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0

진강후(晉康侯)가 임금께서 띳집 정자에 거둥하여 잔치를 여시고 손수 지은 글을 내려 주심을 사례하는 표晉康侯謝駕幸茅亭曲宴次。賜御製表。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44자 · 낭독 2.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臣某言。昨蒙聖慈御臣所構茅亭曲宴次宣示御製者。玉色示慈。曲賜宴遨之好。雲章摛藻。特宣典麗之詞。奉戴感兢。神魂飛越。伏念臣本無遠識。生幸盛時。五等叨封。久荷蚊山之重。一區卜宅。粗期蛭井之跳。惟此小亭。頗宜遠眺。萬景莫逃於眼界。四方堪撫於掌中。負暄欲獻於至尊。計雖疏矣。禊水幸當於嘉節。忍可負旃。故忘僭越之誅。敢貢游觀之請。過蒙宸眷。許枉天臨。妙舞淸歌。悉徵來於國。色宗親邇輔。惟參侍於賓筵。舜樂方諧。高鍾屢罄。緣聖情而播詠。灑御墨以成篇。縟鳳詞華。回鸞筆勢。顧尙榮於聳覩。敢妄意於賡歌。勒以黃金。掛諸華閣。二十八字。宛同列宿之騰光。百千萬年。烏有靈珠之韜彩。姑藏眞蹟。傳示來孫。云云。

신 아무개는 아룁니다. 어제 성상의 자애로우심으로 신이 지은 띳집 정자에 임어하시어 잔치를 베푸신 자리에서 손수 지으신 글을 보여 주신 일에 대하여 아룁니다. 옥 같은 얼굴빛으로 자애를 보이시어 잔치하며 노니는 즐거움을 굽어 내려 주시고, 구름 무늬 같은 글로 문채를 펼치시어 특별히 전아하고 고운 말씀을 내려 주셨습니다. 받들어 이고 감격하고 두려워하니 넋이 날아오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은 본디 멀리 보는 식견이 없는데 다행히 성한 때에 났습니다. 오등의 봉작을 함부로 받아 오래 모기가 산을 진 듯한 무거움을 졌고, 한 구역에 집터를 잡아 거머리가 우물에서 뛰노는 정도를 거칠게 바랐습니다.

오직 이 작은 정자가 제법 멀리 바라보기에 마땅하여 온갖 경치가 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방을 손바닥 안에서 어루만질 수 있습니다. 등에 쬐는 햇볕을 지존께 바치고자 하였으니 생각은 비록 성글었으나, 계(禊)의 물놀이가 다행히 좋은 철에 들었으니 어찌 차마 이를 버리겠습니까. 그러므로 주제넘다는 꾸지람 받을 것을 잊고 감히 노닐며 보시기를 청하여 올렸습니다.

지나치게 임금의 돌보심을 입어 수레를 굽혀 거둥하심을 허락하셨습니다. 묘한 춤과 맑은 노래는 나라에서 이름난 이들을 다 불러오시고, 종친과 가까운 재보만이 잔치 자리에 참여하여 모셨습니다. 순임금의 음악이 바야흐로 어우러지고 높은 술잔은 여러 번 비워졌습니다.

성상의 정에 말미암아 읊으심을 펴시고 임금의 먹을 뿌려 한 편을 이루셨습니다. 봉황을 수놓은 듯한 말의 꽃다움이요 난새가 돌아 나는 듯한 붓의 기세입니다. 돌아보건대 우러러 뵈옴만으로도 오히려 영화로운데 감히 이어 화답하는 노래를 함부로 생각하겠습니까.

황금으로 새겨 화려한 누각에 걸었습니다. 스물여덟 글자는 완연히 늘어선 별들이 빛을 올리는 것과 같으니, 백천만 년에 어찌 신령한 구슬이 그 빛을 감추는 일이 있겠습니까. 우선 참된 필적을 간직하여 뒷 자손에게 전하여 보이겠습니다. 운운.

협주 3

中謝。

여기에 중사(中謝), 곧 사례하는 말이 들어간다.

悉徵來於國色 — 저본 구두점은 「悉徵來於國。色宗親邇輔。」이나 그대로면 「色宗親邇輔」가 되어 말이 서지 않으므로 「悉徵來於國色。宗親邇輔。」로 끊어 읽었다. ― 옮긴이

蛭井之跳 — 앞 구절의 蚊山과 짝을 이루는 우화 자리로, 장자의 埳井之蛙(우물 안 개구리)로 읽는 길도 있다. 蛭이 저본의 잘못인지 확인되지 않아 글자대로 옮겼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