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1

물러나기를 비는 표乞退表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90자 · 낭독 3.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臣某言。臣本生年。已當告退。又纏疾恙。乞解機務者。久妨賢路。已虞任責之非輕。更迫耄年。寧有藉辭而敢處。罄披愚懇。乞解繁機。伏念臣業本未精。才無可採。遭稀闊難逢之嘉會。雪淹延久屈之宿。心目未熟於紫樞。身已登於黃閣。在臣之分。爲榮莫加。但國家多難之時。居宰相非據之地。旣不得出奇制勝掃戎醜之腥涎。又未能贊化調元協陰陽之和氣。無功可錄。維祿是糜。退也猶遲。留之何益。知臣心者謂宜高謝。媚臣意者徒有慰言。然或祕其生年。卽已誣於上鑑。豈幸其案籍縮書之歲。而廢却朝廷告老之期。矧衰病之交攻。顧昏蒙之大甚。步欹側而幾至踣地。體淸羸而僅能勝衣。假若強顔而冒居。孰非指目而相笑。伏望云云。大明委炤。剛斷無疑。特垂開可之音。俾遂優遊之樂。則如釋負擔。餘生自力於攝身。雖伏里閭。一日何忘於徇國。云云。

신 아무개는 아룁니다. 신은 본디 난 해로 보아 이미 물러나기를 아뢸 나이가 되었고 또 병에 얽매였으니, 기무를 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오래 어진 이의 길을 막았으니 맡은 책임이 가볍지 않음을 이미 근심하였는데, 다시 늙은 나이에 닥쳤으니 어찌 말을 빌려 감히 그 자리에 머물겠습니까. 어리석은 간곡함을 다 털어놓아 번거로운 기무를 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은 학업이 본디 정밀하지 못하고 재주는 취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드물어 만나기 어려운 아름다운 때를 만나 오래 막혀 굽혔던 묵은 뜻을 씻었습니다. 눈이 추밀의 자리에 익기도 전에 몸은 이미 재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신의 분수로는 영화가 이보다 더할 수 없습니다.

다만 나라에 어려움이 많은 때에 재상이라는 차지할 바 아닌 자리에 있으면서, 기이한 꾀를 내어 이겨 오랑캐의 비린 침을 쓸어 내지도 못하였고, 또 교화를 돕고 으뜸 기운을 골라 음양의 화한 기운을 맞추지도 못하였습니다. 적을 만한 공이 없이 오직 녹만 축냅니다. 물러남도 오히려 늦었는데 머무른들 무슨 보탬이 있겠습니까.

신의 마음을 아는 이는 마땅히 높이 사양하라 하고, 신의 뜻에 아첨하는 이는 한갓 위로하는 말만 합니다. 그러나 혹 난 해를 숨긴다면 이는 곧 위에서 살피심을 속이는 것입니다. 어찌 문서에 줄여 적힌 나이를 다행으로 여겨 조정에서 늙음을 아뢰는 기한을 저버리겠습니까.

더구나 쇠함과 병이 번갈아 치고 어둡고 어리석음이 너무 심합니다. 걸음은 기우뚱하여 거의 땅에 엎어질 지경이고, 몸은 마르고 여위어 옷 무게조차 겨우 견딥니다. 만일 낯을 두껍게 하고 무릅써 머문다면 누군들 손가락질하고 눈짓하며 서로 웃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운운. 크게 밝으심으로 굽어 비추시고 굳센 결단으로 의심치 마시어, 특별히 허락하시는 말씀을 내려 한가로이 노니는 즐거움을 이루게 하소서. 그러면 짐을 벗은 듯하여 남은 생애에 스스로 몸 돌보기에 힘쓰겠고, 비록 마을에 엎드려 있을지라도 하루인들 어찌 나라를 위해 몸 바칠 생각을 잊겠습니까. 운운.

협주 3

丙申十月十六日。上表。二十一日。內侍某至。奉傳聖旨。所上表留中。仍敦諭起視事。

병신년 시월 열엿새에 표를 올렸다. 스무하룻날 내시 아무개가 와서 임금의 뜻을 받들어 전하기를, 올린 표는 궁중에 머물러 두고 도로 일을 보라고 간곡히 타일렀다.

中謝。

여기에 중사(中謝), 곧 사례하는 말이 들어간다.

久屈之宿心 — 저본 구두점은 「久屈之宿。心目未熟於紫樞。」이나 그대로면 心이 두 번 쓰인 셈이 되므로 「宿心」에서 끊고 「目未熟於紫樞。身已登於黃閣。」을 눈과 몸의 대구로 읽었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