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3

유경현(庾敬玄)이 감시의 시험관을 사양하나 허락하지 않는 비답庾敬玄讓監試試員不允批答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46자 · 낭독 2.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云云。甚矣人之難知也。若夫身之脩短則揣而可知。貌之妍醜則察而可識。至於才也行也智也。藏於心蘊於性。固不以身貌知之。故於是有章句詞藝之選。以此取人。猶有紫眩朱哇亂雅。欺冒有司者。是以。榜出之後。考官之免受人謗者鮮矣。其任豈不重哉。爾夤緣科第。揚歷淸華。官爵之早顯。則似可言於世家。文章之夙成則是豈繫於門地。由是觀之。官爵亦專以才華。而非必由閥閱也。草予制勅。眞古典謨。詞爲汝詞。意則朕意。簡而詳麗而實。則燕許之手也。安有已能若是而未能精品人才者耶。故朕選簪紳之列。假衡石之權。必欲使杞梓之才竝收。騏驥之種盡縶。嶺無亭菊。谷絶幽蘭。是朕之期於爾者也。其藉何辭。遽陳玆讓。云云。

운운.

심하다, 사람을 알기 어려움이여. 몸의 길고 짧음은 헤아려 알 수 있고 모습의 곱고 미움은 살펴 알 수 있으나, 재주와 행실과 슬기에 이르러서는 마음에 감추이고 성품에 쌓였으니 진실로 몸과 모습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여기에 글귀와 글재주로 뽑는 법이 있어 이로써 사람을 취한다. 그래도 자줏빛이 붉은빛을 흐리고 상스러운 소리가 바른 가락을 어지럽히듯 맡은 이를 속이는 자가 있다. 이러므로 방이 나붙은 뒤에 시험관으로서 남의 헐뜯음을 면하는 이가 드무니, 그 소임이 어찌 무겁지 않겠는가.

너는 과거를 발판으로 맑고 화려한 벼슬을 두루 거쳤다. 벼슬이 일찍 드러난 것은 대대로 벼슬한 집안이라 말할 수 있겠으나, 문장이 일찍 이루어진 것이야 어찌 문벌에 매인 것이겠는가. 이로 보면 벼슬 또한 오로지 재주와 빛남으로 얻은 것이지 반드시 문벌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다.

나의 조칙을 초잡음이 참으로 옛 《서경》의 글 같다. 말은 네 말이나 뜻은 짐의 뜻이다. 간결하되 자세하고 고우면서도 실하니 연국공과 허국공의 솜씨다. 이미 이만한데 인재를 정밀히 매기지 못할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짐이 벼슬아치의 반열에서 뽑아 저울질하는 권한을 빌려 준다. 반드시 좋은 재목 같은 인재를 아울러 거두고 천리마의 씨를 다 잡아매어, 고개에 홀로 핀 국화도 골짜기에 숨은 난초도 남겨 두지 않으려는 것이 짐이 너에게 바라는 바다. 무슨 말을 빌려 문득 이 사양을 아뢰는가.

운운.