습니까.

신이 또 들으니, 자리에 있는 사람은 평소 일이 없을 때에는 물러나기를 구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가 하루아침에 병이 들면 급히 벼슬을 풀기를 구한다 합니다. 이는 감히 영화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제 몸과 목숨을 아낄 뿐입니다. 신의 형세가 비록 이와 비슷하나 실상은 다릅니다. 늘 가득 넘침을 경계하여 편치 못하였으니 어찌 거두어들여 일찍 물러날 줄을 몰랐겠습니까. 다만 위의 은혜는 두터운데 신의 보답은 모자랍니다. 임금께 바칠 것은 오직 이 몸뿐이니, 진실로 하고 싶은 대로만 따른다면 그 은혜를 어찌하겠습니까. 그러므로 한가함을 빌기에 용감하지 못하고 다만 절개를 다하기에 스스로 힘썼습니다.

이제는 몸이 이미 병들어 절하고 꿇을 힘이 없고, 걸음이 이미 껄끄러워 종종걸음으로 나아가는 예를 갖추지 못합니다. 이미 일어나 벼슬 자리를 지키지 못하니 또 어찌 누워서 나라 곳간을 썩히겠습니까. 광덕(廣德)이 병을 핑계 대자 한나라 임금이 놓아주어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고, 배도(裴度)가 병을 일컫자 당나라 임금이 집에 있도록 허락하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나라가 기대던 바요 임금이 의지하여 마음을 쏟던 이들입니다. 비록 그 재주와 어짊을 아껴 보내기를 허락하고자 하지 않았으나, 또한 그 늙고 병듦을 가엾이 여겨 억지로 오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물며 신은 본래 나라 다스림에 보탬이 없고 또 오래 병에 걸렸으니 무엇을 바라고 또 미루겠습니까. 병든 날개로 더디 돌며 오래 못에서 미역 감는 은혜를 허비하였고, 고단한 물고기가 뛰었다 엎드렸다 하며 문득 바다에서 노닐 마음을 생각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 폐하께서는 거룩한 덕이 아울러 받아들이심을 보이시고 하늘 같은 빛을 곁까지 비추어 주시어, 굽어 슬픈 청을 좇아 물러나 숨기를 이루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이 넉넉한 녹을 뛰어난 이에게 넉넉히 주십시오. 반드시 남다른 선비가 있어 바쁜 권한을 지킬 만할 것입니다. 보잘것없는 정성은 하늘과 해가 비추어 보십니다. 운운.

협주 2

中謝。

여기에 중사(中謝), 곧 사례하는 말이 들어간다.

右者 — 문서에서 「위에 적은 것은」을 뜻하는 상투어다. 낭독에서 뜻이 서지 않고 원문에 없는 때말을 만들게 되므로 본문에서 뺐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